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이 휴식 창조

modest-i 2015. 6. 15. 12:03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탁석산 | 창비

우리는 무엇으로 살고 있을까? 2000년 <한국의 정체성>으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믿음을 뒤집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했던 철학자 탁석산이 ‘한국 다시 보기’의 대상을 우리 주변의 일상과 문화의 차원으로 넓혔다. 그가 바라본 한국인은 현세주의·인생주의·허무주의라는 세가지 속성을 갖고 있다. 보통 부정적인 요소로 꼽히는 현세주의와 인생주의, 허무주의는 그를 만나면서 오늘을 사는 한국인을 절묘하게 표현하는 단어로 탈바꿈한다.

현세주의는 이번 생에 모든 것을 이뤄내야 한다는 조급증으로 ‘빨리빨리’ 증후군을 낳았다.

그 덕에 6·25 전후 잿더미에서 압축성장이 가능했다.

 

도처럼 내세를 중요시하는 국민이라면 현세를 내세의 징검다리로 여기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므로 기록적인 경제성장이 힘들다.

 

 

 

인생주의는 제도보다는 개인의 감정을, 사회적 성공보다는 삶의 쾌락을 중시한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인데 즐기자’며 사회적 성공보다 삶의 쾌락을 중시한다. 저자는 감각적 즐거움을 택하는 한국인의 방식이 제도에 길들여지지 않는 건강한 야성성과 역동성으로 발현된다고 본다.

허무주의는 저자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다.

가수 김국환의 노래처럼 “산다는 게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어려운 시기를 견디며 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생이 허무하니 대충 살자는 서양식 니힐리즘이 아니다.

생이 힘들고 고단할 때 쉬어가는 곳이 한국의 허무주의라는 것이다.

 

 



여기에 실용주의가 얹혀진다. 한국인의 현세주의와 인생주의, 허무주의를 아우르는 것이 실용주의다.

저자가 말하는 실용주의는 미국의 프래그머티즘처럼 진리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좋고 나쁨의 가치를 염두에 둔 개념이다.

 

저자는 현세에서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실용주의가 지난 100년간

해방, 전쟁, 분단, 독재라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며 유연성과 적응력을 높여왔다고 말한다.

그래서 오늘날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책과 삶]100년 지켜온 실용주의가 한국 위기돌파 동력이다

김주현기자  /경향신뭉

 
 
 

* 놀이 휴식 창조

modest-i 2015. 6. 15. 11:58

명강의를 찾아서] 철학자 탁석산 박사

 

 

 

"한번뿐인 세상 즐겁게… 한국인 지배철학은 실용주의"

대한민국만큼 역동적인 나라도 지구상엔 흔치 않을 것이다. 국민의 삶 또한 압축성장 경로를 따라 숨 가쁜 진화를 거듭했다. 대체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한국인의 삶을 지탱해 온 철학은 무엇일까. 이 거창한 주제에 "이게 정답"이라고 선뜻 결론 내릴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탐구해 온 철학자 탁석산(55) 박사는

 

"우리 국민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최상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실용주의적 생활철학을 체득했다"고 설파했다.

 

이런 철학이 내면에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어느 민족보다 경제위기 등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적응과 극복이 빨랐다는 것이다.

 

난 15일 경기 수원시 주최로 수원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린 '2011 인문ㆍ교양 아카데미'특강 자리에서 내린 결론이다.

 

 

 

그는 한국인의 실용주의를 압축적으로 규정했다.

 

"하나뿐이고 한번뿐인 세상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데 필요하다면 그 무엇이든 택하는 정신"이라고.

 

 

한국인의 생활에서 실용주의는 크게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게 탁 박사의 시각이다.

 

현세주의,

 

인생주의, 허

 

무주의다.

 

 

 

 

우리 국민은 이를 삶의 철학으로 삼고 있으며, 실용주의는 이를 아우르는 방법론이자 나중엔 지배철학이 됐다는 설명이다.

 

 

 

 

"실용주의의 세 가지 양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질문이 청중석에서 쏟아졌다.

 

그는 "현세주의란 한마디로 '지금 이 세상이 전부', '이 세계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부연 설명이 뒤따랐다. "현세주의의 최대 장점은 나름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현세주의자는 이승이 전부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최대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위하며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한다.

 

당연히 종교적 고행이나 생애를 바치는 순례 따위를 찾긴 힘들고,

합리적으로 세상일을 해결하려는 점이 매우 긍정적이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최대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그는 우리 국민성을 일컫는 '억척스러운 한국인', '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표현 역시 현세주의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측면은 없을까. 그는 조급성을 올려 놓았다."

 

조급성이란 마음에 평안이 없고 장기계획에 약하다는 의미다.

 

닫힌 세계관이기도 하다.

 

 

 

이런 세계관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지금 이 시간 이곳에서 결정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압박감이 언제나 함께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흔히 홧병으로 불리는 한국적 현상도 조급성이 가져다준 것이다.

" 그러면서 조급성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세에서 모든 것이 이뤄진다고 할 때 대기만성의 자세로 천천히 꾸준히 행위하는 것이 오히려 이롭다는 것을 깨닫는 노력을 하라고 당부했다. "

 

 

중국인이 현세주의를 택하면서도 굼뜬 행동을 지칭하는 '만만디'(慢慢的)가 몸에 밴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인생주의는 또 무엇인가. 탁 박사는

 

"인생주의는 인간중심주의(휴머니즘)와는 다르다"고 했다.

 

제도보다 개인의 감정을 중시하고

 

동시에 사회적 성공보다는 삶의 쾌락을 추구하는 성향이라고 했다.

 

 

 

한국인은 늘 즐거운 기억을 환기하면서 생활하는 속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경기 고양에서 왔다는 한 40대 주부가 "인생주의를 한국인의 보편타당한 개념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고 브레이크를 걸었다.

 

탁 박사는 이 질문에 대해 "꼼꼼히 들여다보면 한국인들은 사회제도인 법을 그리 떠받들지 않는다.

 

인간적인 감정을 보다 중시한다. 물

 

론 인간적인 감정은 부정적인 면도 많다.

 

남이 자신보다 낫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심리도 그중 하나이다.

 

싫건 좋건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하지 않나."

 

 

 

 

한국인의 삶을 규정하는 또 하나의 특징이 허무주의다. '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요체다.

 

 

 

한국인이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고

            세속적 성취에 목을 매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바닥엔 인생무상의 사고방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탁 박사는 "허무주의는 한국인의 삶의 양식을 건강하게 만드는데 없어선 안 되는 요소"라고 정의했다.

 

허무주의가 사람들을 오히려 편안하게 해주는 윤활유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

 

 

논리적으로 본다면 모든 게 허무하다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 다음날 결근하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종교적 삶을 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런 일은 좀처럼 안 일어난다.

인생이 허무하다고 말하는 것은 요즘 일이 잘 안 되거나 속상한 일이 있다는 정도를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시말해 한국인에게 허무주의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작동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진선미의 상위개념인 '좋음'을 추구하고 누리고 산다는 해설도 곁들여졌다.

진리, 선함, 아름다움은 각각의 가치를 갖고 있지만 이

를 모두 아우르는 최상위개념은 좋음이라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좋음을 기준으로 하는 한국의 실용주의는 가변성과

                                                        수용성이 뛰어나다고 했다.

 

인생에 좋다면 무엇이든 다 받아들일 수 있고,

언제나 변화를 택하는 경향이 크다는 까닭에서다.

 

 

탁 박사는 "진리나 정의도 좋음 앞에선 순위가 밀리는 상황이어서

서양처럼 진리를 위해 목숨을 버리며 싸우는 일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것은 기회주의적인 태도가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기도 했으나,

 

그는 "대중은 자신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시대상황에 맞게 택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다음 단계에는 또다른 것을 상황에 맞게 택함으로써

성공적인 변화와 발전을 이뤘다"는 말로 대신했다.


"MB정부 실용주의는 70년대나 통한 현장 제일주의"

한국인 실용주의와 관계없다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주제의 시민 대상 특강에서 실용주의에 특히 천착한 철학자 탁석산에게 궁금한 게 있었다. 인생에 유용한 것, 인생에 좋은 것을 추구하는 한국인의 생활철학으로서 실용주의와 이명박 정부가 집권초기 모토로 삼았던 '실용주의'와는 어떤 관계가 있느냐였다. 특강후 만난 그로부터 "관계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_왜 관계가 없다고 보나.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라는 건 알고보면 실천주의이자 현장 제일주의에 다름 아니다.

이건 1970년대 건설 현장에서나 통했다.

 

지금 봐라. 크고 중요한 문제일수록 현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얼마 전 금융위기가 벌어졌을때 현장은 어디였나. 은행이 아니었다. 환율이 결정되는 현장은 추상적 공간이지 은행의 특정 지점은 아니라는 뜻이다.

휘발유 값이 결정되는 구조 역시 한국정부의 손을 벗어나 있다. 휘발유 가격은 추상적 시장에서 결정된다. 구체적 현장은 없는 것이다. 결국 이 정부의 실용주의는 실체가 없다."

_현장을 찾는 실천으로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인가.

"그렇게 봐야 한다. 실천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이론적으로 탐색하고 방향을 정하고 면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사고를 거듭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실천은 그 다음이다. 가령 휘발유 값 문제를 해결하려고 주유소를 방문하는 것보단 참모들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낫다는 식이다."

_한국인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나.

"지금은 의미의 시대라고 단언한다.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와 경제적 또는 정치적 권리에 기반한 행복을 넘어

인생의 의미를 탐색하는 시대다.

 

생존과 생활, 행복을 거쳐 이젠 의미가 한국인을 지배하는 화두가 됐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사는 게 옳은지 고민하는 단계에 들어서 있다."

_사회의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의미의 시대라는 건 조금 한가한 발상 아닌가.

"빈부 해소는 국가의 몫이라고 본다. 결국 해결책은 돈이 아닌가 싶다. 그

럴려면 복지 정책이 대폭 보완돼야 할 것이다.

공동체를 이뤄나가는데 있어 국가의 역할은 지대하다."



1956년 서울 생. 경기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자연계열에 입학했으나 적성에 안 맞아 자퇴했다. 한국외국어대 영어과에 다시 진학해 같은 대학 철학과 대학원에서 흄의 인과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철학자이자 저술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일본 수도대학도쿄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주요 저서론 <한국의 정체성> ,<한국의 주체성>, <한국의 민족주의를 말한다>,
<탁선산의 글쓰기> 등이 있다.

김진각 편집위원 kimjg@hk.co.kr
사진 김주영기자 will@hk.co.kr

 
 
 

* 놀이 휴식 창조

modest-i 2015. 6. 15. 11:33

"한국인의 허무주의는 건강해 절망보단 삶 견디는 방어수단"

현세주의, 인생주의, 허무주의.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철학자 탁석산(50ㆍ사진)씨의 답이다.

 

개항 후 한국의 100년을 지배해 온, 탁씨가 한국인의 '생활철학'으로 지목한 세 가지다.

 

이 질문을 제목으로 딴 그의 새 책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창비 발행)가 출간됐다. '

 

한국적'이라는 타이틀의 권위를 허물어뜨렸던 전작 <한국인의 정체성>(2000)처럼 이 책도 단정적이고 도발적이다.

 

 

 

"한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선의 전통과 완전히 단절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지식인들 사이에서 조선의 선비에 대한 향수가 이는데, 조

 

선의 패러다임인 주자학과 현대 한국인 패러다임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는 서양의 철학을 무분별하게 베끼는 것 못지않게,

 

고유의 것에 집착하는 것도 옳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 이미 서양과 조선을 뛰어넘고 새로운 시기를 100년 이상 살았다"며 "

 

지식인 사회가 조선이라는 벽에 걸려 넘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 종교, 철학이 일치된 조선 주자학과 결별한 뒤에 '개인'의 공간이 탄생했고,

그 공간에 깃든 한국인의 철학과 정신이 현세주의,

                                                      인생주의,

                                                      허무주의라는 것이다.

 

"종파를 초월한 기복신앙이 현세주의의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또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즐기자'라는 태도는 인생주의를 보여주죠. 적

 

극적으로 감각적인 즐거움을 원하는 것, 그것이 한국인 특유의 역동성과 야성성을 낳았습니다."

 

 

 

기까지는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허무주의를 한국인의 철학으로 내세운 것, 그

리고 그것을 긍정하는 그의 논지다.

 

 

"한국인의 허무주의는 서양의 니힐리즘과 다릅니다.

 

'인생 뭐 있나. 다 그런 거지'하는 태도가 절망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어려운 시간을 견디는 방어수단 혹은 '보험'으로 작용합니다.

 

 

'지치고 힘들어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이 결국 '어쩌겠냐, 열심히 살아야지'로 이어져요.

 

이게 현대 한국인의 철학입니다. 건강한 허무주의죠."

유상호 기자 sh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