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ELF/나의 영화

민욱아빠 2019. 11. 13. 11:23

  영화를 번에 감상할 없었다.  조용하고 묵직하게 가슴을 눌러오는 답답함과 우울함이 겹으로 쌓이는 기분 때문이었다.  감독은 주인공을 처음부터 버리기로 작정한 했다.  항상 주인공을 비추는 화면은, 보는 사람에게도 버려짐의 기분을 충분히 선사했다.  마치 나락으로 떨어지는 셀마와 내가 밧줄로 연결되어 있어 함께 떨어지는 같았다. 


  절망과 우울의 보편이 있을까? 그것은 저마다의 크기가 있고 감당의 무게 역시 제각각이다.  그러나, 크기와 무게에 보편의 수준이 있다고 가정하고 영화를 본다면, 우리는 감독의 시험에 빠져들고 만다.  잔인한 고문같기도 하다.  영화 끝까지 참아낼 있는가의 문제 역시 저마다의 일이지만, 영화 끝까지 보고 말았다면 하나의 의문을 떠올릴 있다.  절망과 우울의 실존에 대해서 말이다.  셀마는 영화 가상의 인물이고, 영화는 가상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영화로 만들어질 있었던 현실의 어떤 계기, 절망과 우울이 닿을 있는 현실과 인간감정의 극한의 지점은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상상하기 싫지만, 그런 지점이 존재하기에 감독은 셀마를 작정하고 극단으로 몰아세우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영화는 내내 희망을 주지 않는다.  아니, 희망의 기회를 주면서도 셀마로 하여금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게 만든다.  낙관인지 포기인지 모를 그녀의 마음은 철길 위의 노래에서 드러난다.  흐르는 물을 보았으니 나이아가라 폭포를 거나 다름없다는 그녀의 단념은 시력을 잃어가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단념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희망과 즐거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뮤지컬 무대에 보려는 노력과 기대가 있었다.  모든걸 단념하고 죽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교도소 독방의 환풍구에서 조그맣게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들에 답하고자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무슨 소용이 있는가..  셀마는 뮤지컬 연습장에서 경찰에 체포되고, 독방의 환풍구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맞는 죽음 앞에서 교도관과 캐시의 동정과 배려는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감독은 셀마의 상황을 꼼꼼하고 차근하게 아래로 아래로 끌어내린다.  언제나 입가에 웃음을 간직하고 나름 즐거움을 만들어보려는 그녀의 노력은 영화 내내 어색하고 허무하다.  상황은 어느하나 절망적이지 않은 것이 없고, 기회는 작정한 스스로 포기한다.  화면 역시 절망의 표정들을 떨리는 손으로 크게 담아낸다.  교수대 위에서 죽음의 공포에 떠는 셀마를 카메라는 집요하게 담는다.  노래가 마지막 노래는 아니라고 아들을 떠올리며 부르는 노래가 이어진다.  캐시가 이제 수술을 마친 아들의 안경을 셀마에게 쥐어준다.  죽음의 공포에서 작은 위안을 얻은 셀마는 계속 노래를 부른다.  감독은 끝까지 잔인해지기로 작정한 하다.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교수대의 바닥은 열리고 셀마의 목은 꺾인다.  손에 아들의 안경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보조판에 묶인 채로 목이 꺾여 매달린 셀마가 잠시 흔들린다. 그제서야 커튼은 모습을 가린다.  


  겨우 영화의 끝을 마무리 해냈다.  가슴을 미친듯이 옥죄던 절망과 우울이 영화라는 허구였음에 안도하는 순간, 의문은 다시 안도의 바깥으로 솟아 올랐다. 셀마의 절망과 우울은 현실에 실재할 있는가.  내가 답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절망과 우울은 각자의 것이기에, 그리고 고통은 스스로 겪는 만이 그것을 표현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인간의 상상이 아닌 인간 실존의 고민에서 비롯된 이야기로 영화를 만든 것이라면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잔인한 천재감독이 관객의 마음을 가지고 벌이는 시험이라면, 나는 감독에게 결코 유쾌하지는 않은 박수를 주고 싶다.  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우울의 나락으로 빠뜨리는 있어서는 정말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감독이라고 말이다.  영화 이후로 만든 영화 편을 입장에서 촌평을 날려본다면, 관객과 영화 인물들을 당황스러운 방식으로 우울하게 비틀어버리는 기술의 시작은 영화에서 비롯되었음을 느낄 있었다.  어둠속의 댄서 이후의 영화에서 보이는 우울과 비틀기는 차라리 배려에 가깝다고나 할까..  셀마는 우울과 절망이 닿는 극도의 지점에서 인간을 시험하는 정교하고 치밀한 인격적 장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