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ELF/일 기

민욱아빠 2018. 12. 9. 12:23

  아들과 아내가 집으로 돌아왔다.  약 한 달 정도의 방학을 맞은 것이다.  돌아오는 날에 나는 퇴근을 서둘렀고, 집에 도착해서 먼저 집에 와 있던 아들과 깊은 포옹을 나누었고 아내와 입을 맞추었다.  마당의 반려견도 집 곳곳에서 새어나오는 밝은 불빛에 답답함이 조금 사라진 표정이었다.  불이 켜져 있는 집으로 퇴근해 본 것이 얼마만인가..  나도 반갑고 기분이 가벼워졌다.  혼자서 간단하게 먹던 저녁에서 세 식구가 모여 앉아 저녁을 함께 한 것이 지난 8월의 여름이었다.  완연한 겨울이 되어서야 우리는 다시 그 모습을 재현할 수 있었다.  이건 감회가 새롭다 말할 수 밖에 없다.

  지난주 승단 심사 이후로 나는 아들과 약속한 농어매운탕을 위해서 농어사냥에 집중적으로 나섰다.  일주일 내내, 갯바위에 파도가 일기만을 예의주시했다.  화요일이 되자 날이 추워지고 바람이 불면서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차에 낚시장비를 싣고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퇴근해서는 바로 포인트로 달려가 낚시에 집중했다.  파도와 만조시간과 포인트에 대한 고민을 계속 이어나갔다.  농어는 쉽게 잡혀주지 않았다.  3일 내내 한겨울의 시작에서 쉽지 않은 낚시를 이어나갔다.

  화요일엔 강정에서, 수요일엔 영락리와 애월에서, 목요일엔 다시 강정에서 농어낚시를 이어나갔다.  만조시간까지 버티며 포인트를 찾아나서며 낚시를 이었지만 농어는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던진 루어에 잠깐의 입질만 보였을 뿐이다.  아들과 아내가 돌아오는 날이 금요일이었으니, 목요일은 마지막 기회였다.  만조까지 주어진 두어 시간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그러나, 농어는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심지어 어딘가에 루어가 걸려 손실을 겪어야만 했다.  만조시간도 막 지나가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마지막 열 번 정도만 던지다 가자 생각하고 열심히 캐스팅을 했다.  그러다 8번째 캐스팅에서 루어가 거의 발 밑까지 온 찰나에 바다표면이 파다닥하더니 농어가 루어를 물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왔다! 싶어 그때부터 버티기에 들어갔다.  가늠해보니 생각보다 커다란 놈이었다.  나는 적당한 녀석을 원했다.  클 수록 매운탕이 맛있기는 하지만, 잔치를 하지 않는 한에서는 적당한 녀석이 다루기 좋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줄합사가 많이 짧아져 녀석이 힘을 써 도망가면 줄이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드랙을 적당히 풀고 도망치려 힘주는 녀석과 싸우며 릴을 천천히 감아서 모자란 줄을 감당하려 했다.  그렇게 싸우기를 15분 정도 이었던 듯 했다.  어두운 바다 속에서 하얀 녀석의 정체가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어디론가 처박으려 하는 녀석을 잘 유도하여 얕은 갯가로 끌어내었다.  얼른 들어내어 크기를 재 보니 80센티미터는 족히 넘는 녀석이었다.  미션 성공, 아들과의 약속 이행!  나는 사진을 찍고 손질을 한 뒤에 늦은 밤 포인트에서 철수했다.  집에서 양쪽 살은 포로 떠서 따로 보관했고, 아들을 끓여 줄 머리와 등뼈는 따로 모아 냉동실에 넣었다.  큼직한 것이 맛이 좋을 것 같았다. 

  아들을 만나자마자 해 준 것은 독감접종이었다.  독감주의보가 뜬 지역에 더운 나라에서 갑작스런 기온변화를 겪어야 하는 녀석이 걱정스러워서였다.  접종 후 2주 정도는 조심해야 하는데 그 사이 독감에 걸리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아내도, 급작스레 추워진 제주날씨에 조금 힘들어했다.  이제 약 한 달을 온전한 가족의 모습으로 함께 지낼 것이다.  그 사이, 아들은 베이스 기타를 배우고 싶다 말했고, 먹고 싶은 것들을 말했다.  차근하게 하나하나 해 주어야겠다.  이제 두 밤이 지났고, 이틀 사이 집은 사람이 좀 늘었다고 온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가까운 지인이 건강검진 결과 수술이 필요한 진단을 받았다.  큰 수술은 아니지만, 자체로 심리적 부담이 클 것이다.  다른 지인은 십 몇년 이상 가족으로 지내던 반려견이 수명을 다해 무지개다리 건너로 보내야만 했다.  주변에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의사의 입장에서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그 존재의 사라짐이 주는 상처, 가늠할 수 있지만 경험하지 못하니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알기 때문에 가늠되는 그 마음들이 나를 더 괴롭게 했다.  나 역시 그들이 충분한 회복의 시간을 보낼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삶이 어쩔 수 없이 마주하고 감당해야만 하는 부분이다.  나 역시 그런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어를 낚으셨군요. 가족을 위한 정성이 통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