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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유형의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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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9. 3. 14.


   천동설을 지동설이 대체하고자 할 무렵, 다음과 같은 유형의 사고가 등장했다. “자연스러운 운동 상태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운동하고 있음을 감지하지 못한다. 원운동인 지구의 자전은 자연스러운 운동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구가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사고는 몇몇 학자들이 지구의 자전을 주장하기 위해 제시한 논증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사고가 좀 더 세련되게 발전하면 갈릴레오의 상대성 원리가 된다. “서로 상대적으로 등속 직선 운동하고 있는 기준계는 자연 법칙을 기술함에 있어 서로 동등하다.” 물론 자전은 회전 운동이므로 등속 직선 운동이 아니다. 그러나 사고의 발전 과정에서는 지구의 자전을 자연스러운 운동으로 받아들이는 단계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말 무렵이 되었을 때 하나의 독특한 사고 경향이 등장한다. 특정한 실험 결과를 설명하는 복수의 이론들이 나타난다. 에테르 속을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는 전자기적인 종류의 힘을 받아서 줄어든다. 또는, 서로 다른 관성계가 있을 경우 하나의 관성계에서 볼 때 상대편 관성계의 단위 길이는 상대 속도에 따라 줄어들며 이는 별도의 힘이 필요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두 가지의 이론(설명) 중 어떤 것이 더 타당할까? 우리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여 둘 사이를 차별화할 수 있을까? 이와 비슷한 다른 예도 있다. 우리가 감각을 통해 사물들을 지각했을 때, 우리의 지각과 대응시킬 수 있는 수학적 기하학이 여럿 존재한다. 유클리드 기하학과의 대응이 가능하고, 비유클리드 기하학과의 대응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하학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이때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3차원적인 존재가 아니라 2차원적인 평면적 존재, 마치 개미와 같은 존재라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평면적인 존재가 과연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의 형태를 파악하고자 한다고 상상해보자. 공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원주율이 파이(π)로 측정되었지만 특정 지역에서만 측정된 원주율이 다른 값을 나타낼 경우, 이 존재는 이 상황에 대해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측정 막대는 변함이 없고 공간이 굽어 있다. 둘째, 특정한 물리 법칙에 따라 측정 막대의 길이가 체계적으로 변하며 공간은 편평하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설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과연 이때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것일까?

  

   잘 알려진 다음과 같은 사고 실험도 생각해 보자. 균일한 중력장 아래에 있는 사람은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을 느낀다. 하지만 위로 향하는 가속도를 받는 좁은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역시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을 느낀다. 과연 그 사람은 균일한 중력장 아래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가속 운동하는 좁은 상자에 있는 것일까? 이와 연관된 다른 사고 실험도 생각해 보자. 회전하는 양동이 속의 물 중앙은 패어 있다. 물은 절대 공간을 기준으로 가속 운동하기 때문에 패는 것일까, 아니면 물 이외의 모든 다른 물체들이 물 주위를 상대 운동하기 때문에 물이 패는 것일까?

  

   위와 같은 유사한 물음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할 수 있을 것이다.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보편력을 가정하는 것보다는 보편력을 제거하는 것이 이론을 단순하게 만든다. 아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보다는 유클리드 기하학이 수학적으로 단순하고 사용하기 편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유클리드 기하학을 선택할 것이다. 가속 운동하는 계와 균일한 중력장 아래에 있는 계는 국소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고 가정하면 상대성의 원리를 가속 운동하는 계에까지 확장할 수 있다.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절대 공간의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론을 덜 단순하게 만든다.

  

   나는 이상과 같은 예들에서 어떤 생각이 옳고 어떤 생각이 그르다고 말하기보다는, 이와 같은 사고들이 과학 이론을 발전시키고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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