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둘러보기

세상다담 2011. 5. 26. 13:23

 

 

 

 

 

 

 

 

 

 

 

     같은 하늘이지만,

     다른 땅에 살고 있는

 

 

     사랑하는 내 딸

     투이앤을 만나러 갑니다.

 

 

 

♣ 2008. 9. 25. (목) 23:00  하노이, 베트남.

 

   잠이 오지 않습니다. 내일. 이젠 가까이 있는 내 딸을 보러 가기 때문입니다. 태풍이 분답니다. 그래서 어젠 하롱베이에 배가 뜨지 않는다고 가지 못했습니다. 동양의 3대 절경 중 하나. 뭐 까짓것 괜찮습니다. 비록 내가 그리워할지언정 그 곳이 날 그리워하진 않으리라는 맘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 조그만 딸, 투이앤은 다릅니다. 내가 그리워하는 만큼 아이도 날 그리워하기 때문입니다. 항상 고맙다고 이야기하던 투이앤. 사실은 내가 훨씬 더 고마워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달에 고작 2만원으로 세상을 할퀴던 내 마음에  면죄부를 얻는 나에게 그 아이는 아무 스스럼없이 언젠가 찾아오라고 얘기했기 때문입니다.

 

   큰일입니다. 이젠 자야하는데... 몇 번이나 확인했건만, 내일 새벽 모닝콜은 제대로 울려줄지, 휴대폰 알람은 잘 맞춰 졌는지, 택시는 때맞춰 와 줄는지, 행여나 공항 가는 길이 막히지는 않을는지...

 

   비가 그쳤습니다. 태풍이 불더라도 국제선이라면 모를까 국내선이 뜨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도 천만다행입니다. 불과 얼마 남지 않은 내일, 전 제 딸에게 갑니다...

 

♣ ♣ ♣ ♣ ♣

 

♣ 2008. 9. 26. (금) 06:00  하노이공항, 베트남. 

 

   짙은 파랑색 몸과 날개를 가진 베트남항공 비행기가 바로 옆에 보입니다. 반은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아내와 난 노랑색 피부를 가진 외국인입니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그렇게나 이른 세 시에 일어나 다섯 시도 못 되어 도착한 공항. 이제야 하노이에서 열렸던 학회에, 또한 철없는 남편 소란에 고단했을 아내 얼굴이 들어옵니다. 아침은커녕 화장도 미처 하지 못했지만, 애써 피곤한 척 하지 않는 아내가 고맙습니다.

 

 

♣ 2008. 9. 26. (금) 07:30  다낭공항, 베트남. 

 

   정확하게 도착한 비행기. 그런데, 3시간 30분 차로 달려와 기다리겠다던 투이앤이 없습니다. 행여 울퉁불퉁했을 비포장도로에서 차가 고장난 것은 아닐지... 피켓들이 사라진 조그만 공항을 벗어나 길 건너 탁 트인 쬐그만 카페에서 아내와 단둘이 커피 한 잔으로 초조함을 달래봅니다.

 

   앗! 저기 밴이 도착합니다. 세상에나 분홍 옷을 입은 투이앤입니다. 꽃다발까지 챙겨 들고 내립니다. 먼저 달려가는 나를 어떻게 알아 보았을까요. 투이앤이, 내 딸이 환하게 손 흔들며 웃습니다.

 

♣ ♣ ♣ ♣ ♣

 

 

♣ 2008. 9. 26. (금) 10:00  논 누옥 산, 다낭.

 

   투이앤과 2살배기 동생 흐엉, 항상 웃는 아빠, 역시나 다정한 엄마. 인사도 하고, 맞는지도 모를 이름 서로 불러도 보고, 흐엉의 맘마도 사고, 상을 탔다는 투이앤의 그림도 보고, 내 딸 머리도 쓰다듬어 보고, 그 조그만 손도 만져 보고 하다보니 벌써 논 누옥(Non Muoc) 산이랍니다. 몇 십번이나 와 보았다는 친철한 월드비전 베트남 직원 크엉의 가이드로 우리 여섯 명은 힘들지 않을 정도의 등산을 시작합니다.

 

 

♣ 2008. 9. 26. (금) 12:30  논 누옥 산, 다낭.

 

   벌써 친해져버린 아내와 투이앤은 둘이서 손잡고 먼저 가곤 합니다. 그저 환한 웃음으로 답하는 아빠를 대신해서 크엉은 가구를 만드는 아빠, 과일을 파는 엄마와 같이 투이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이야기해 줍니다. 때때로 화전을 일구기 위해 말도 없이 떠나버리기도 한다는 트라미 사업장. 전해 줘야할 편지를 들고 멍하게 서 있을 경우도 있다지만, 더 많은 사람들의 교육과 의료, 농업을 이야기하는 그는 씩씩하기만 합니다.

 

 

♣ 2008. 9. 26. (금) 13:00  비엔 동 리조트, 다낭.

 

   30℃를 웃도는 햇볕에도 용감히 등산했던 우리들 모두는 그늘아래 옹기종기 선풍기를 쐽니다. 아빠들끼리의 시원한 맥주에는 아랑곳없이 투이앤은 새우를 먹느라 바쁘기만 합니다. 흘기는 엄마의 눈을 피해 나는 얼른 새우를 옮겨 주고, 아내는 환하게 웃으며 열심히 껍질을 벗겨 줍니다. 세현이도 새우를 참 좋아하는데... 아내는 한국에서 기다리고 있을 동갑내기 개구쟁이 아들. 세현이 생각이 나는지도 모릅니다.

 

 

♣ 2008. 9. 26. (금) 14:00  비엔 동 리조트, 다낭. 

 

   올해 생일선물로 보냈었는데, 아직도 새것같은 분홍빛 옷과 신발. 행여나 더러워질까 조심스러운 투이앤을 데리고 산책을 합니다. 비록 묻는 말에 대답해 줄순 없지만, 잡고 있는 두 손에, 바라보는 눈빛에 햇빛보다 따스한 내 마음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 투이앤, 고마워 ! "

   " 투이앤, 사랑한다 ! "

 

 

♣ 2008. 9. 26. (금) 15:00  다낭공항, 베트남. 

 

   벌써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습니다. 내 딸 투이앤과의 그토록 짧은 만남. 아쉬운 맘에 잡은 손을 놓지 않지만, 이미 말은 이별을 이야기합니다.

 

   " 투이앤. 항상 건강 조심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예쁘게 자라고... "

 

   언제 준비하셨을까? 부끄러운듯 아빠가 내미는 조그만 선물에 고마움을 듬뿍 담아 두 손을 꼭 쥡니다.

 

   " 베트남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

 

 

 

 

♣ 투이앤은 편지에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엄마는 살아 가며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조국인 베트남과 베트남 사람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베트남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그랬습니다. 아내와 저는 베트남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고, 투이앤이 자라서 분명 예쁘고, 자랑스러운 선생님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한국에서 다녀간 또 다른 엄마와 아빠를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한국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투이앤. 때가 되면 아이에게 똑같이 자랑스러운 나라가 동쪽 어딘가에도 있음을 얘기해도 될른지요...

 

 

 

 

 

 

※ 이 모든 일정을 한 달 전부터 미리 베트남측과 협의하고 준비해서, 일일이 친절하게 가르켜 주신 「월드비전 한국」의 '조살롬' 간사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물론,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부족한 영어를 베트남어로 전해주고 자전거를 포함하여 이동비, 식사비, 입장료 등 모든 비용을 $300 미만으로 해결해 준 「월드비전 베트남」의 'Le Van Cuong' 님에게도 고마운 마음 전해지길 바랍니다.   “Cuong, Cam on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10점
  한비야 지음/푸른숲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전작들과 사뭇 다르다.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고,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사람들의 삶 깊숙이로 파고드는 것은 예전 그대로지만, 그녀가 들여다보는 것은 세계 곳곳의 긴급구호 현장들이다. 고통받고 외면당하고 끝없이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곳. 그러나 한비야 특유의 따뜻함과 적극적인 삶의 태도는, 우리에게 세상은 더 이상 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사실을 일러준다.

 


 

     

굶주림의 원인은 일하지않은데 있다!!!
준비된 마음 님, 방문 감사드립니다. ^^*
무덤에서 흘리는 가장 비통한 눈물은 하지 못한 말과 하지 못한 행동이다...
정체 님, 방문 감사드립니다. ^^*
잘 보았습니다. 조용히 흔적 남기고 갑니다..그럼...
박태광 님, 방문 감사드립니다. ^^*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 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한비야
정말 이쁘게 자랐네요...그 동안 많이 컸네요...^^
그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