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펜과잉크 2009. 8. 19. 12:38

 

 

 

 

 

 

 

 

 

 

그저께,

자동차를 점검할 게 있어 인천 송현동 쌍용정비사업엘 들렀습니다. 참고로 제 차량은 뉴-렉스턴 모델로 순정 출고 시 175마력으로 지정된 것을 작년에 서울 문정동 전문 삽 ‘가레트’를 찾아가 ECU 매핑을 해서 약 200마력이 넘는 상태입니다. 자동차의 마력은 알피엠(rpm)과 관계가 있으므로 마력만으로 성능을 평가한다는 게 그렇지만 출발과 가속 시 신속성 및 가동성이 달라진 것만은 사실입니다.

 

참고로 크라이슬러사의 랭글러 짚 차량을 YJ와 TJ 모델까지 고루 운전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전문 오프로드 회원으로 산악 오프로드에 참가한 것도 여러 번이고요. 이런 경험으로 평소 차량의 튜닝이나 성능 같은 데에 관심이 많습니다. 랭글러 시절, 자동차 튜닝에 쏟아 부은 돈만 수 천만원에 이릅니다. 다만 정비 계통 지식에 관해선 미약한 수준입니다. 이론적으로 조금 알고 있을 뿐이죠.

 

개인적으로 차량 관리에 세심한 편이라 점검이라든가 수리 내역에 관한 메모를 잊지 않습니다. 매번 ‘자동차 점검· 정비 내역서’를 받아 따로 모아둡니다. 그래야 각종 소모품의 교환 시기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차량을 팔 때에도 매수자에게 커다란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그것만큼 확실한 증빙자료도 없을 테니까요.

 

송현동 쌍용정비사업소에 들린 이유는 최근 들어 차량의 성능이 좀 떨어진 것 같아서였습니다. 연료 필터를 교환한 후 30,000km 가량 운행했으니 새 필터로 교환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사업소 창구에 접수하면서 저는 ‘ecu 매핑을 한 뉴-렉스턴 차량인데 최근 들어 속도감이 떨어져 점검 받으러 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좀 막연한 얘기죠. 하지만 제 말은 엔진이라든가 속도와 관계되는 센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달라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차량이 접수되고 정비사가 점검을 마친 후 저를 불렀습니다. 엔진 계통의 부스타 압력 센서와 터보 진공 모들레이더를 교환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것만 17만원 가량 나온대요. 그렇다면 연료필터 교환 수리비까지 총 25만원 가량 계산해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수리를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옷을 갈아입으면서 신용카드를 빼놓고 간 게 화근(?)이었습니다. 저는 정비사에게 사정을 말하고 명일 다시 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간단한 점검만 마친 채 귀가했습니다.

 

어제, 다시 정비사업소에 들었습니다. 접수하면서 저는 다음과 같이 말을 했습니다.

“ecu 매핑을 한 차량입니다. ecu 매핑을 한 차량들은 부스타 압력 센서와 터보 진공 모들레이더에 이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데, 그쪽을 좀 점검 해주시고, 연료 필터까지 교환해주세요.”

그저께 그 정비사가 아니더군요. 정비사는 알았다면서 곧 컴퓨터 기기로 차량을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15분쯤 흘러 저를 부르더군요. 그러더니 연료 필터 외엔 특별히 손 볼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센서나 장치에 이상이 생기면 차량 전광판에 점검 표시가 뜬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부스타 압력 센서와 터보 진공 모들레이더 교환 여부를 묻자 전혀 이상이 없대요. 그러면서 연료 필터 교환과 소음기 청소 등의 작업을 하고 직접 시운전해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연료 필터를 갈아 끼운 후 차량을 리프트에 띄워 소음기 부분을 망치로 한참 두들겼습니다. 아마도 소음기 계통에 낀 불순물을 털어내기 위한 작업 같았습니다.

 

휴게실로 돌아와 책을 읽느라 30-40분이 흘렀습니다. 담당 정비사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작업장으로 가니 시운전까지 마쳤다면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속도감의 차이를 느꼈다면 연료필터와 관련이 있을 것이나 미세한 차이일 뿐, 어차피 경유 차량은 100% 완전 연소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운전자 스스로 급가속 등을 통해 찌꺼기를 없애주는 방법이 현명하다는 거였죠. 그러면서 소음기 청소만으로 차량 상태가 달라졌을 거라 하더군요. 수리비는 총 10만원이 안됐습니다. 조수석 뒷바퀴 부분의 리데나를 교환한 -리데나에 문제가 생겨 데후 오일이 약간 비치는 상태였음- 비용까지 합쳐서 말입니다.

 

차량을 인수 받아 사업소를 나와 대로로 진입하여 액셀레이더를 밟자 ‘부웅’하면서 튀어나가듯 발진했습니다. 연료 필터와 소음기 청소만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맞은 것입니다. 문득 지난번 정비사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는 부스타 압력 센서와 터보 진공 모들레이더를 꼭 교환해야 한다 했거든요. 같은 차량을 두고 하루 사이 두 정비사의 말이 이토록 다를 수 있을까 의문이 일었습니다. 그러면서 정비사업소의 정비사들이 기본 월급 외에 능력에 따라 별도 수당을 받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의문은 그동안 자동차 정비사업소를 꾸준히 이용해온 경험을 종합할 때 충분히 유추하고도 남습니다. 정비사들의 어투엔 ‘운전자의 안전을 빌미로 필요 이상의 친절이 가미’된다는 점입니다. 친절이 지나쳐도 부담스럽습니다. 영리 위주의 사업체 사람들의 친절은 더욱 그렇습니다. 자동차 정비사업소에선 일단 작업장에 입고된 차량은 한 가지 이상 문제점을 찾아 수리하고 출고하는 걸 원칙으로 삼는 것 같았습니다. 공임이 쓸데없이 많은 점도 정비사업소의 단점 중 하나죠. 부속 하나 빼고 박아도 공임을 붙입니다.

 

언젠가 TV에서 자동차 정비소의 문제점에 대해 결정적인 상황을 방영해준 적이 있습니다. 차량 한 대를 가지고 A정비업소에 들러 차량 점검을 의뢰하자 정비사가 이것저것 문제점을 지적하더니 수리를 한 후 수 십만원의 수리비를 요구했죠. 촬영팀이 그 차량을 받아 B정비업소에 들러 아무렇지 않게 차량 점검을 의뢰하자 정비사가 재차 문제점을 발견했다면서 수리한 후 다시 수 십만원의 수리비를 요구했습니다. 촬영팀이 그 차를 받아 C정비업소에 들러 재차 차량 점검을 의뢰하자 정비사가 이런저런 문제점을 찾아내더니 수리하고 또 다시 수 십만원의 수리비를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스운 건 이미 A정비업소에서 정비하여 아무 이상이 없는 부품까지 문제가 있다면서 수리를 하고 수리비를 청구했다는 점입니다. 어이없는 일 아닙니까?

 

결국 개인 정비업체나 대형 정비사업소나 제대로 믿을 데가 없다는 것입니다. 차량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운전자들은 정비업소 직원의 농간에 말려들 수밖에 없죠. 좀 더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자동차 정비 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