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애호가의 삶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과학관 학예사의 글쓰기 공간입니다.

30 2020년 11월

30

일상 학문에의 헌신이라는 이념

나는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학위와 석사 학위를 받고 현재 박사 학위 논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천편일률적인 것은 아니다. 선천적으로 머리가 비범하게 뛰어난 친구들이 있다. 또한, 이들만큼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지는 않아도 제법 좋은 머리에 어린 시절부터 아주 좋은 교육을 받아 우수함을 유지한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두 부류 모두에 속하지 않았다. 나를 특성화시키는 두 단어는 ‘순진함’과 ‘고집’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자연을 단일하고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수학과 물리학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그 아름다움을 순진하게 믿은 것이다. 또한 나는 수학과 물리학의 의미를 나 스스로 철저하게 이해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다. 나 스스로 제대로 이해하기 전까지는 ..

댓글 일상 2020. 11. 30.

21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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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 멍청한 질문들을 계속 하는 것

나는 오래 전부터 멍청한 질문을 계속 해 오고 있다. 하나의 예를 들겠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데카르트가 해석 기하학을 발명했다는 사실로부터 큰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떠올렸다. 그림처럼 상상할 수 있는 혹은 도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기하학적 문제들을 해석 기하학의 언어로 공식화할 수 있을까? 달리 말해, 우리가 시각적 이미지를 이용하여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기하학의 문제들을 해석 기하학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당시의 온라인 커뮤니티였던 [수학사랑]에 올렸는데, 이에 대한 대답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이상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이 의미가 있는 질문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상대성 이론에 대한 글들을 읽고 있는 요즘 나는 여전히 계속 멍청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예를 ..

댓글 과학철학 2020. 11. 21.

16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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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 초보 연구자

과학사와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나의 전문 연구 분야는 20세기 전반기의 과학철학 역사이다. 20세기 전반기의 중요한 과학철학 분야로는 수리철학과 물리철학이 있다. 이 시기에는 수학의 기초에 관한 철학적 논의가 활발했다. 수학을 논리의 바탕 위에 두려는 논리주의(화이트헤드, 러셀), 수학의 기초를 형식적인 공리 체계로 보려는 형식주의(힐베르트), 수학을 인간 이성의 직관적 추론 능력 위에 기초하려는 직관주의(브라우베르, 바일)가 서로 경합을 벌였다. 20세기 전반기의 수리철학 논의들을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그 철학적 함축을 상세하게 밝히는 학문적 작업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는 이를 연구하는 학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대학교의 박세희 교수, 연세대학교의 김상문 교수께서 수리철학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신 바..

댓글 과학철학 2020. 11. 16.

07 2020년 11월

07

과학관 이야기 소신 있고 깔끔하게 잘 하기

어제는 부산에 있는 모 국립 박물관으로 제안서 평가를 다녀왔다. 기획전시를 위해 자료를 대여, 운송, 설치하는 전문 업체를 선정하는 제안서 평가 자리였다. 나는 대구과학관에 입사한 2017년 이후부터 계속 학예 업무를 하고 있는 3급 정학예사이기에 나를 평가 위원으로 부른 모양이다. 나 스스로가 제안요청서를 써서 조달공고를 올리고 제안서 평가를 여러 번 진행해 보았기 때문에 이번 제안서 평가의 문제점들이 쉽게 보였다. 우선, 담당 학예사가 제안요청서 정보를 평가위원들에게 공유해주지 않았다. 또한 평가위원들이 정성평가를 하기 전에 정량평가 결과를 공지해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에는 평가위원들이 업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명시적으로 기재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