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산보다 기술

modest-i 2016. 2. 9. 21:33

제프리 가렛 와튼 스쿨 학장"비즈니스 리더에게 꼭 필요한 것이요? '뉴 하드 스킬'이죠."

제프리 가렛(Garrett·58) 와튼 스쿨(Wharton School) 학장은 다소 생소한 단어를 꺼냈다. 다양성이라던가 리더십처럼 익숙한 단어가 아니었다.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짓자 그는 "이미 당신도 알고 있는 것"이라며 웃었다.

과거의 비즈니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이 재무·회계·마케팅 등과 관련된 지식을 뜻하는 '하드 스킬'이었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조직 관리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나 직원들과 공감하는 능력인 '소프트 스킬'이 중요해졌고, 최근에는 혁신이 기업의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 만큼 첨단 기술과 관련된 '뉴 하드 스킬'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은 미국 하버드·스탠퍼드 경영대학원(MBA)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MBA로 꼽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매년 실시하는 글로벌 MBA 과정 평가에서 와튼 스쿨은 2001년 이후 9년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올해 초 FT가 발표한 글로벌 랭킹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올해 초 대학 평가 전문 매체 'US 뉴스 & 월드 리포트'가 집계한 랭킹에서도 3위에 올랐다.

지난 3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와튼 스쿨 입학 설명회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가렛 학장을 만났다. 호주 출신의 가렛 학장은 작년 7월 부임했다. 스탠퍼드대, 예일대, UCLA대, 옥스퍼드대 등에서 강의를 했고 와튼 스쿨에 오기 직전에는 호주의 명문인 뉴사우스웨일스대 비즈니스 스쿨의 학장을 맡았다.

하드스킬

뉴 하드 스킬이란? 첨단 기술 이해하는 것

―경영자를 양성하는 비즈니스 스쿨의 대표격인 와튼 스쿨의 학장께서 '기술과 관련된 지식'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소 의외의 말씀입니다.

"과거의 비즈니스 환경과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첨단 기술이 등장하면서 혁신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비즈니스 리더가 꼭 괴짜 과학자일 필요는 없지만, 이런 종류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 이 중에서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 적용할 줄 알 정도의 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경영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보통 하드 스킬이라고 부릅니다. 과거 MBA에서 전통적으로 가르쳐 왔던 것이죠.

그러나 이제는 마케팅 전략을 줄줄 외우고, 재무제표를 잘 분석하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책을 읽고, 교실 안에서 토론하고,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기업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것을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실 밖에서 무엇인가를 배워야죠. 뭔가를 저질러야 배움이 따라옵니다. 스타트업 기업에 가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벤처 캐피털에 가서 어떤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성공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익히는 것이 뉴 하드 스킬입니다."

―와튼 스쿨은 전통적으로 금융 분야에 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런 정도로 기술 혁신이 기업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인가요.

"물론 기업 경영에 필요한 전문적인 금융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발생한 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임원들이라면 누구라도 금융을 더 많이 이해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금융처럼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이 요즘 비즈니스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의 전부는 아닙니다.

와튼 스쿨의 경우 이 때문에 10년 전부터 뉴 하드 스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최근 구글의 새로운 CEO로 선임된 선다 피차이(Pichai)도 와튼 스쿨을 거쳤습니다."

―잭 웰치 전 GE 회장과 비슷한 말을 하시는군요. 그는 인터뷰에서 첨단 기술에 관한 모든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영광입니다(웃음). 그것이 바로 뉴 하드 스킬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괴짜 과학자와 대화할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와튼 스쿨 출신들을 보통 금융 관련 회사나 관련 직종에서 많이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금융 회사라고 해도 JP모건, 골드만삭스처럼 규모가 크고 오랜 역사를 가진 곳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모펀드(PEF)나 벤처 캐피털도 금융회사입니다. 이런 회사들이 어디에 투자할까요? 요즘은 (기술 기업인) 스타트업에 가장 많이 투자합니다. 금융 회사에도, 일반 기업에도 전문적인 경영 지식과 함께 뉴 하드 스킬을 가진 인재들은 항상 필요한 것입니다."

미국 경제 전문지(誌) 포천은 작년 말 '2014년 최고 경영인 50'을 선정해 발표했다. 그런데 50명 가운데 10명이 IT 기업의 경영인이었다.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CEO가 1위를 차지했고, 팀 쿡 애플 CEO가 바로 뒤를 이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명단에 포함됐다.

가렛 학장의 말대로 '뉴 하드 스킬'의 전성시대인 셈이다. 다만 가렛 학장은 덧붙인다.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 역시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도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영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프트 스킬'에 정통한 비즈니스 리더 역시 꼭 필요합니다."

―뉴 하드 스킬이 중요하더라도 실제로 이를 습득하는 것은 별개의 얘기인 것 같습니다. 별도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이전부터 MBA에서 배울 수 있던 것 중에서도 관련되는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입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와 숙박 공유 서비스 업체 에어비앤비를 생각해봅시다. 이 기업들은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 주는데, 여기에는 엄청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기업이 성장할수록 데이터양이 많아지고 데이터 분석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데이터를 읽는 것은 IT라기보다는 경영 관련 재무 기술에 가깝습니다. 이전부터 MBA에선 재무 쪽에서 많이 가르치는 것들이죠.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자 가운데에는 공대 출신이 많지만, 스타트업 기업들이 규모를 키우는 단계에 접어든 후에는 MBA 출신이 활약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첨단 기술과 관련된 분야를 공부한 학생들이 MBA 과정을 이수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도 역시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제프리 가렛 와튼 스쿨 학장

승진할수록 중요해지는 것은 소프트 스킬

―다만 MBA 출신들이 풍부한 지식에도 리더십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그래서 뉴 하드 스킬 이외에도 여전히 필요한 것이 '소프트 스킬'입니다.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이 말한 것처럼 무엇을 알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알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데, 이때 소프트 스킬이 꼭 필요합니다."

―소프트 스킬은 좀 친숙하게 들립니다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소프트 스킬은 조직을 잘 운영하는 능력입니다. 비즈니스 리더에게 필요한 리더십, 가령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다른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것들이죠.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아무리 유능한 리더라도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해낼 수는 없습니다. 똑똑한 사람을 뽑는 것 못지않게 똑똑한 사람을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게다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정보가 빠르게 퍼지고, 직원들이 수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습니다. 좋은 리더라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커뮤니케이션에 임해야 합니다. 소프트 스킬이 바로 이러한 능력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조직 내에서 지위가 올라갈수록 더 필요한, 리더에게 필요한 능력이 소프트 스킬이라는 말씀이군요.

"맞습니다. MBA를 막 졸업한 사람 중 높은 수준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당장은 더 좋은 직장에 가고 높은 연봉을 받고 더 빠르게 승진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소프트 스킬이 더 필요합니다.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아 조직 내에서 지위가 올라간 후에는 더 많은 조직원을 아우르는 스킬이 필요한 것이죠. 목표를 제시하고 조직원들을 격려하고, 때로는 갈등을 해결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소프트 스킬입니다."

―소프트 스킬을 길러 주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와튼 스쿨의 경우 신입생이 입학하면 자동으로 특정 팀에 배정됩니다. 국적과 인종, 직장 경력을 고려해 최대한 다양한 사람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학교에서 미리 짜줍니다. 그리고 정해진 과제를 수행합니다. 팀원들끼리 서로 돕지 않으면 과제를 마무리할 수 없게 돼 있으니 자연스럽게 리더십, 소통 능력, 책임감이 길러집니다. 실제로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나요? 이렇게 미리 캠퍼스에서 소프트 스킬을 써먹으면 다른 조직에 가서도 이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게 됩니다."

―리더에게 필요한 기술이 소프트 스킬과 뉴 하드 스킬이라는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비슷한 질문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사람이 좋은 비즈니스 리더가 될 수 있을까요?

"뉴 하드 스킬이든 소프트 스킬이든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만 익힐 수 있는 것입니다.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다양한 경험을 해본 사람이 좋은 비즈니스 리더가 될 가능성이 크겠죠. 와튼 스쿨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도 '글로벌 비즈니스 스쿨'입니다. 다만 본거지가 미국일 뿐이죠. 게다가 호주 출신인 제가 학장까지 되지 않았습니까(웃음). 와튼 스쿨의 메인 캠퍼스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지만, 다양한 학생이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2캠퍼스에서는 창업자 코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무료 온라인 강좌 무크(MOOC)를 통해 데이터 분석과 최신 기술에 관한 강의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달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에서 입학설명회를 합니다. 아시아의 우수한 학생들을 와튼 스쿨로 데려오는 것이 최대 목표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외국의 학생들을 유치하겠다는 뜻보다는 자연스럽게 많은 나라의 사람을 접하게 하기 위한 뜻도 있습니다. 여러 나라의 사람과 부딪치면서 다양성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비즈니스 리더의 경쟁력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MBA 졸업생들이 예전만큼 높은 연봉을 받지 못하고, 취업률도 높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는 오히려 기업들이 채용을 꺼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MBA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비즈니스 스쿨'이 '비즈니스' 자체로서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MBA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사람들의 재능을 관리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은 어디에나 필요합니다. 제가 앞에서 말했던 소프트 스킬, 뉴 하드 스킬이 다 이런 것에 관한 것입니다. MBA가 사라질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선일보에서 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