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ELF/일 기

민욱아빠 2020. 1. 23. 07:53

  2020년의 첫 달은 나름 분주했다.  그 분주함이 병원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어서, 조금은 숨통을 틀 수 있었다.  이른 아침과 오전시간을 되찾았고, 그 시간을 책읽기와 글쓰기로 채울 수 있었다.  아내와 아들이 미국 여행에서 돌아오니, 살림에 쓰던 시간을 좀 더 그 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열리는 불기도서관의 강유원 선생님 초청 연속 강좌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토요일마다 오후 4시간은 강의 수강에 할애했다.  시즌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던 농어 낚시도, 1월이 되면서 운 좋게 두 마리를 낚아 내었다.  


  쌓인 책들을 어서 읽어내자는 강박에 요즘엔 책방투어를 자제하고 탁자에 쌓인 책들을 순서를 정해 하나하나 읽어나가는 중이다.  책읽기는 시간이 필요하고, 책이나 문장에 따라 읽히는 속도가 제각각이라, 꾸준히 읽어나감에도 쌓인 책은 쉽게 줄지 않는다.  글 역시, 매 주 지정한 주제의 글 한 두편은 꼭 쓰려 노력하고, 다 읽은 책 중 독후감이 가능하겠다 싶은 책은 따로 두고 독후감을 쓴다.  그러다보니, 독서와 글쓰기의 시간안배와 집중 조율이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강유원 선생님의 강의는 항상 책 추천을 한다.  그리고 나는, 추천받은 책을 거의 강박적으로 사들인다.  책이 다시 쌓였다.  책을 또 살까봐 책방 나들이를 자제하고 있는데, 자제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아들녀석은 이제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데, 남들보다 이른 방학을 맞은 셈으로 미국 여행까지 다녀와서 집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나름 진학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아빠가 보기엔 참 많은 시간을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보기 좋고, 사실 그렇게 좀 쉬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부모로서 고민은 없을 수 없고, 나는 그런 고민 중 하나를 아이의 책읽기와 글쓰기에 투사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엔 틈나는 대로 중학교 추천 도서를 검색해보고 있다.  어린이 도서연구회를 비롯하여 웹 상에 돌아다니는 추천도서들을 살피는 중이다.  저마다 천차만별의 방식을 추천도서를 내고 있고, 선정된 도서들도 워낙 많아서 선택 자체가 혼란스럽다.  나는 달마다 선정도서 중 선택된 책에 대한 추천서 형식의 글을 써서 아들에게 건넬 생각인데, 계획부터 책 선정과 글쓰기 전의 사전공부량에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녀석이 추천해 준 책을 읽느냐 마느냐이다. 


  강유원 선생님이 올해의 강좌 주제로 선정한 책이 칼 슈미트의 땅과 바다이다.  땅에서 바다로의 시각이 전환되던 시대를 이야기하고, 바다의 패권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자신의 생각과 함께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강유원 선생님의 강좌는 폭넓고 깊어서, 책을 쓰게 된 배경과, 저자가 살았던 시대의 역사적 배경, 그리고 번역의 문제와 책이 가지는 의미가 한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 가지를 치는 방대한 지식이, 공부는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라는 하나의 본보기가 된다.  씨줄과 날줄을 촘촘하게 엮어 하나의 튼튼하고 조밀한 천이 되듯, 정교하고 탄탄하다.  그렇게 흉내라도 내어서 아들녀석에게 뭔가를 보여주려니, 나는 지식도 너무 얕고 이해력과 지식의 직조력도 부족하다.  그리고, 방법에서도 어설프다.  이래서 공부는 제도교육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시즌 초반, 시즌마다 정한 농어숙제를 올해는 못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농어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새해의 시작을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밤 갯바위에서 보냈을 정도로 틈마다 출조에 나섰지만, 어려웠다.  그러다가, 파도가 적당하겠다 싶은 어느 밤 두 번의 캐스팅에 60센티 정도의 넙치농어를 낚았고, 바람이 미친듯이 불고 바람에 파도가 일렁이던 어두운 밤 80센티 정도의 넙치농어를 낚았다.  이번 시즌 숙제도 충분히 해 내었다.  농어낚시를 자주 다니고 자주 낚는다면 게임피쉬로 생각하고 사진 촬영 후 바로 풀어주겠지만, 두마리는 온전히 필요해서 모두 손질해서 가져왔다.  숙성회로 지인들과 모임에 사용했고, 제주에 내려오신 장인 장모님께 진한 매운탕을 끓여드렸다.  아들녀석도 내가 끓인 매운탕을 좋아해서, 직접 낚은 농어는 아주 요긴하게 활용되었다.  낚시가 힘들어지는 2월이 되기 전에 한 마리 정도 더 노려볼 생각이었지만, 유난히 춥지 않은 1월에 비가 연속으로 내린다는 예보로 반 포기상태에 있다.


  구정 연휴가 내일부터다.  우리 가족은 연휴에 대만으로 여행을 계획중이다.  연휴 뒤로 3일의 휴가를 붙여, 넉넉하고 여유롭게 다녀올 생각이다.  가오슝 타이난 타이중을 돌아 올 것이고, 아내는 일정과 호텔예약에 집중하고 있다.  여행만 가자 했지, 세부일정에는 전혀 관심없는 나는 그저 여행의 시작만을 기다릴 뿐이다.  여행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동네나 한적한 공간을 어슬렁거리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오고 싶다.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더구나, 명절의 대만이라니..  재작년 이맘때의 타이뻬이가 생각나서 조금 걱정이다.  그나저나, 올해는 반드시 유럽 어느 나라 한 곳은 꼭 가 볼 생각이다.  일본 큐슈여행은 언제나 해 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