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ELF/나의 책

민욱아빠 2020. 2. 25. 10:22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위원장을 만났을 때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을 때, 우리는 남북관계에 있어 막연한 무언가에 대해 희망과 기대가 생겼었다.  그것은 두 권력의 악수를 통해 긴장의 완화, 그로 파생되는 남한의 긍정적 삶의 변화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연달아 악수했던 북한의 두 부자는 여전히 우리에게 장막을 펼치고 있었다.  시야를 가리고 좀처럼 말하지 않았던 그것은, 북한 인민들의 삶 자체였다.  


  우리가 일반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북한 인민들의 삶이란, 그저 수령님 옆에서 감동에 찬 표정들 뿐이었다.  최근의 남북교류 이후 남한의 예술가들이 북한에서 공연을 할 때에도, 보여진 것은 가면과 연극같은 일부 기득권층의 예상된 모습들이었다.  철저하게 가려진 북한 인민들의 삶을 우리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들은 매우 새롭고, 매우 흥미롭다.  알 수 없었던 북한의 실상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려진 장막의 뒤로 자연스레 들어가, 제 3자의 눈으로 둘러본 후,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재구성해 낸 북한의 모습은, 입체적이고 사실적이다.  여전히 금단의 땅인 우리에겐 청량하게 환기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북한은 90년대 중반 대홍수와 기근 이후에 권력과 국가 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면서, 통제가 약화되고 자본이 유입이 빨라졌다.  국가기반의 공식화폐 가치와 인민들 사이에 형성된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화폐의 종류와 가치가 달라지며 시장가격의 혼란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중앙권력의 구조와 통제력은 여전히 공고한데, 그것은 단지 김정은 혼자만의 지배력이 아니라, 하부 권력구조 간의 견제와 협력 위에 상부 김씨 일가의 상징성이 얹혀 공생의 형태로 유지된다.  국경지역에서는 활발한 자본과 물자의 교류가 형성되고, 외부 통신과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국경지역 인민들의 사고는 좀 더 개방적이다.  따라서, 북한 인민들은 수령의 영도력에 경도된 충성스런 로봇이 더 이상 아니다.  요약하자면, 북한에도 자본의 물결이 밀려들면서 인민들의 사고와 생활이 변하고 있고, 권력은 공고하되 인민들의 변화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읽다보면, 우리는 여전히 북한의 실상에 대해 오래된 버전의 기억으로만 이해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최근의 북한에 대해 이해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최신의 정보력과 수단이 아닌, 텍스트로 이해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이 아직도 존재하고, 그 영역이 바로 우리와 국경을 맞댄 지역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어색하다.  그리고, 제 3자의 시선으로 객관적이며 분석적인 글을 써내려가는 기자의 글은 반갑고 고맙다.  다니엘 튜더가 쓴 책을 세 번째 읽는다.  그의 글은 언제나 그러했다.  그의 글은, 기자출신으로서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어떤 기조가 있다.  간결, 쉬움, 객관성, 사실성이 분명하게 배어 있다.  군더더기는, 근거가 아주 분명하지 않은 사실을 말할 때에만 덧붙여진다.  거기에 제 3자로서의 객관적 의견은, 당사자인 우리가 쉽게 깨닫지 못하는 무언가를 적절하게 드러낸다.  


  북한은 어쩔 수 없는 변화의 물결에 물들어가며 주변을 조금씩 닮아가고 있고, 우리는 기자출신의 합리적인 문장을 통해 그들을 새롭게 바라본다.  우리에겐 아직 금기의 영역이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나라의 현실이다.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타인의 현실이기에, 이 책은 어떤 생각과 처지에 있어서는 필독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