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ELF/나의 와인

민욱아빠 2012. 4. 12. 09:51


  외과 봉직의를 하면서 내가 후배 의사들을 가르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적은 없었다.  병원내 의료인력에 대한 간단한 강좌같은 것은 한 번 해 본적은 있어 이후에도 몇 번은 강연을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후배의사와의 일대일 관계로 수련을 책임지리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재작년 어느 시기부터 갑자기 후배의사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병원간 의료협약이 되어있는 서울의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이 우리병원 외과로 파견을 오게 된 것이다.  일방적인 결정에 조금 의아해하긴 했는데 봉직의라는 입장이 절차문제나 수련문제를 내세우며 의문을 제기하기엔 나름의 한계가 있고, 또 후배의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환자를 보는 것이 나에게도 도움이 될 듯 하여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었다. 


  환자는 없지만 나름 알고 있는 것들을 케이스에 준하여 많이 설명해주려 노력한다.  가정의학과의 특성상 외래진료를 바탕으로 하는 일차진료기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인지라 주로 외래에서 행하는 처치나 설명의 기법, 그리고 수술방에서의 봉합등에 중점을 둔다.  검진에도 관여를 하고 있어 내시경 등에 대한 수련도 함께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심들은 매우 높다.  제주라는 특성상 조금은 편하게 수련하고 싶어하는 눈치도 있고, 나 역시 환자가 그닥 많지는 않아 부담감 많은 일정을 부여할 수도 없어 적당하고 편안하게 수련일정을 함께 해나가고 있다.  두달마다 번갈아가며 파견오는 전공의들과 종종 하는 회식도 나름의 즐거움이다. 


  최근에는 농담삼아 내시경 수련을 도와준 전공의에게 송별회겸 우리집에서 저녁을 먹자 제안하며 수련턱으로 와인 한 병 내라 했더니만 정말 와인을 가져와 즐겁게 마신 일이 있었다.  이번 전공의한테도 환송회를 겸해서 농담삼아 와인 한 병 쏘라 이야기했더니만 정말 사진속의 와인을 사 온 것이다.  살짝 계면쩍어지면서도 나름 즐겁게 와인마개를 열었다.


  라벨이 특이하다.  행사와인으로 십이지에 맞게 라벨을 디자인한 와인이라고 한다.  잔에 따른 와인은 투과성이 좋지 않은 검붉은 진한색을 띄는데 가장자리로 갈수록 투과도가 금방 좋아지는 걸 보면 아주 진한 색상은 아닌듯 하였다.  향을 맡아보면 검은과일의 달달한 향이 조금 섞여있는, 산도가 높은 과일의 향이 주를 이룬다.  거기에 약간의 꽃향기가 배인 흙냄새가 존재한다.  대체로 복잡하지는 않았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은 약간의 달달함이 존재하는 감귤류의 신맛이 그닥 거스르지 않을 정도로 중심을 지배한다.  그 신맛에는 약간의 상쾌함이 존재한다.  뒤이어 미세한 실크의 느낌이 입안을 감싸다가 약간의 시간차로 흙맛이 나타난다.  여운은 적지만 뒤이어 입안에 가벼운 쓴 맛이 남는다.  탄닌은 대체로 중간정도이다.


  농담처럼 지나가는 말로 건넨 이야기에 두번의 와인선물을 받자니 좀 민망해진다.  이건 나는 농담으로 했다지만 상대방에게는 농담처럼 들리지않는 나의 표정과 화법의 미숙함 때문이던지, 아니면 수련의와 봉직의라는 수직적 관계에 따른 어떤 요구로 들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그저 함께 환자를 보고 가끔 함께 회식을 하거나 맥주 한 잔을 하며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고 좋은데, 이런 상황까지 만들어버린 내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그저 조용히, 부담주지 않는 방법으로 나에게 오는 전공의들과 좋은 시간을 만들어보아야겠다.   

와인 한병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군요~
즐거움은 언제나.. 모든 것에 의해..^^
한병의 와인으로 후배의사와의 돈독한 시간을 갖는것은 그 후배 의사에게도 더할수 없이 뜻깊은 시간일진데..
소심하게 와 그 카십니까.

제가 민욱아빠님 같은 분이 와인한잔하며 저녁시간 갖자고 하면 와인을 박스로 이고 가겠구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어느하루의 저녁.
말이 통하는 사람과의 조촐한 술자리.
캬~~~
그걸 우예 와인값에 비교를 하리.

꼭 초대하겠습니다. 박스로 이고오는 와인이라면 정말 대 환영입니다.ㅋㅋ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데 아무래도 가르치는 입장과 평가하는 입장이란 당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세우게 하나봅니다. 편하게 해준다 하는데도.. 제가 부족한건지..^^

이번엔 남자선생들인데 양주를 사오라 할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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