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ELF/일 기

민욱아빠 2020. 2. 24. 10:55

  1차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코로나 19는 세상을 공포와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의사라는 나에겐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채, 속수무책이다.  세상은 코로나 19에 대항해, 최전선에서 열심히 싸우는 의사와 의료진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응원한다.  나는 그들이 형성한 전선의 최전선 뒤의 후방에서 잠복해 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의 움직임에 노출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마치 종말의 불가항력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도일 뿐이듯, 나는 그런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고민하지만, 결국 할 수 없음을 되풀이해서 깨닫는 일은 비참하다.  쏟아지는 것은 의사단체와 정부의 권고문자와 메일들 뿐이다.  손 소독제나 마스크 하나 지원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바란 것은 아니다.  그나마 병원 외부에 선별진료소를 설치 운영할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지만, 보건소는 지원조차 하지 않는다.  병원비를 들여 설치를 고민하지만, 텐트 보호구 등의 장비 공급과 인력문제, 확진자가 다녀간 이후의 조처를 생각하면, 1차 의료기관에서는 불가능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저, 의심자가 다녀가지 않기를, 의심자가 다녀간 후 그가 확진자가 되지 않기를, 그래서 확진자가 다녀간 후 2주의 의원 강제폐쇄와 자가격리를 당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자면, 코로나 19의 양상은 이제 지역사회 감염과 유행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신종플루나 메르스와 비교해서 증상이 가볍고 치사율이 낮음을 고려하면, 유행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감염에 취약한 노인이나 기저질환자에 대한 집중감시와 관리체제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염 후 중증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집중 선별관리하기 위한 거점병원 운영이 필요하다.  한국 내의 상황을 보면 중국인에 대한 국경폐쇄는 의미가 있어보이지 않는다.  초기 잘 관리되던 바이러스가 특정 집단에 의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내부적으로 확산된 바이러스를 외부에서 차단한다고 관리가 의미있어지지 않는다.  창문을 닫아도 이미 모기는 수없이 들어와 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를 상대로 국경을 폐쇄하는 것은, 그 나라가 상대적으로 확진자나 확산이 매우 적기 때문에, 국경 폐쇄가 유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설 명절 연휴 전후로 제주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2만 명 정도 다녀갔다고 했다.  그러나, 제주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시점은 설 명절을 기점으로 3주가 지난 후였고, 그것도 중국인이 아닌 대구를 다녀 온 사람들이 확진자로 판명되었다.   


  나는 현 정부의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은 적절하며 잘 해내고 있다 판단한다.  그러나, 신천지에 의한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은, 인간의 노력은 바이러스를 포함한 자연의 원리 안에서 매우 작고 연약할 뿐임을 증명한 것이라 생각한다.  바이러스는 신천지이기에 확산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면밀하고 적극적이며 왕성한 종교활동 때문에 확산된 것이다.  따라서, 신천지의 사이비성이 비판받고 배척받는 것이 옳다.  정부가 신천지에 관여할 부분이 있다면 이런 점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의 방역대책은 소모적이기만 하다고 판단된다.  앞서 말했듯이, 한 템포를 더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한 템포를 덜어 선별관리와 거점병원 운영을 통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는 아마도, 적어도 선거날 까지는 이 기조를 유지할 것 같은 느낌이다.  


  코로나 19는 우리의 의료현실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메르스때 아무것도 하지 않었던 인간들이 이제와서 정부의 대처에 대해 비판이랍시고 왈가왈부하는 파렴치함은 일단 제쳐두자.  인간같지 않은 것들은 일단 무시해주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이로우니 말이다.  우리나라 의료체제는 여전히 민간주도이다.  정부나 심평원은 여전히 수가를 통해 의료를 통제대상으로만 바라보지, 관리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보건소는 그저 확진검사 정도나 해 주고 있고, 확진자의 관리나 치료, 음압병상의 운영은 대학병원급에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음압병상 운영은 국립병원 위주로 운영되는 데다, 현재 추세로는 거의 채워지며 부족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만일 국가주도로 의료를 관리했다면, 이런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좀 더 있었을 것이다.  의료를 민간에 맡겨 자본주의 원리대로 흐르게 한 결과, 점점 늘어나는 확진자들을 수용할 음압병상이 부족하고, 반대로 나와 같은 1차 의료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은 하릴없이 허탈과 자괴감만 들고 있다.  국가가 국민을 이야기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은 책임지고 대비해야 한다.  의료는 그러한 기본 요소들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아주 효율적이고 편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민간주도에 통제대상으로만 여겨지는 대한민국 의료는 기술적으로는 발전했지만 구조적으로는 통상의 관리나 코로나 19같은 사태에 있어 매우 취약하다.  현재 정부가 대처를 위해 의료를 다루는 방식은 자발이 아니라 강제라는 점에서, 그리고 강제하지만 이른 시점에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현실은 분명히 드러난다. 


  확진자의 동선파악과 공개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정보의 바다와 사람들의 입에서 다루어지는 모습은 가히 폭력적이다.  마녀사냥과도 같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확진과 접촉은 곧 낙인이 되어버린다.  실제로, 제주 확진자가 다녀간 개인의원은 폐쇄조치와 자가격리를 당하면서, 가족들의 신상까지도 드러났다.  개인의원 원장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그 아이가 누군지 이야기하며, 불안을 호소하고 격리를 요구했다.  과도한 불안과 마치 신념인 양 정보를 퍼나르는 행위들이 의도하지 않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임을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하지만, 필요한 일은, 매우 낮거나 무지수준의 사고를 바탕으로 정보를 활용하는 이들에 의해 오용되고 유린된다.  사태는 보편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병원 실장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의료소모품의 가격이 엄청 뛰고 있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심지어 알콜솜 마저도 뛰어오른 가격에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의료소모품을 구입하고 생산하는 과정 중 많은 부분이 중국과의 수출입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환율 역시 요동치는 중이다.  자본주의 세상은 이미 많은 부분이 서로 연결되어 존재한다.  아베의 파렴치함은 기분나쁘지만, 반일불매운동이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이다.  코로나 19 역시 세상은 우리가 커다란 손실과 불편을 감내하지 않는 한, 이미 연결된 모든 것들을 불가항력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음을 증명한다.  누군가의 위기가 우리에게 다른 모습의 위기로 다가옴을, 그리고 우리의 위기가 다른 누군가의 위기로 이어지는 세상임을 깨닫게 한다.  우리는 좋든싫든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서로의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는 일은, 많은 역학적 변화를 고민해야하는 단순한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길게 풀어놓은 글은 결국 나 자신의 푸념일 뿐이다.  여전히 나는 1차 의료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병원으로 출근하고 환자를 보면서, 의심자가 오지 않기만을 바라야 하고, 다녀간 의심자가 확진자가 되지 않기만을 바래야 한다.  다녀간 환자가 확진자가 되어서, 병원이 2주 강제폐쇄되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푸념은 다시 자괴감이 된다.  나는 이 나라의 1차 의료진으로 존재감이란 없는 것일까?  대단한 일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보편의료체계와 현재의 심각한 사태에 대해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거들기라도 하겠다.  하지만, 이 나라의 의료체계에서 나의 입장은 투명인간과도 같다.  의료행정 시스템과 심평원의 눈에 거스르지 않으며, 입은 다물고 그저 네 병원이나 잘 운영하며 살라는 방치된 존재.  정부가 한 방향으로 쓸어가는 빗질에 그저 둥글게 쓸려가서, 구석 한 켠에 얌전히 쌓여 있어야 하는 흙먼지같은 존재.  아마도 이 자괴감은 내가 이 시스템에 지쳐서 나가 떨어질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