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ELF/나의 잡담

민욱아빠 2014. 1. 1. 11:08

  2012년 12월 19일, 지난 대선이라는 시점에서 생각해보니 우리는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왔더군요.  참 빠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당선인은 취임 후 주국인 미국에 인사하러 간 찰나 벌어진 윤창중의 성추행 사건이 바로 얼마전의 일인 것 같은데 달력은 벌써 새것으로 갈아야 할 시기라니요.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강정에 대한 관심도 너무 소홀해졌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선의 여파가 무척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뭔가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아닌 것은 아니어야 할 상황이 반대의 현실로 나타나게 됨으로서 마음은 무척 무거워졌고, 그 무거움은 생각보다 둔중한 충격으로 여파가 몰아쳐왔었나 봅니다.  

 

  강정에 들러야지 하는 마음은 여전했고, 사실 몇 번은 들렀었죠.  하지만 이전같이 구체적으로 둘러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거기에 한여름 폭염에 손님들에 바쁘다는 핑계로 관심은 덜했음이 사실이었습니다.  일년이 지난 시점에, 우리는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을 수 있는 일로 되어가는 사건을 겪었습니다.  바로 공권력의 민주노총 침탈사건이었는데, 그날의 소식을 들어가며 문득 강정을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산남의 햇볕은 맑았지만 추위가 몰아쳤던 날의 강정은 일말의 죄책감으로도 다가왔습니다.  무얼 하다가 이렇게 추워져서야 간신히 들렀는가 하고 말입니다.

  풍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더군요.  일렬로 선 케이슨이 조금 많아지고 공사장은 조금 정돈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겨울의 산남 바다는 비교적 잔잔하지요.  북서풍이 산을 넘으면서 잦아들거든요.

  방파제 공사는 어느 정도 진척되어 보입니다.  많이 길어졌네요.  공사장비들의 끊임없는 움직임.  바지선으로는 레미콘 트럭들이 세 대씩 실려 들어갑니다.  쉬는 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행되는 공사는 여전합니다.

  뭔가를 자꾸 채워넣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안쪽에서는 끊임없이 준설작업이 이루어집니다.  바다속은 얼마나 파괴되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기지의 당위성이나 절차의 위법성까지 안 가더라도, 공사의 적절성과 합리성을 결과만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부당하고 아프달까요?  결과적으로 용도와 기능에 대한 사후평가가 이루어질 때, 심각한 문제들이 발견되고 발생된다면, 그간의 희생당하고 파괴당한 모든 것들의 억울함은 대체 어떻게 보상받고 위로 받아야 할까요?

  가까이 다가간 자리에서 1.2킬로에 달하는 너럭바위인 구럼비의 한 끝자락을 바라봅니다.  드넓은 바위의 겨우 한자락만을 이제는 철조망너머 간신히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본래의 몸뚱아리는 알다시피 폭약에 파괴되어 형체를 잃어버렸습니다.

  파괴된 본 바위들은 저렇게 테트라포트에 가리고 묻혀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 바위들도 콘크리트에 묻혀 반 영구적으로 매장을 당하겠죠.  인간이 계획한 많은 공간과 지형들은 이런 수순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묻어버렸을 겁니다.  구럼비가 안타까운 것은 그런 과정이 너무도 무작위적이고 폭력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철조망에 갇혀버린 구럼비와 공사장, 그리고 철조망 밖의 내가 서 있는 자리..  공간은 이렇게 나뉘면서 얼마나 지난한 싸움을 겪어야만 했던가요.  처절함이었습니다.  철조망 바깥으로 사제들이 섰었고, 사람들은 모여 구럼비를 외치고, 누군가는 포크레인과 트럭에 매달리고 진입을 가로막다가 용역에 얻어맞고 철장에 갇혀야만 했죠.  지금 이 곳은 철조망의 을씨년스러운 모습과 더불어 차가운 기운만 가득합니다.

  중덕삼거리도 한산하기만 합니다.  날이 추워서 그렇겠지요.  활기는 그닥 느껴지지 않지만, 누군가는 꿋꿋하게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음을 모습만으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저항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죠.

  중덕이도 조금은 무료한 표정이지만 이 자리를 꿋꿋이 잘 지켜내고 있습니다.

  서각 역시 누군가 이곳을 지키며 꿋꿋하게 저항을 이어나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이 단이 왜 생겼을까요.  공사장 건너 강정천을 내려다보는 이 곳에 왜 이런 제단이 생겨야만 했나요. 

  제단 옆으로는 무거운 바위들이 길가를 점령했습니다.  화단을 만든다며 쌓은 바위이지만, 아스팔트 갓길이 화단이 될 이유도 없었을 뿐더러 화단은 관리조차 되지도 않았습니다.  멀리 서울 대한문 앞의 쌍용 해고노동자 천막이 화단을 만든다는 이유로 철거되었듯, 이곳도 여름 어느즈음 같은 이유로 이렇게 된 것이죠.  꽃이 사람보다 아름다운 모습은 이 사회에서 한두곳이 아닙니다.  사람은 이제 같은 사람에 의해 영장류로서의 생태적 지위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단은 그러니까, 박탈당한 인간의 지위와 권리를 구럼비와 함께 위로하는 하나의 상징이었습니다.

  서각은 저항의 표현입니다.  옳지 않은 것에의 저항..  강정도 분명 그런 저항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제각각 저항을 이어나갑니다.  거대한 폭력과 파괴가 바로 길 건너에서 벌어지고 있고, 반대편에서는 힘없고 낮은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을 이어나갑니다.

  칠순이 넘은 노신부님은 손가락을 다쳐 한동안 병원신세를 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불편한 손을 써서 서각을 이어나갑니다.  불편한 손가락은 이제 아코디언 연주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말하시지만, 그만 두겠다는 말씀은 하지 않으십니다.  초로의 왕성한 정력은 손가락의 치유에도 많은 에너지를 주었는지 노신부님의 상처는 의사가 보기에도 놀랄 만큼 빠르게 나았습니다.  그리고 한없이 샘솟는 힘으로 낮은 곳에서의 저항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계십니다. 

  제주는 그리고 강정은 사시사철 생명을 기를 수 있는 땅입니다.  노지의 검은 밭에서는 이제 완두가 싹을 피우며 올라오고 있습니다.  춥지만 온기가득한 햇살과 한겨울에도 비교적 완연한 바람은 무언가를 지속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여건이 되어줍니다.  그래서 노신부님도 한겨울이 다가오는 지금도 한낮의 햇살만으로 길가에서 서각을 이어나가고 계십니다.  그리고 지근의 소식은 강정마을 회장단 선거에서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입장의 분들이 차기 회장단으로 선출되어 저항을 이어나갈 것이라는군요.  지금의 답답한 사회현실 속에서 이 결과가 어떤 모습과 의의를 가질지는 너무 쉽게 판단하거나 기대만으로 말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의지는 분명해보입니다.  그리고 당연해보입니다.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공권력에 의해 파괴된 마을공동체가 제대로 된 보상이나 생계를 보장받은 사실이 이제껏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저항은 나름의 당위를 얻기 때문입니다.

  일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데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사실 앞으로 더욱 더 자주 강정을 들러야겠다는 생각은 그닥 들지 않습니다.  왠지 마음이 더 아플거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금은 차분한 상태로 진중하게 공부하고 성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아픈 마음이 합당한 당위를 가지지 못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일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제껏 우리가 나름의 방식으로 이어온 저항의 중간결과가 아픈데, 그것에 단지 허탈감을 느낀다는 것은 함께했던 일원으로서 내 스스로 무언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강정은 이제 저마다의 성찰공간이 되어줍니다.  저항을 폭력으로 이어나갈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좀 더 내면의 무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마음아픈 날, 강정의 마음아픈 모습을 둘러보며 조용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Bonne Année!!!
민욱이네 가족 모두~~^*^

강정의 평화, 강정에 평화.
턱괴고 있는 견공을 보니, 평화스럽긴 합니다만.

더욱 멋진 2014년 만드세요.

은비님도 멋진 2014년이 되시길.. 무릎에 날개를 달고 이번에는 숨기시지 말고 제주에 놀러오셔요.. ㅎ
녜~~~♥^^
민욱아빠네 가정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강정에도 평화가 깃들기를...
어복이 충만하시길 빕니다. ㅎ
본질이 흐려진 이념문제로 치달으면서 생명력이 끝났다고 봅니다...애초에 사실관계도 엉망진창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