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9봉 완등을 위해 다시 오른 운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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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경상도

2019. 12. 9.











2019.12.07. 토  11:23~17:01(전체 시간 05:38, 전체 거리 13.5km, 휴식 시간 25분, 평균 속도 2.5km)  맑음



한동안 관심 없던 100대 명산을 뒤늦게 찾아다닐 땐 하나씩 섭렵해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 즐거움 속에 100대 명산을 끝낸 후 한동안 설악산에 매달렸다.

한겨울인 요즘 설악산을 무박으로 진행하면 일출까지 세 시간 반 이상을 기다려야 하므로 내년 봄까지 기다린다.

일상적 산행으로 돌아선 후 이렇다 할 자극 없이 매너리즘에 빠진다.


마침 "영남알프스 1,000고지 9봉우리 완등"을 끝내면 완등 인증서가 제공된다는 걸 알았다.

영남알프스 산 중에 1,000m가 넘는 가지, 간월, 신불, 영축, 천황, 재약, 고헌, 운문, 문복산이 대상이다.

2015년 10월 영남알프스를 이틀간 뛸 때 같은 등로에서 한참 떨어진 고헌산과 문복산은 제외됐다.

금년말까지는 과거에 다녀온 사진도 인정된다는 데, 아쉽게도 운문산은 새벽에 지나갔기에 찍은 사진이 없다.


사실, 영남알프스의 여러 산군은 올해 다시 가고 싶었으나 한동안 설악에 빠져 뒷전으로 밀렸다.

억새나 단풍이 모두 떠난 지금은 시기가 아니므로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사업성이 좋은 걸 놓칠 리 없는 산악회에서 영알 9봉을 테마로 한 산행이 쏟아져 나온다.

운문산 인증 사진이 없으니 이 기회에 다시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산행에 나선다.


이번 영알 9봉 완등 인증서 제공은 해당 산이 지나가는 울주군, 경주시, 양산시, 청도군, 밀양시 공동주관이다.

영알 9봉이 인증되면 5개 지자체의 기관명이 명시된 인증서와 인증 메달이 제공된다.

내가 지금까지 산행하며 받은 인증서는 "한라산 등정 인증서" 두 장이 전부다.

산림청 100명산은 성인봉만 남겨둔 상태이고, 블야와 한국의 산하 100대 명산은 진작 끝냈다.  




운문산 등산코스






운문산은 카페에서 공지한 거리는 억산까지 크게 돌 때 11.5km,

오늘 내가 걸은 범봉에서 하산하면 9.8km로 공지되었으나 이는 석골사 주차장에서 산행할 때 거리다.

버스는 석골사 주차장까지 들어갈 수 없어 마을 입구에서 하차해 편도 1.8km를 더 걸어야 하므로 실제 거리는 13.5km다.

주어진 시간은 딱 여섯 시간인 17:20분 마감이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 고도가 193m이므로 정상 1,188m까지 약 6km를 걷는 동안 고도를 1,000m 높여야 하니 쉽지 않다.

보통 산행에서 한 시간에 2km로 계산하는데, 13.5km를 여섯 시간에 끝내려면 여유 갖고 식사할 시간도 없다.

어물쩍거릴 새도 없이 처음부터 속도전에 돌입한다.





이 물탱크에서 길이 갈라지면 아래쪽 길로 들어서며 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위에 차도가 좁아 일방통행이므로 윗길로 가나 아랫길로 가나 잠시 후 만나 석골사로 들어간다. 




석골폭포

갈수인데도 제법 수량이 많아 폭포가 보기 좋다. 








석경사 대웅전




운문산 가는 길은 처음엔 이렇게 유순하나 돌밭을 지나며 고도는 사정없이 높아진다.
















석골사의 골자가 골산(骨山), 즉 돌산이란 암시가 들어 있다.

운문산이 유순해 보여도 알고 보면 바위가 많은 돌산이란 걸 절 이름이 암시한다.




정상으로 오르는 동안 운문산 정상으로 가는 길 안내를 이렇게 노란 페인트로 표시했다.








제법 높이 오르니 운문산이란 이름답게 상운사란 작은 암자가 있다.

상 자를 상서로울 상(祥)자로 했으면 더 좋았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태양열 전기를 설치해 급한 대로 전기를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지난 11월 설악산 봉정암에선 이런 태양열 전기를 이용해 방바닥을 데워 따듯하게 숙면을 취했다.




상운암에서 보니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암봉이 보인다. 저 암봉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 능선에 오르면 오른쪽으로 300m를 더 가야 운문산 정상과 만난다.

오늘 산행 코스는 정상 찍고 개인차에 따라 범봉 또는 억산까지 다녀와도 되는데, 그러자면 운문산 정상에서 되돌아 와야 한다.




운문산(1.188m)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1240m)에서 서쪽 능선으로 아랫재를 거쳐 연결되는 운문산은 듬직하고 중후한 산이다.

억산 능선으로 연결된 운문산의 모습은 아주 후덕스럽고 보기에도 시원스럽다.

운문사를 지나 목골에 들어서면 운문산은 잠시 위용을 나타내는데 그 이름처럼 산허리에 구름을 두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보는 운문산의 모습은 영산다운 신비한 모습이다.

운문사를 지나 바로 개울을 건너는 목골로 들어서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계곡의 옥류는 흐르는 것이 아니고 아예 구르는 듯하며 전인미답의 안골은 바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운문산 정상에서 청도쪽으로는 구름 아래 낮은 연봉이 줄지어 있어 연봉의 아름다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깊고 짙푸른 소와 부드러운 계곡의 암반, 원시 풍광을 그대로 간직한 청도의 운문계곡과 산은 자연이 준 아름다운 선물이다.

 (청도군청 홈페이지 편집)

  





정상에서 보는 가지산이다.

전에 영남알프스를 뛸 때 새벽에 운문산에 오른 후 저 가지산을 거쳐 이틀 동안 종주했던 기억이 있다.

운문산을 어렵게 오른 후 한참을 내려간 다음 다시 치고 오르며 무척이나 고생했다.




함화산 방향




좀 전 상운암에서 봤던 암봉을 만났다.

우회길이 있으나 돌지 않고 바로 암봉으로 오른다.




좋다.

산이라면 모름지기 이런 암봉 몇 개는 넘어야 산 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흔히 보는 화강암이 아니어서 찾아보니 안산암이라고 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돌은 뾰족뾰족 모나게 갈라져 미끄러짐 없이 걸을 수 있다.




















암봉 마지막엔 낭떠러지다.

너무 높은 절벽이라 내려갈 수 있을지 걱정했으나 쇠사슬이 달려있다.

장갑 바닥이 미끄러울 거 같이 맨손으로 내려가는데, 밤새 추위에 얼어서 얼음장이다.

다 내려설 때는 손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가야할 방향
















멀리 상계봉 아래 사리암도 보인다.




오늘의 마지막 관문인 범봉이다.

여기까지 왔을 때 같은 산악회 화원이 먼저와 쉬고 있는데, 음악을 너무 크게 틀었다.

산에선 소리 없이 다니는 게 좋은데 저 좋자고 다른 사람에게 소음 피해를 주는 사람이 더러 있다.

음악적 취향이 다 같은 건 아니니 굳이 음악 감상하려면 이어폰 사용으로 피해를 주지 말자.




억산을 대표하는 암봉이다.

시간이 부족해 좋아하는 암봉을 포기하고 하산해야 하니 가슴이 쓰리다.

회원 중 절반 이상은 중간 딱밭재에서 바로 하산하고, 주력이 좋은 회원 서너 명은 억산까지 경유했다.

대단한 건각이다.

딱밭재가 해발 799m이므로 운문산에서 약 320여 m 고도를 낮춘 후 범봉(962m)까지 또 치고 올라야 한다.




지나온 범봉




내려가며 다시 보는 억산  












범봉에서 능선 타고 내려가는 하산길에도 암릉 구간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능선 좌측의 작은 봉우리가 정상인 거 같아도 오른쪽 소나무가 많은 바로 위쪽이 운문산 정상이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운문산 정상의 이미 과거의 시간이다.












다른 위치에서 보는 운문산 정상 방향




정으로 쪼아낸듯 거친 암봉












원점회귀로 다시 만난 석골사




회원 두 명이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회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개별적으로 상경한다는 연락이 왔다.

나도 이런 경험이 서너 번 있다 보니 남의 일 같지 않다.

산행은 언제든 돌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영남알프스 억새를 보겠다고 1무 1박 3일 일정으로 새벽에 운문산을 오르지 만 4년 만에 다시 운문산에 올랐다.

전엔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랜턴에 의지해 오른 운문산을 이번에 대낮에 올랐다.

가지산으로 가지 않고 범봉으로 하산하며 전에 보지 못한 여러 풍광을 즐긴 하루다.

영알 9봉 인증을 위해 어렵게 산행하면서도 그때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을 본 운문산이다.

내일은 문복산과 고헌산 등산을 위해 다시 영알에 와야 하니 내일은 오늘보다 더 어려운 하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