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대교 2012. 12. 24. 10:16

환자 몸에서 추출·배양 후 규제 없는 일본에서 투여
미허가 줄기세포제로 해외서 한국인 8000명 시술
1인당 1000만~3000만원 받아… 업체 "日서 배양해 위법 아냐"
日병원 "일본인 치료 대비해 한국인 대상으로 연구 겸 치료"

출처= 조선일보DB

한국의 줄기세포 치료제 제조업체가 한국 환자들 몸에서 추출해 배양한 줄기세포를 일본으로 가져가 한국인 환자들에게 투여하고 있다는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의 보도와 관련, 정부가 "사실 확인을 거쳐 법령을 위반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배양·증식하는 경우 임상시험을 거쳐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회사의 줄기세포 치료제는 아직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허가 의약품을 제조·판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이 관계자는 또 "의료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이 조항들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환자를 소개·알선하는 행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의 한 지방 병원이 한 달에 500명 정도의 한국인들에게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을 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후쿠오카(福岡)시에 있는 피부과 병원인 '신주쿠클리닉 하카다원'은 한국 바이오벤처회사 RNL바이오사(社)가 알선한 한국인들에게 줄기세포를 주사 등으로 투여했다.

줄기세포는 RNL바이오사가 한국에서 환자의 몸에서 추출해 배양한 것으로, 한국인 환자가 일본을 방문할 때 갖고 간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보도했다. 병원 측은 줄기세포 투여는 당뇨병, 심장병, 관절류머티즘, 파킨슨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니치 신문은 "한국은 줄기세포 치료가 엄격하게 규제돼 있어, 규제가 거의 없는 일본에서 줄기세포를 투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RNL바이오사가 줄기세포 보관료 등으로 환자로부터 1000만∼3000만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병원 측은 "우리는 한국 업체의 하도급을 받아 치료를 하고 있다"면서 "향후 일본인들의 치료를 위한 준비 단계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겸한 치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노동후생성은 이와 관련, 일본 내 줄기세포 치료의 실태를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의 줄기세포 치료제 생산업체는 10여곳이며, 작년 7월부터 3개 회사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허가받은 상태"라며 "RNL바이오사는 줄기세포 치료제로 허가받은 제품은 없다"고 말했다. RNL바이오사는 현재 무릎연골 치료제에 대해 임상 2상까지 끝내고 식약청에 의약품 허가 신청을 한 상태이고, 척수손상 치료제 등 2개는 임상시험 중이다. 이 회사는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빨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줄기세포 치료제의 허가규정을 시급히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무허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제조해 국내외 병원에 시술을 알선한 혐의로 RNL바이오사를 검찰에 고발했으며, 아직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2010년 9월 70대 의사 임모씨가 일본의 한 병원에서 링거를 통해 RNL바이오사에서 채취·배양한 자신의 줄기세포를 투여받은 뒤 폐동맥 색전증으로 사망했다. 임씨를 일본 병원에 보낸 곳은 RNL바이오사였다. RNL바이오사는 당시 "이 환자는 고령이었고, 줄기세포 주입으로 인한 사망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이 회사를 조사했지만, 해외에서 이뤄진 시술이라 국내법 적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복지부는 이 회사가 국내 병원에서도 환자들을 불법으로 소개해 시술한 사실을 밝혀내고 약사법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회사는 "검찰에서 환자를 일본의 병원에 알선·소개한 혐의는 무혐의 처분됐고, 무허가 의약품을 사용했다는 점만 지금도 수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또 "당시에는 줄기세포를 국내에서 배양한 것이 문제가 됐지만, 이번에는 모두 일본에서 배양을 했기 때문에 국내 약사법(무허가 의약품)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동안 RNL바이오사는 당뇨·심장병 등 희귀·난치성 환자들을 모아 메디컬투어 관광단을 조직, 해외에서 국내 환자 8000여명에게 자가 줄기세포 치료제 시술을 알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