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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과학관 학예사의 글쓰기 공간입니다.

등가 원리에서 휘어진 시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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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

2020. 9. 12.

   어제(2020. 9. 11.) 유튜버 과학쿠키님과 기우항 교수님 자택에서 만나 이번 기증품 특별전 전시 해설 영상에 들어갈 기우항 교수님의 인터뷰 영상을 촬영했다. 이후 서울로 이동해야 하는 과학쿠키님을 동대구역까지 배웅하며 우리는 1907년 이후 아인슈타인의 추론 과정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나눈 토론이 이 주제에 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1907년에 스위스 특허청 사무실에서 아인슈타인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생각’을 떠올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일정한 중력장 아래에서 자유 낙하하는 사람 A와, 중력장에 의해 속박되어 지구 표면 위에 서 있는 사람 B가 있다고 가정하자. 우선 A와 B 모두 작은 방 안에 갇혀 있다고 상상한다.

 

   A는 자신이 자유 낙하하는 시간 동안 자신이 관성계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시 말해, A는 자유 낙하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힘을 받지 않고 정지해 있거나 등속 운동하는 기준계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A는 (비록 일시적이지만) 자연 법칙을 기술할 수 있는 합법적인 기준계이다.

 

   B의 경우, 자신이 일정한 중력장에 의해 속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또한 B는 자신이 일정한 가속 운동하는 기준계 위에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두 상황의 물리적 효과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중요하다. 이제 A와 B가 서로를 관측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A의 입장에서 B를 보면, A는 정지해 있고 B는 A에로 일정한 가속도로 낙하한다. 이때 B의 낙하는 자유 낙하가 아니다. B는 A를 향해 가속운동 함으로써 이 방향과는 정 반대 방향으로 일정한 힘을 받기 때문이다.

 

   이제 B의 입장에서 A를 보면, A는 B를 향해 가속 운동을 하지만 힘을 받지는 않는다. 이때 B는 자신이 정지해 있고 A가 일정한 중력장 아래에서 자유 낙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와 달리 자신이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A가 정지해 있고 자신은 A를 향해 일정한 가속 운동하는 기준계 위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고 실험에서 우리는 일상적인 경험을 토대로 지구 표면 위에 있는 B를 기준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하지만 B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A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왜냐하면, 비록 일시적이라고 하더라도 관성계로서의 지위를 갖는 것은 지구 표면 위에 있는 B가 아니라 자유 낙하 운동을 하는 A이기 때문이다.

 

   A를 기준으로 등가 원리를 해석하면 1912년에 등장하는 회전 원판 사고 실험을 더 정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회전 원판 사고 실험에서 원판의 중심 또는 원판 외부에 있는 관측자를 A라고 두면, A는 주위의 시공간을 편평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왜냐하면 A는 관성 운동의 상태에 있어 주변 시공간을 편평한 것으로 측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한 회전 운동(가속 운동)을 하고 있는 원판 가장자리의 B는 다르다. B가 원판의 둘레를 측정하면 원주율이 평면에서의 원주율보다 더 크게 측정될 것이다. 원판의 빠른 회전에 의해 B가 가진 측정 막대의 길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원판의 크기가 아주 크기 때문에 B는 자신이 회전하는지, 측정 막대의 길이가 줄어드는지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B는 자신이 바깥으로 향하는 일정한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안다.

 

   등가 원리를 B가 아니라 A 중심으로 해석할 경우, 일정한 중력장 아래에 있는 B의 시공간이 휘어질 것이라는 것을 추론하는 데 필요한 회전 원판 사고 실험을 더 정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어제 과학쿠키님과의 토론을 통해 얻게 된 소중한 통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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