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맛집&멋집/다른동네맛집

민욱아빠 2016. 10. 19. 12:28

    역시, 맛의 기준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주관성 강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동의할 수 없는 무언가를 안으로 눌러놓아야 한다는 전제를 품고 있는지 모릅니다.  맛집 역시 그렇죠.  그래서 한 가지 사실을 쉽게 도출할 수 있는데, 블로그에 소개된 맛집이 진짜 맛집은 아니다라는 당연한 명제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현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블로그에 소개된 맛집을 찾아다닌다는 현상입니다.  제가 사는 제주에서 흔히 보는 현상인지라 좀 익숙합니다만, 맛집이라는 데를 다녀온 후의 반응들은 참 궁금합니다.  정말 만족스러웠을까..  상해에서 저는 처음 방문하는 여행객이었고, 정보력이 없었던 우리 역시 블로그에 의존한 집들을 찾아다녔는데 그건 단순히 사실의 확인을 거치는 과정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당황스러운 경험도 해 보았습니다.  상해 신천지의 미슐랭 별 하나짜리 식당에서  말이지요...


6.  예 상하이


  신천지에 위치한 예 상하이에 우리는 미리 점심예약을 하고 갔습니다.  간판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어쨌든,  미슐랭 별 하나짜리 식당이라는 기대감을 잔뜩 가지고 예약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서 자리했습니다.  그리고 주문을 했죠.  아내는 이 집의 베이징덕에 기대가 컸었나봅니다.  메뉴판을 보고 베이징덕은 일단 점찍어두고 다른 메뉴들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주문을 하는데,  직원의 말이 오늘 분량의 베이징덕이 다 떨어졌답니다.  네?  점심시간에 벌써?  의아한 표정을 지었더니 서로 영어에 서툴러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그냥 손으로 홀 전체를 스윽 둘러보라 하더군요.   


  손을 따라 둘러보니,  홀 안의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베이징덕을 주문해 먹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베이징덕을 먹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인여행객들이었고, 홀 안 테이블의 80%가 한인여행객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우리가 자리에 앉을 때 뒤이어 들어와 옆자리에 앉은 여자 셋이 알고보니 한인 여행객이었고, 그들이 우리보다 한 템포 먼저 주문한 베이징덕이 그날의 마지막이었다는군요.  아내는 멘붕에 빠졌고, 우리는 급격한 의지저하로 메뉴판을 들고 혼란상태에 빠졌습니다.  블로그를 보고 우루루 몰려드는, 실패하지 않겠다는 마음 반과 쏟아지는 정보 안에서 무얼 고를지 모르겠다는 결정장애의 무기력 반이 만들어낸 기이한 현상,  그것을 우리나라도 아닌 다른나라에서 한국여행객들에 느껴야 한다는 사실이 절 조금 짜증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저도 그런 기이함에 한 몫 거들고 있는 사람이니..  입 다물어야죠.


  혼란상태를 조금 추스르고, 아내는 메뉴선택의 의지를 상실했으니 제가 수습해야 합니다.  그리고,  Gandma's Home에서 느꼈던 사실을 생각합니다.  메뉴판을 보니 여기도 주방장의 추천메뉴가 붉은 게 문양으로 표시되어 있더군요.  주방장 추천메뉴로 가기로 했습니다.    거기에 제가 궁금한 메뉴들을 추가하기로 하구요.  위 첫 사진의 딤섬이야 궁금해서 주문한 것입니다.  미슐랭 별 하나의 실력있는 식당이니 딤섬도 맛있을 거란 전제하에서 말이죠.  그 다음 사진은 완탕인데 담백하고 은은함이 좋았으나 좀 더 간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위의 사진은 제가 궁금해서 주문해 본 요리인데, 손질된 생오리를 술에 담가 숙성시킨 것입니다.  마치 살짝 쪄낸듯한 식감이었는데 술향기와 함께 숙성된 고기가 은근한 조화를 이룹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실제로 아내는 잘 먹지 못했는데, 도전해볼 만한 요리라 생각합니다.


  이건 주방장 추천요리 중에 선택한 것인데 게딱지에 게살을 넣어 만든 밥을 올린 것입니다.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맛은 좋지만, 양이 너무도 적습니다.  게딱지의 크기가 초딩주먹만해서, 두 수저면 모두 사라져버립니다.  게다가 양에 비해 가격도 좀 됩니다.  이것은 멘붕에 빠진 아내를 위해 선택한 요리라, 전 살짝 맛만 보고 모두 넘겼습니다. 


  아이때문에 다니는 곳마다 볶음밥을 주문했는데,  그러다보니 식당마다의 맛을 볶음밥을 기준으로 가능하게 됩니다.  예 상하이는 뭐, 그런 점에서는 분명 빠지지 않는 집입니다.  이제까지 맛 본 볶음밥 중에 가장 고슬고슬하고 간도 잘 배어 맛있었습니다. 


  7.  예리샤리(Yershari)


  연일 실패가까운 마음으로 마무리되는 맛집투어는 신천지 예 상하이에서 절정을 이루었고,  그 아쉬움을 시난맨션 상가의 한 수제맥주집에서 달랜 뒤에 가장 만족스런 저녁메뉴는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미 블로그 맛집을 찾아다니는 건 아무 의미없음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죠.  그리고는 전날 못 들어가 본 예리샤리의 양고기에 대한 미련을 떠올립니다.  역시 우리도 아무데나 들어가 먹을 용기는 없었나봅니다.  그래서 남경동로의 번잡함 안, 어느 상가에 있다는 예리샤리를 찾아갑니다.


  예리샤리의 양꼬치구이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원없이 먹어보고자 양꼬치를 막 주문해서 먹는데, 이게 분점으로 여러곳인지라 분점마다 맛의 차이가 조금씩 느껴집니다.  약간 간이 심심하고 익은상태도 조금 아쉽습니다.  양꼬치구이는 동방명주타워 앞 정대광장 1층에 위치한 예리샤리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사먹는 것이 제일 맛있고 간편합니다.


  이 메뉴는 어묵과 쌀국수면을 매콤하게 버무린 샐러드같은 요리였는데 깔끔하고 매콤한 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식당에서 처음 보는 요리중에 아무거나 주문해서 만족스럽기가 좀 힘들긴 합니다만,  이 요리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사실 이 집은 블로그 정보로만 따지자면, 닭도리탕 비슷한 닭요리가 맛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배가 좀 많이 부른 상태였고, 양꼬치에 대한 기대가 우선이었으며, 블로그에 대한 불신이 싹터버렸기에, 이 집에서 신메뉴라고 소개하는 양고기 스튜같은 이 요리를 주문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옆 테이블의 현지인들은 블로그에서 말한 그 요리를 먹고 있더군요.  머리에 살짝 혼선이 생겼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저녁메뉴로 양고기를 선택한 것은 잘 한 일이 되었습니다.  양고기꼬치와 콩이 잔뜩 들어간 양고기스튜는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여느 캐주얼 레스토랑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일반적인 집이었습니다.


  7. Charme


  마지막날 훙커우공원 옆 쇼핑몰 안에 위치한 이 집에서 상해의 마지막식사를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집은 가지 말아야 할 집입니다.  우리의 마지막 식사는 완벽히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이 집을 올린 블로거 역시 어떤 기준으로 이 집을 올린건지 심히 궁금해졌습니다.  단지 자신이 가 본 집을 맛집으로 생각하고 전부 올리는 그런 블로거는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웠습니다. 


  고를만한 메뉴가 딱히 떠오르지 않아 전식으로 소개된 오크라라는 채소를 주문해보았습니다.  현지 사람들은 죽순이나 야채류 등을 많이 먹는 모습을 보아서 저도 비슷한 것으로 한 번 골라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오이와 고추의 중간쯤 되어보이는 별모양의 이 야채는 초간장에 절이니 꽤 괜찮은 식감과 맛을 보여주더군요.  식전음식으로 좋은 느낌이었으나, 끈기를 가지고 흐르는 액이 나오는 채소라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블로그에서 소개한 메뉴라서 주문한 이 메뉴는..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튀김옷 상태도 그닥 별로고 고기도 별로 없는데다가 전체적인 맛은 우리나라 과일탕수육 정도나 될 어설픈 맛이었습니다.  거기에 소스를 뿌리니 달큰함이 더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제가 음식을 너무 저평가하는 건 아닌가 싶어 역시 주문한 볶음밥으로 가늠해보았는데,  결과적으로 이 집은 대실망이었습니다.  너무 기름지고 이런저런 맛의 요소없이 간만 세게 해서 짠 볶음밥이었습니다.  이 정도는 제가 집에서 아무렇게나 볶아도 될 수준이었습니다.  이 집이 대체 왜 블로그에 소개되었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상해 맛집 여행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우리 역시 정보력의 부족으로 블로그 검색밖에는 의지할 만한 정보가 없었고, 현지에 사시는 분의 조언을 들어도 제가 소개한 비슷한 집들 정도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은 단지 블로그 확인절차 수준에서 그쳤고, 맛은 그저 그런 수준의 나열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블로그 의존 몰림현상을 상해에서,  그것도 한인들의 몰림으로 기대했던 요리를 맛보지 못하는 당황스런 순간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도 그런 기이함에 일조하는 사람이라 입은 다물지만, 쏟아지는 엄청난 정보가 사람들을 똑똑하게 만들지는 않으며, 되려 의존만 키우고 판단과 용기는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여행이었습니다.  상해의 맛집은 쇼핑몰과 같은 거대한 현대식 건물에 있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잘 찾아가지 못한 뒷골목 어딘가에서 발전이라는 변화에 휩쓸려 사라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집을 찾아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상해여행은 이번 한 번 정도로 충분하다 싶어,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그닥 생기지 않는데, 그런 맛집을 만날 수 있다면 반드시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반갑습니다.
상해 맛집의 상차림을 보니까 입가에는 군침이 돌기 시작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거운 불금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