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심리

세상다담 2015. 6. 13. 21:50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물질을 폭발적으로 품어 냈던 대폭발의 큰 사건이 있은 뒤 가늠할 수 없는 영겁의 세월을 지내는 동안 코스모스에는 그 어떤 구조물도 없었다. 은하도, 행성도, 생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빛으로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칠흑의 심연만이 그 당시의 우주를 독차지했다. 구조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텅 빈 공간을 수소 원자들만 주인 행세를 하면서 떠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주위보다 밀도가 약간 높은 지역들이 눈에 띄지 않게 느린 속도로 천천히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빗방울이 응결되듯 최종 질량이 여러 개의 태양을 합친 것보다 큰 기체 덩이들이 방울방울 생겼다. 드디어 그 덩어리들 안에서 물질 자체에 숨어 있던 모종의 에너지에 불을 댕길 수 있는 핵융합반응이 시작됐다. 이렇게 제1세대의 별들이 태어나자 코스모스는 비로소 온통 빛으로 넘쳐나게 됐다. 그 당시에는 별빛을 받아들일 행성들이 아직 태어나기 전이었으므로 하늘의 광채를 찬탄할 생명도 없었다. 별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용광로는 핵융합 반응이라는 연금술의 작업장이다.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가 타고 남은 재에서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가 앞으로 태어날 행성과 생명의 기본 모체가 됐다. 질량이 큰 별일수록 자신이 태어나면서 간직하고 있던 수소 핵연료를 더욱 빨리 소모했다. 핵연료를 소진한 별들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폭발을 일으키면서 그동안 합성해 놓은 무거운 원소 거의 전부를 한때 자신들이 응결될 수 있었던 성간 공간의 희박한 기체에게 되돌려 주었다. 이렇게 무거운 원소가 가미되어 젊음의 기운이 넘치게 된 암흑 성간운들에서는 빗방울이 응결되듯 제2세대의 별들이 태어났다. 이들은 제1세대 별들이 형성될 때에는 원료로 사용되지 않았지만 제1세대가 만들어 놓은 각종의 무거운 원소를 처음부터 갖고 태어났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에는 질량이 너무 작은 방울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작은 방울은 별들 사이의 공간을 채우는 성간 안개의 한 귀퉁이에서 행성으로의 운명을 걸었다. 그중 돌과 철로 된 하나의 작은 세계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우리의 원시 지구였다.

 

그 후 원시 지구는 얼었다 녹기를 계속하면서 내부에 갇혀 있던 메탄, 암모니아, 수증기, 수소 등의 기체를 외부에 방출했고, 이렇게 해서 원시 대기와 최초의 바다가 지표와 그 인접 공간을 둘러쌌다. 태양 광선이 원시 지구를 덥히면서 대기 중에 폭풍이 일고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화산이 터져 용암이 흘렀고 이러한 와중에서 원시 대기의 구성 분자들이 일부 해리되었고 해리의 결과물로 생긴 원소와 분자들은 서로 다시 들러붙어 좀 더 복잡한 새로운 분자들을 형성했으며 그 일부는 바닷물에 녹아들었다. 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원시 바다는 일정한 온도와 농도를 유지하면서 일종의 ‘국물’로 변해 갔다. 진흙 표면에서는 분자들이 체계적으로 합성되어 각종 복잡한 화학 반응들이 일어났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분자 하나가 원시 바다의 국물 안에서 다른 분자와 우연히 만나서 자신과 같은 분자를 어설프게나마 복제해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화학반응들은 더욱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자기 복제의 과업을 점점 더 정교하게 수행하게 됐다. 자기 복제가 가능한 반응의 조합들은 자연 선택이라고 불리는 ‘체’ 덕분에 다른 반응보다 더 많은 자기 복제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복제를 잘하는 것일수록 당연히 자기 복제품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원시 바다에는 자기 복제가 가능한 유기 분자들이 다량으로 만들어지면서 그 국물의 농도는 점점 더 옅어져 갔다. 이렇게 하여 원시 바다에서는 감지될 수 없을 정도의 느린 속도로 생명의 출현이 진행됐던 것이다.

 

 

 

 

단세포 식물의 진화로 생물은 자신의 음식을 스스로 생산할 준비를 시작했다. 광합성이 지구 대기의 성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암수의 성구별도 이루어졌다. 제각각 멋대로 살아가던 다양한 형태의 분자들이 한데 모여서 하나의 특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복잡한 세포로 성장했다. 화학적 감각 기관의 진화로 생물은 우주를 맛과 냄새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단세포 생물은 다세포 군체로 진화하여 특수 기능을 갖춘 여러 기관을 보유하게 됐다. 그리고 눈과 귀가 생기면서 보고 들을 줄도 알게 됐다. 바다에서 태어난 식물과 동물이 뭍에서도 살아갈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하여 유기 생물이 윙윙거리며 날고, 바삐 기어가고, 허둥지둥 도망가고, 무언가 잔뜩 쌓아올리기도 하고, 미끄러지는가 하면, 퍼드덕거리며 날개를 치고, 몸을 신나게 흔들거나, 나무에 기어오르든가, 아니면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등의 다양한 행동을 할 줄 알게 되었다. 거대한 짐승들이 수증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정글 속을 천둥 같은 쿵쾅 소리를 내며 걸어 다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아주 자그마한 녀석들이 전처럼 딱딱한 알이 아니라 액상 물질에 둘러싸여 태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원시 바다의 액체가 그들의 혈관 속을 굽이굽이 흐르는 듯했다. 그들은 영악함과 민첩함으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그중에서 한 작은 무리가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와 민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두 발로 똑바로 설 수 있었고 연장을 사용할 줄도 알았다. 다른 동물, 식물 그리고 불을 다스렸으며 언어를 궁리해 냈다. 별 내부에서 진행된 연금술이 수소를 태어서 성공적으로 합성한 재가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바로 이 재가 의식을 갖춘 존재로 둔갑한 것이다. 그 후 그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참으로 놀라운 일들을 많이도 해냈다. 글자를 발명하고 도시를 건설하고 예술과 과학을 발달시켰으며, 급기야 다른 행성과 별에 우주 탐사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것들이 150억 년 우주의 역사 안에서 수소 원자가 이룩해 낸 놀라운 업적의 일부이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마치 신화의 서사시처럼 들렸을 것이다. 옳은 판단이다. 이것은 하나의 위대한 신화이다. 현대 과학이 서술한 우주 진화의 대서사시인 것이다. 이렇게 어렵사리 만들어진 인간이 자신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로 변하다니…… 우주에서 벌어졌던 진화의 단계를 차근차근 이해하노라면, 거대한 ‘수소 산업’의 최종 산물로서 태어난 생물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확실히 알게 된다. 지구 이외의 다른 곳에도 우리와 같이 놀랄 만한 돌연변이를 이룩한 존재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하늘 먼 곳 어디에선가 우리에게 들려줄 그들의 흥얼거림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 코스모스, 670~674쪽, 칼 세이건, ㈜사이언스북스, 2008.1.8. (1판 6쇄)

 


 

이런 좋은 정보 참고하겠습니다. 감사드려요! ㅎㅎ

더위가 계속되고 있으니 더위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