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딩, 길 위에서 만나는 세상

뚜벅뚜벅 걸어, 아름다운 우리 땅 구석구석을 걷고 싶다

장모님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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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주변에서/가족 이야기

2020. 3. 29.


기린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 지 모르겠다

혹시나 담에 생각할 때

그렇게 보내드렸지 라고 떠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담담하게 적어본다


2020년 3월 21일, 토욜, 저녁 7시 무렵

산에 갔다와서 씻고

저녁을 먹고는 안하던 설겆이를 하고 있는 사이

옆지기는 옷을 개우고 있는데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사실 요즘 전화가 오면 불안했다

두 분 어머니가 모두 위험 수위를 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옆지기가 비명을 지르고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현실이 되었다

파킨슨을 비롯한 여러 지병으로 힘든 어머니를 지난 주 일욜 모시고 왔었다

옆지기가 휴교 중이어서....


내려가는 도중 휴게소에서

"코로나 19로 인하여 조문없이 가족장으로 진행하고자 하오니 많은 양해를 바랍니다"라고

단서를 달아 문자를 보냈다


문상오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도 넘치지만,

마지막 보내드리는 자리가 혹시나 초라하지 않을까 내심 염려가 되었다

해서 친구랑 후배 몇명에게 조화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전화를 했다


상복으로 갈아입고 나니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문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은 둘째날 하루 뿐이었다

그것도 일욜이어서 멀리서 문상오기에 시간적으로 애매하고,

코로나 19로 상황도 무척 좋지 않아,  

삼십명만 와도 다행일 것이라고 자위를 하면서도 맘이 편치 않다


사촌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들어놓았던 상조회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상조회 직원의 도움을 받아 아침 제사와 입관 제례를 마쳤다

장모님의 얼굴은 마치 살아있는 듯 편안했다


입관을 마치고 돌아오니 동료들이 문상을 왔다

회사에서  근조기와 조화, 그리고 장례용품을 가져 왔다




뒤이어 조화들이 왔고,

옆지기 친구, 옛 동료들도 와주었다

 

코로나 19로 장례식장은 썰렁했고,

많은 조문객들이 식사를 하지 않고 되돌아 갔으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상주와 절을 하고 조문을 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펼쳐졌다




몇몇 사람에게는 알리는 것이 도리일 듯 하여 보낸 문자가 걷기 모임 카톡방으로 옮겨지면서

길벗들 상당수가 격려를 해주었다

또한, 나간 시간이 길지 않지만, 산악회에서도 함께 운영진을 했던 산우들이 대부분 성의를 보태주었다

조금은 어색하고 민망했지만 한편으로는 고마왔고,

함께 했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고 소중했음을 느꼈다


친구들, 직장 동료들, 대학원 동기들과 박사후배들, 그리고 이런 저런 모임들....

든든한 뒷배가 되어 주었다



2주전 뵙고 갔었다

고비를 넘기기 힘들 지 모른다고 했기 때문이다

장모님은 크게 아픈 적 없이 건강하셨기에 앞으로도 몇년은 넉넉하게 사실 것이 생각했다

오히려 울 어머니가 더 걱정이 되었다


참고, 울 어머니와 장모님(2018년), http://blog.daum.net/hidalmuri/2069



병상에 누운지 채 한달이 되지 않아 소천하셨다

좋은 날, 아프지 않고 가셨다고 하면 위로가 될까...


장모님은 항상 밝고 유쾌하셨다

여행을 좋아했고,

관절때문에 거동이 불편해졌음에도 여행얘기만 나오면 신이 났다


장모님은 미인이었다

꾸미길 좋아해서 딸들보다 옷 사는 것을 더 좋아했다

손주 자랑에는 한이 없었다

웬 자랑거리가 그리 많은지 말이 끊기지 않았다


작년 장인어른 기일 때 장모님의 모습(2019), http://blog.daum.net/hidalmuri/2382



또 꽃을 좋아했다

베란다에는 화분이 그득했고 꽃이 피고 졌다

사시는 아파트도 그야말로 꽃대궐이었다

가시는 날도 벚꽃이 만개했다






옆지기는 딸 넷의 막내다

둘째가 일본에서 사는데 코로나 때문에 장례에 참석치 못했다

오랫동안 장모님이랑 떨어져 산 옆지기가 너무도 슬퍼하고,

또 쓸쓸해 보여 그저 곁에서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것 같아,  

삼오제, 그리고 초제까지 지내고 올라왔다





그 역시 지나가듯이 일주일이 훌쩍 지나갔다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며칠 후면 내 회갑이고


10월말에는 큰 녀석 결혼날을 잡아 놓았는데,

울 어머니가 요즘 힘들다

제발 올해는 피했으면 좋겠다

장모님 한 분으로도 너무 크다


올 봄은 그냥 지나가고 있다

시끌법적하거나 찬란하지 않아도 좋다

이제는 편안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