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애호가의 삶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과학관 학예사의 글쓰기 공간입니다.

01 2021년 01월

01

일상 마흔이 되었다

나는 1982년에 태어났다. 내 나이 올해 마흔이다. 나는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과학 교과서나 과학 문제집보다는 과학 이야기책들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대학과 대학원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했다. 나는 20세기 전반기에 활동한 논리경험주의자들의 저술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과학철학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 박사학위를 받지 못했고,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에도 논리경험주의자들이 쓴 글들을 번역하여 연구할 생각이다. 내가 중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는 학자는 한스 라이헨바흐다.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나 아닌 누군가가 라이헨바흐가 아닌 모리츠 슐리크, 에른스트 카시러, 루돌프 카르납과 같은 학자들에 대해서도 연구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목표한 일들을 겨우겨우, 천천히, 하..

댓글 일상 2021. 1. 1.

20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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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카페의 단골손님

나는 어지간한 음식은 다 잘 먹는다. 식성이 까다롭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가끔씩 어떤 음식이 몹시 먹고 싶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경우도 거의 없다. 차나 술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나는 드립 커피도 괜찮고 일회용 커피도 괜찮다. 또한 나는 저렴한 와인이든 고급 와인이든 상관없고 그냥 있는 대로 마신다. 비슷한 논리가 옷이나 신발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몸에 맞고 너무 이상하지만 않으면 입고 다니고, 발 크기에 맞으면 그냥 신고 다닌다. 나도 내가 왜 이런 사람인지 모르겠다. 그저 이런 나를 이해해 주는 아내에게 감사할 뿐이다. 주중에 회사 나갈 때는 돈 쓸 일이 거의 없다. 점심값 4천원을 빼고는 대부분 돈을 쓰지 않는다. 차의 경우 회사에 구비되어 있는 1회용 커피나 녹차를 마시면 된다. 딱히 하는 운동..

댓글 일상 2020. 12. 20.

16 2020년 12월

16

일상 2020년을 정리하며

막내 아들이 새벽 3시쯤 깨서 우유를 먹이고 안고 다독이며 재웠다. 아들이 잠이 든 후 아들 대신 내가 잠에서 깨어 이처럼 고요한 새벽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시간에 딱히 할 만한 일이 생각나지 않고 이제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라, 올 한 해에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정치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그런 나조차도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때면 내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에 대해서 함께 생각할 수밖에 없음을 실감한다. 나는 정부가 여러 측면에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대처는 여전히 잘 하고 있고, 최근 1~2주 간에 감염 확진자가 다소 많아졌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 상황을 잘 견뎌 내리라 본다. 중요한 법안들을 처..

댓글 일상 2020. 12. 16.

08 2020년 12월

08

과학철학 시공간철학 강의를 끝내며

어제(2020. 12. 7.) 강의는 2020년 2학기 시공간철학 수업의 공식적인 마지막 강의였다. 이번 수업을 통해 데이비드 흄과 임마누엘 칸트의 철학적 시간 공간 이론, 시간과 공간에 대한 에른스트 마흐와 앙리 푸앵카레의 견해를 살펴보았다.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 논문을 읽었고, 아인슈타인의 자신의 철학적 견해들을 읽었다. 상대성 이론이 제기한 철학적 문제들에 대해 에른스트 카시러, 버트런드 러셀, 모리츠 슐리크, 루돌프 카르납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살폈고, 최종적으로 한스 라이헨바흐의 시공간철학에 대해 3주에 걸쳐서 검토했다. 다음 주에는 ‘시간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편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시공간철학 수업의 조..

댓글 과학철학 2020. 12. 8.

30 2020년 11월

30

일상 학문에의 헌신이라는 이념

나는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학위와 석사 학위를 받고 현재 박사 학위 논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천편일률적인 것은 아니다. 선천적으로 머리가 비범하게 뛰어난 친구들이 있다. 또한, 이들만큼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지는 않아도 제법 좋은 머리에 어린 시절부터 아주 좋은 교육을 받아 우수함을 유지한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두 부류 모두에 속하지 않았다. 나를 특성화시키는 두 단어는 ‘순진함’과 ‘고집’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자연을 단일하고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수학과 물리학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그 아름다움을 순진하게 믿은 것이다. 또한 나는 수학과 물리학의 의미를 나 스스로 철저하게 이해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다. 나 스스로 제대로 이해하기 전까지는 ..

댓글 일상 2020. 11. 30.

21 2020년 11월

21

과학철학 멍청한 질문들을 계속 하는 것

나는 오래 전부터 멍청한 질문을 계속 해 오고 있다. 하나의 예를 들겠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데카르트가 해석 기하학을 발명했다는 사실로부터 큰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떠올렸다. 그림처럼 상상할 수 있는 혹은 도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기하학적 문제들을 해석 기하학의 언어로 공식화할 수 있을까? 달리 말해, 우리가 시각적 이미지를 이용하여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기하학의 문제들을 해석 기하학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당시의 온라인 커뮤니티였던 [수학사랑]에 올렸는데, 이에 대한 대답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이상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이 의미가 있는 질문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상대성 이론에 대한 글들을 읽고 있는 요즘 나는 여전히 계속 멍청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예를 ..

댓글 과학철학 2020. 11. 21.

16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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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 초보 연구자

과학사와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나의 전문 연구 분야는 20세기 전반기의 과학철학 역사이다. 20세기 전반기의 중요한 과학철학 분야로는 수리철학과 물리철학이 있다. 이 시기에는 수학의 기초에 관한 철학적 논의가 활발했다. 수학을 논리의 바탕 위에 두려는 논리주의(화이트헤드, 러셀), 수학의 기초를 형식적인 공리 체계로 보려는 형식주의(힐베르트), 수학을 인간 이성의 직관적 추론 능력 위에 기초하려는 직관주의(브라우베르, 바일)가 서로 경합을 벌였다. 20세기 전반기의 수리철학 논의들을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그 철학적 함축을 상세하게 밝히는 학문적 작업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는 이를 연구하는 학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대학교의 박세희 교수, 연세대학교의 김상문 교수께서 수리철학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신 바..

댓글 과학철학 2020. 11. 16.

07 2020년 11월

07

과학관 이야기 소신 있고 깔끔하게 잘 하기

어제는 부산에 있는 모 국립 박물관으로 제안서 평가를 다녀왔다. 기획전시를 위해 자료를 대여, 운송, 설치하는 전문 업체를 선정하는 제안서 평가 자리였다. 나는 대구과학관에 입사한 2017년 이후부터 계속 학예 업무를 하고 있는 3급 정학예사이기에 나를 평가 위원으로 부른 모양이다. 나 스스로가 제안요청서를 써서 조달공고를 올리고 제안서 평가를 여러 번 진행해 보았기 때문에 이번 제안서 평가의 문제점들이 쉽게 보였다. 우선, 담당 학예사가 제안요청서 정보를 평가위원들에게 공유해주지 않았다. 또한 평가위원들이 정성평가를 하기 전에 정량평가 결과를 공지해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에는 평가위원들이 업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명시적으로 기재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