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항재에서 시작한 함백산 눈꽃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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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태백산

2019. 12. 2.





산행일자 2016.12.17.토 10:40~15:35(이동시간 4:55, 이동거리 10.4km)  날씨: 맑음



춘사불래춘(春似不來春)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계절로는 봄이 왔어도 을씨년스런 분위가가 남아있다는 말일게다.

명박근혜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려 자유가 억압받았을 때

또는 봄은 왔으나 경제가 풀리지 않고 여전히 얼어붙어 온기를 느낄 수 없을 때도 흔히 회자되는 사자성어다.


요즘 같은 겨울에 춘사불래춘을 원용해 동사불래동(冬似不來冬)으로 변형하면

겨울이 왔어도 겨울의 기분을 느낄 수 없다는 말이 되겠다.

산객들은 겨울이 되면 심설산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진작에 겨울은 왔으나 눈도 큰 추위도 없으니 제대로 된 겨울 산행의 맛을 느낄 수 없다.

3일 전 반짝 춥긴 했지만, 다시 날이 풀렸으니 추위를 느낄 새도 없다. 

아직 겨울 초입이니 좀 더 기다리면 폭설을 헤치고 설경을 맘껏 누리며 산행할 기회는 많을 것으로 본다.

작년에는 별로 눈이 없었으나 봄을 눈앞에 둔 지난 2월 27일 남덕유산에서 눈꽃을 원 없이 즐기며

겨우내 기다렸던 갈증을 단박에 해소시켰던 기억이 있다.

남덕유산의 눈꽃산행 바로가기 http://blog.daum.net/honbul-/863


여러 산악회에서 운영하는 산행지를 검색하며 주간 날씨예보를 함께 본다.

새해가 다가옴에 따라 2017년 신년 일출산행한다는 안내가 눈에 띄고

계절에 맞게 덕유산이나 소백산, 태백산 등 눈꽃산행 명소의 산행지 안내도 많다.

그런 명소는 눈 폭탄 맞았을 때 가기로 하고

이번 주엔 동해안에 많은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려 태백산맥의 한 구간인 함백산을 간다.


겨울 산은 눈꽃과 바위, 푸른 소나무의 조합이 매우 이상적이다.

그런데 이 소나무보다 더 이상적인 것은 몇 백 년 동안 모진 풍설에 뒤틀리며 붉게 얼어버린 등껍질을 보이는

주목의 고고한 자태에 수북히 얹힌 흰눈의 대비가 볼만하다.

주목은 태백산이나 덕유산에서 군락을 이루지만, 함백산의 띄엄띄엄한 주목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눈이 많거나 적은 건 운에 맡기고 올겨울 들어 처음 함백산으로 겨울 산행을 맛보러 간다.



함백산 등산코스



함백산 들머리인 만항재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람이 세차 걷지도 못할 지경이다.
버프 하나는 머리에 쓰고 나머지는 얼굴에 쓰려던 걸 얼굴 보호를 위해 둘 다 얼굴에 쓴다.
자외선 차단제인 썬크림이 피부에 좋지 않기도 하고 끈적거리는 느낌이 싫어 사계절 버프를 한다.
그래도 자외선이 얼마나 강한지 버프를 뚫고 들어와 검버섯이 조그씩 커지는 느낌이다.
다행히 버프 두 개로 얼굴을 가리자 마스크 쓰는 정도로 바람을 막아주니 하나보다 두 개의 효과가 크다.

심한 바람으로 간밤에 생긴 상고대가 햇빛에 사라지지 않고 등산객을 반기니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진다.


함백산 기원단이다.

태백산 천제단이 국가의 안녕을 위해 왕이 천제를 지내던 민족의 성지라면

함백산 기원단은 옛날 백성들이 하늘에 제를 올리며 소원을 빌던 민간신앙의 성지였다.

과거 이 일대에 석탄 생산이 많아 광부 가족들이 함백산 주변에 많이 모여 살았다.

광부들이 잦은 탄광 붕괴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자 가족들이 무사 안녕을 위해 기도하던 곳이라고 한다.

안내문 편집


함백산 들머리인 만항재가 해발 1,275m인데, 잠시 걷다보면 어느새 보이는 함백산 정상은 1,573m이다.

불과 300여 m만 오르면 되니 산행이라기보다는 트래킹 수준의 여유로운 산행이다.

함백산 입구엔 대한체육회의 태백산 선수촌으로 가는 길과 함백산 정상에 있는 kbs송신소로 가는 길을 만난다.

이 만항재를 통과하는 도로가 우리나라에선 제일 높은 곳에 생긴 도로인 셈이다.


엊그제 내린 눈은 바람에 다 떨어지고 밤새 생긴 상고대가 푸른 하늘과 잘 어눌린다.


다행히 3일전 영동지방에 큰 눈이 내렸다.

미시령엔 30cm가 넘는 큰 눈이 내렸지만, 지역적인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만 폭설이 내렸다.

함백산에도 제법 눈이 내려 오늘은 함백산 내일은 선자령을 가기로 했다.

눈은 많지 않지만, 밟는 재미가 있을 정도로 약 10여 cm 정도되니 오가며 발길에 채이는 눈을 느낄 수 있다.


지난 주 운장산과 구봉산 연계산행하며 응달에 남은 눈을 보긴 했지만, 오늘 함백산에서 제대로 된 눈을 본다.

보통 발목을 덮을 정도의 눈이 내렸으나 바람이 심해 나무엔 눈이 없다.

그래도 날씨가 차다보니 서리꽃이 온통 나무를 감싸 눈꽃보다 더 시원하고 황홀한 느낌을 준다.


이 정도면 심설산행 못지 않은 겨울 비경이므로 인증샷은 필수


드디어 함백산 정상의 모습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 10분만에 도착했다.

여전히 서 있기 힘들만큼 바람이 세차지만, 정상 인증을 하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린다.

나야 일찍 오른 편이라 잠깐 기다린 후 사진을 찍었지만 늦게 오른 사람들은 길게 늘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지난 2016.8.22. 태백산이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함백산도 태백산국립공원의 일부에 속하게 되었다.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중심부로  민족의 영산이다.

태백산국립공원 중 태백산 장군봉(1567m)보다도 함백산이(1,572m) 최고봉 자리에 속한다.

태백산국립공원에 함백산을 끼워넣다보니 형보다 아우가 큰 봉우리를 차지한다.


서릿발 뒤집어 쓴 정상석


산행을 마칠 때까지 작은 봉우리 한두 개야 오르내리겠지만, 이제부터 크게 어려운 높이는 없다.

하산 지점인 두문동재까지 버스가 올라오기로 했는데,

눈이 결빙돼 두문동재 터널 아래쪽에 주차해 있으므로 차량까지 걸어오라는 연락을 전한다.

걸어갈 경우를 대비해 추가 시간 40분이 더 주어졌다.


인증샷을 하기위해 길게 늘어선 줄


kbs 송신소 방향에도 만발한 서리꽃




이제부터 내려가며 몇 개의 볼만한 주목을 만나게 된다.

주목은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란 말을 얻는 귀하디 귀한 고산지역의 자산이다.

그말 그대로 몇 년 전 왔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모습이 없다.




끝내 살지 못하고 죽었으나 또 몇 십 년 간 이 자리를 지키며 지나는 길손의 경이와 측은지심을 받아낼 것이다.




함백산에서 가장 멋진 주목의 모습이다.

내려가며 왼쪽으로 조금 올라온 곳에 있어 자칫 잘못하면 놓치고 가기 쉬운 곳이다.

위 아래 두 군데서 잡아냈으나 거리가 짧아 주목의 질긴 생명력을 담아내긴 좀 부족한 설정이다.

예전에 어느 사진작가가 소나무의 근사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주변의 소나무를 잘랐다는 뉴스가 있었다.

사람들의 원성이 들끓자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 제명을 하기도 하는 사회적 파장이 있었다.

이 주목을 담아내며 얼마간 그 작가의 심정이 이해되기도 한다.




주목 두 그루가 우람찬 기상을 보이고 있는데 역시 한 화면에 담지 못할만큼 근거리 찰영이라 전체를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서리꽃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오가는 등산객이 보인다.

비록 많은 눈은 아니라지만, 적당히 밟는 느낌이 있고 온 산 가득히 서리꽃이 만발하니 올겨울 들어 가장 멋진 산행이다.


지나온 풍경, 함백산 정상은 안개로 희미하고...


kbs 송신소 직원을 위한 건물인가?








은대봉에 도착할 때가 13:54

잠시 전까지 보이던 서리꽃도 오후 두 시가 가까지자 날씨가 풀려 더 이상 서리꽃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오늘 날씨도 영상이라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닌데, 워낙 바람이 심하다보니 체감온도는 거의 영하 5도 정도였다.

그런 바람 덕분에 이곳까지 걷는동안 녹지 않은 함백산의 서리꽃을 원없이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하산 지점인 두문동재에서 함백산과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면 저기 보이는 '바람의 언덕'이 있는 매봉산으로 가는 길이다.

지난 여름에 찾았을 땐 워낙 덥다보니 바람도 잠들어 풍력발전기도 쉬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서도 들릴만큼 발전기가 홱홱 잘도 돈다.


이 그림자 지역만 벗어나면 오늘의 산행 종점인 두문동재로 떨어진다.

두문동재에 도착해도 또 버스가 있는 곳까지 한참을 더 걸어가야 하겠지만, 나머지 구간은 어렵지않게 갈 수 있겠다.




눈이 없었다면 여기서 산행을 끝낼 지점인 두문동재다.

잠시 간이 휴게소에 들려 라면을 시켜먹고 뒤따라 온 회원들과 굽은 도로를 가로질러 걸으며 그 거리를 2km로 단축시킨다.

올겨울은 겨울 초입에 함백산에서 제댈 된 눈꽃산행을 했으니 시작이 좋다.

겨우내 춥고 눈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