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ELF/아들에게 권하는 책

민욱아빠 2020. 3. 10. 09:19

 

세상의 많은 이야기들은 착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결국 힘을 얻고 승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쁜 것들은 처음에는 힘을 가졌어도 결국 질 수 밖에 없음을 말하지.  그런데, 세상은 정말 그런 걸까?  내가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버티고 나아간다면, 나는 결국 행복과 편안의 자리에 올라 설 수 있을까?  우리에게 그런 희망은 언제나 필요하고 옳은 것일까?  아마도 너는 이제, 그런 이야기들은 너무 뻔해서 재미가 없고, 세상은 마냥 그러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이다.  영화 ‘겨울왕국’ 1편 처럼, 과정을 구성하는 스토리가 매우 흥미진진해서 결과의 뻔함을 뒤덮을 수 있는 정도나 되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막연한 희망에 기대어 산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면 우리는 풍요롭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이, 너희 학생시절을 지배한다.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막연한 희망의 빛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을 지배하는 거대한 구조 안에서, 작은 틈새처럼 존재한다.  틈새는 수없이 많은데, 비집고 들어가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알 수도 없다.  진실 또는 사실은, 비집고 들어간 틈새 뒤로 거대하게 존재한다.  학생인 너희들에겐 희망이라는 막연함으로 틈새를 가렸고, 어른들인 우리들에게는 복잡함과 바쁨으로 바로 보이는 틈새를 그저 지나치게 만든다.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 그래서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들이 몇몇 소개된다.  최규석이라는 작가는 그런 이야기들을 참 잘 썼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것들, 또는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의 뒷면을 휙 뒤집어 보여준다.  또는, 잘 안보이거나 무심히 지나쳤던 틈새를 과감하게 쫘악 벌려서 사이로 보이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과감하게 드러낸다.  예를 들어, 아름답고 착한 천사는, 참고 견디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인내의 메세지로, 결국 한 인간을 평생 고난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 장본인이 되고 만다.  세상은 공평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위바위보의 세계에서 공평함은 손을 펴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때로는 의도적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은 그저 몇가지 우화로 지어낸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생각해보면, 그리고 너희들이 앞으로 살아가다보면, 세상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실제로 항상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고, 틈새 뒤로 보이는 세상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면, 아빠는 너에게 한가지 교훈을 덛붙여주고 싶다.  겸손이다.  겸손은 착하게 살라는 의미가 아니다.  스스로 말을 줄이고, 행동을 조심하라는 의미이다.  생각없이 내뱉은 말과 저지른 행동이, 은연 중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생각하라는 의미이다.  세상의 구조 안에서는, 네가 아무리 조심해도 실수나 상처를 만들 수 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세상에 대한 너의 인식과 이해는, 네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슬프게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럴 때에는 바로 사과를 할 수 있는 용기와 여유도 필요하다.  이 책은, 세상의 복잡다단한 구조 안에서 살아야 하는 너희들이, 좀 덜 오만하고 좀 더 조심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것을 아빠는 겸손이라 표현했다.  사실 너희들의 시간은 이런 것들이 쉽지 않다.  그러나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면, 생각의 성숙은 좀 더 빨라질 수 있다.  그런 훈련이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