MYSELF/일 기

민욱아빠 2017. 6. 25. 12:22

  마음 좀 복잡하고 답답한 찰나에 낚시선생인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언제 한 번 한치 낚으러 배 한 번 타자고.  그렇게 문자를 주고 받다가 수요일에 배를 타게 되었다.  퇴근 후 간단한 저녁을 먹고 포구로 차를 몰아 약속된 시간에 도착했다.  해는 서서히 넘어가고 있었으나, 때마침 하지라는 날의 저녁은 밝기만 했다.  그리고 포구에는 해가 지기도 전에 한치 좀 낚아보겠다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포구 옆 공터엔 이미 주차할 곳도 없었다.  바람을 쐬러 나오는 것이라면 두말 할 것 없겠지만, 한치를 낚겠다고 나온 거라면 차라리 채비를 던지다 뒷사람을 낚는게 백 배 이상 쉬울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럴 때 간사한 내 마음은 조금의 여유를 부린다.  나는 곧 배에 오르기 때문이다. 

  선상 한치낚시는 쉽게 말해 조업이다.  가까운 바다로 배를 몰아, 둥근 스티로폼에 말린 한치에기 대여섯개 달린 줄을 바닥까지 내려 팔로 고패질을 하는 것이다.  잡으려면 이게 가장 낫긴 하지만, 손맛도 재미도 별로이다.  그래서 그냥 조업이라고 표현한다.  사실 한치가 손맛이 좋진 않다.  마릿수로 잡아 먹는 맛이니 손맛 따져가며 상대할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조업은 하지 않기로 했다.  배를 몰 정도의 거리가 있는 바다가 아니라, 찌낚시꾼이 닿지 않을 만한 포구 가까운 얕은 바다 한 가운데 배를 세워놓고, 에깅대로 캐스팅하며 ‘낚시’를 하기로 한 것이다.  배는 출발한 지 5분도 안 되어 안으로 넓게 들어온 만 한 가운데 다다랐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에깅대에 3호 에기를 달아 캐스팅하며 무늬오징어를 먼저 노렸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깔릴 무렵까지 무늬오징어의 입질은 없었다. 

  어둠이 거의 완벽해지면서 우리는 한치를 노리기 시작했다.  무늬에서 한치로 대상어를 바꿨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는게 아니다.  다만 에기에 주는 액션이 좀 달라지는 것이다.  무늬는 바닥에서 튀어오르는 새우를 연출한다면, 한치는 적당한 수심에서 앞으로 유영하는 새우를 연출한다.  그렇게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나는 무언가를 걸었는데, 묵직하게 딸려오는 것은 한치가 아니고 문어였다.  딱 라면사이즈의 문어였는데, 담아 둘 데가 마땅치 않아 마음 좋게 보내주었다.  입질은 거의 없었다.  전날 하루 종일 비가 온 후로 바다의 분위기는 조금 바뀐 듯 했다.  물때도 만조에서 간조로 이해하는 시간대여서 조금은 애매한 흐름이었다.  어쩌겠는가.  분위기를 바꿀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열심히 던져보는 것 뿐이다. 

  묵직하게 무언가 달렸다.  중층부근에서 걸렸으니 문어는 아니고 한치일 것이다.  이 놈들은 힘도 없어 채비를 끌고 가지도 못한다.  찬찬히 줄을 감으며 달린 게 무언지 확인하니 역시 한치였다.  중간 사이즈의 적당한 한치.  바로 물칸에 넣고 다음 채비를 던진다.  잡는 재미라기보다는 마릿수 재미라 나오기 시작한다 싶을 때 어서 던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입질을 하지는 않았다.  열심히 던지고 액션을 주어 두어 시간 낚시에 동생과 나는 총 여섯마리를 잡았다.  잠깐의 평일낚시이니 늦은시간까지 낚시하기도 부담이어서 우리는 밤 10시를 기점으로 철수했다. 

  잡은 것은 바로 포구에서 손질했다.  이미 한치를 많이 잡고 맛 본 동생은 다 가져가라 한다.  손질한 한치는 온전히 내 소유가 되어 집에서 올해 첫 한치맛을 기다리는 아내에게 가져다 주었다.  집에서 바로 썰어서 갓 잡은 싱싱한 한치를 맛보게 해 주었다.  접시를 비우고 나니, 해마다 완료해야 하는 숙제 중 올해의 숙제 하나를 마무리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치는 좀 더 잡으러 다니긴 할 건데, 포구에서의 낚시는 사람들과의 북적임과 전쟁이라 그게 참 싫다.  제주에서의 낚시도 이제는 여유를 좀체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참 아쉽다.

  제안받았던 출판은 몇 차례의 메일과 샘플원고 검토 끝에 없던 일로 결론을 맺었다.  편집자가 짚었던 글의 포인트는 내부토의 끝에 수정이 되었고, 수정된 글의 방향은 나에게 혼란과 고민을 안겼다.  평소 내가 염두에 두었던 글의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출판사 측에 글의 방향에 맞는 샘플원고를 골라달라 요청했고, 거기에 맞추어 글을 재수정하거나 다시 쓸 생각이었지만, 이에 대한 반응없이 결론은 출판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한편으로는 맞지 않는 글을 쓰느라 에너지를 소모할 일이 없어 다행스러웠지만, 한 편으로는 아쉬웠다.  그러나, 출판업계의 생리나 ‘팔리는 글’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감이 생겼고, 나 스스로 급할 것이 없으니 생각을 다시 정리하며 출판을 염두에 둔 글을 천천히 써 나가면 될 일이었다.  마음을 가다듬는 중이다.

출판도 아쉽지만...
한치에깅 실력도 아쉽다는...^^
제주도로 한치 한번 잡으러가기가 참 힘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