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영혼

세상다담 2010. 3. 25. 22:58
한비야의 중국견문록한비야의 중국견문록 - 10점
한비야 지음/푸른숲

 

 

 

물론 사람에게는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인생의 속도와 일정표가 있다. 언제까지 공부를 하고, 결혼을 하고, 직장을 가져서 돈을 벌고, 아이들 낳아 키우고,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한다는. 이것에 딱 맞추어서 인생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게 해야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 모든 사람들이 편하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보편적인 시간표와 자기 것을 대조하면서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곤 한다. 나는 벌써 늦은 것이 아닐까. 내 기회는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닐까.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의 인생에서 이 표준 시간표가 정말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오히려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시간표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요즘 베이징에는 어디를 가나 탐스러운 국화가 한창이다. 제철을 만난 국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저 국화는 묵묵히 때를 기다릴 줄 아는구나. 그리고 자기 차례가 왔을 때 저렇게 아름답게 필 줄 아는구나.

 

 

가을에 피는 국화는 첫 봄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개나리를 시샘하지 않는다. 역시 봄에 피는 복숭아꽃이나 벚꽃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한여름 붉은 장미가 필 때, 나는 왜 이렇게 다른 꽃보다 늦게 피나 한탄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준비하며 내공을 쌓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매미소리 그치고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 드디어 자기 차례가 돌아온 지금, 국화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그 은은한 향기와 자태를 마음껏 뽐내는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늦깎이라는 말은 없다. 아무도 국화를 보고 늦깎이 꽃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졌다고 생각되는 것은 우리의 속도와 시간표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고, 내공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직 우리 차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철에 피는 꽃을 보라! 개나리는 봄에 피고 국화는 가을에 피지 않는가.

 

: 중국견문록, 177~178쪽, 한비야, 푸른숲, 2009. 8.

 

 

http://blog.daum.net/hjandej2010-03-25T13:58:300.31010

 

 

 

인생에 대한 내공은 여간해서는 쉽게 쌓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ㅎㅎ '띄어쓰기'에 관한 쉬운 방법 하나 더 소개했습니다. ㅎ
오늘 하루 잘 마무리하시고, 좋은 주말 맞으시길 바랍니다~~
저 초하님 방으로 얼른 공부하러 갑니다.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