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사랑

에스더히메 2008. 3. 27. 11:16
김갑수가 말하는 한국인과 개고기
 

월간GZ 9월호
POINT OF ISSUE1

문화상대주의, 어림도 없다.  작가 김갑수가 말하는 한국인과 개고기

이 시대의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그는 어느 날 아침,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개고기에 대한 거침없는 의견을 펼쳐보였다. 개를 키우지도 않는 그의 입을 통해 전파를 타고 전국에 전달된 이야기는 개고기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과연 개고기를 하나의 문화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문화란, 인지(人智)가 깨어 세상이 열리고 생활이 보다 편리하게 되는 일과 철학에서, 진리를 구하고 끊임없이 진보·향상하려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 또는 그에 따른 정신적·물질적인 성과를 이르는 말을 뜻한다고 한다. 물론 국어사전의 정의로 따질 수만은 없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관습적 측면을 따지자면 개고기는 분명 한국의 문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무엇을 문화로 인정해야하고 인정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성찰의 시간 없이 그저 받아들이고만 있다.


"문화 상대주의는 핑계일 뿐이다." 그는 방송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많은 시간 고민을 했습니다. 즐겨 찾지는 않았지만 더러는 피할 수 없는 자리에서는 먹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제 머릿속에 '왜?'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하필? 다른 먹을거리들이 얼마나 풍성한데 왜?' 그리고 저는 결론 내렸습니다."

클래식과 제3세계 음악을 주로 내보내던 방송에서 뜬금없이 개고기에 대한 진행자의 발언이 시작되었다. 김갑수 작가는 폭넓은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통시적 사고가 가능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의 해박함은 어느 누구와 대담을 나누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기초가 다져져 있기에 개고기에 대한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개고기를 금지하자고 말하면 개고기 찬성론자들은 흔히 문화적 상대주의에 위배 된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동서양을 나눈다는 자체가 제국주의적 관점이 아닐까요? 동양인이랑 서양인이 다른 것이 무엇인데요? 똑같은 인간이고 이 세계에 함께 공존해 가고 있을 뿐이죠. 의학에서도 양의학, 한의학 이렇게 구분을 지어 말합니다. 그 이유로 동양인과 서양인의 체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처치술이나 치료술도 달라야 한다지만 말의 어폐가 있습니다. 인디언들과 힌두교인도 외과수술을 행했죠. 우리 외의 다른 나라 사람에게 당신네들은 안 먹지만 우리는 개고기 먹는 문화가 있어 먹으니 용인해 달라 하는 것은 아주 원시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화적 상대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지금 현 사회의 맞지 않는 이론 일 것이며 상황에 맞지도 않는 이론을 편리와 필요에 의해서 끼워놓는 행태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극단적 문화 상대주의와 자문화 중심주의가 만연한 이 길고 긴 논쟁에 쐐기를 박는 말이다. 그는 자신이 동물 전문잡지와 인터뷰할 만큼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동물에 대한 지식도 많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의 말을 곰곰 씹어보면 분명 상당 시간 이 문제에 대해 골머리를 앓았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개고기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개고기와 국가관계, 개고기와 경제성장을 아우르는 발언이 그 증거일 것이다.

 

 의식의 변화를 추구할 때 

그는 한국 사회는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고 독립 국가를 이뤄 경제성장, 정치성장을 거듭했다고 한다. 이제는 바로 사회적․문화적 성장을 이루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현재의 우리 사회 문화를 보면 어느 부분만 고쳐야 할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범주는 양식 있는 행위가 정립되어야 하겠고 사회 전반의 도덕적인 측면의 질서가 확립되어야겠죠. 기업가들의 기부 문화가 당연시 되는 사회 분위기도 필요합니다. 바로 이 범주 안에 개고기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순위가 세계 10위권 대에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경제 못지않게 국제적인 문화와 규약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참 우스운 것이, 경제는 서방권과 함께 가자면서 그들이 혐오하고 꺼리는 개고기를 용인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국제 사회 이목으로 볼 때도 개의 식용을 반대하면 사대주의 시각이라고 치부하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를 떠올리면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가 아니라 개를 먹는 나라로 인식되어져 있다. 개고기라는 것으로 그들의 눈에는 더없이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국가의 이미지가 각인 되어버린 것이란 말이다.

개고기만 먹지 않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전근대적 사고방식을 차례로 고쳐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한층 세련된, 우악스럽지 않은 문화를 향유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간과 동물이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전진

"국제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특정 동물들이 사람들에게 반려동물로 받아 들여졌습니다. 이런 기류의 변화로 국제사회는 육식과 관련된 문명사회의 규범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죠. 그래서 식용을 목적으로 한 동물로 소, 돼지, 닭, 양 등을 대량 사육하면서 세계적으로 두루 식용 가능한 동물로 인식되었습니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은 이 동물들을 식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 지라 우리나라는 그들 눈에 경제성장은 보이지 않는 그저 개를 먹는 야만적인 나라인 것이죠. 쉽게 예를 들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지 않고 화장실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용변을 보면 노상방뇨가 되듯 그들이 가족이라 여기고 함께 일상을 보낼 개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자기네의 묵언의 규약에 위배되는 용납 될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그는 또한 급진적 동물 운동가들에 대한 생각도 서슴지 않고 털어 놓는다. 동물의 권리를 위해 완전 채식을 해야 한다는 이론에 대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문제는 지금 서구에서도 활발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사고 유입의 단계가 있다면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통용될 문제의 가치는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현세는 노예해방, 여성해방을 거쳐 이제 동물해방의 단계라고 말하는 동물 해방 운동가들은 어떤 동물은 먹어도 되고 어떤 동물은 가족 같이 지내냐며 비판은 하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인간들이 채식을 하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인간은 구조상 육식을 하게끔 이루어졌고 그들의 의향을 무시한 채 동물보호를 목적으로 채식만 하자는 것도 급진주의적 발상이 아닐까요? 이 문제는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딜레마 일 것입니다. 인간에게나 동물에게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숙제일 것입니다. 사람들이 많은 고기 중에 굳이 개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갑수가 제안하는 반려동물 문화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지 않는 다수의 사람들은 개를 키운다고 하면 부유층이거나 싱글 또는 특정한 동물 애호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통상적인 사람들의 이미지라고 그는 말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개를 키운다는 말만 들어도 저항감이 생기게 된다. 그는 이런 사람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고자 무턱대고 감정에 호소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한다.

 "감정에 호소하기 보다는 반려동물에게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유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강아지의 예쁜 모습, 애틋한 모습을 보여주고 재미있는 일들로 호감을 유도한 후에나 비로써 인식의 전환을 유도해야할 것입니다."

 그의 의견은 현재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의 시민에 대한 접근 방식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릴 때부터 계속 개와 가깝게 지냈고 그저 위안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탄생과 죽음 그리고 이면에 있는 깨달음과 신비감까지 알려주었다는 그는 자신은 정말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꼭 이런 이유 때문에 개고기 문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발전하는 사회를 사는 사람으로서, 세련된 사회를 이루고 삶의 질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봤을 때, 굳이 개고기를 먹어야 하는 정당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탄탄한 이론으로 무장했기에 감성을 앞세운 주장보다 오히려 설득력 있다.

 "우리나라가 몸살 나게 닮고 싶어 하는 선진국과 함께 살아가려면 그들이 기본이라 여기는 국제사회의 용인된 규범을 공유해야 합니다. 이것은 비굴한 태도가 아닙니다. 이런 규범은 생활 속에서의 정의선택입니다. 거듭 말하게 되지만 꼭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싶다면서 습성은 원시적인 채로는 절대로 발전이 불가능 할 것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양식 있는 행위를 실천하는 것. 모든 사람이 그 실천을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노력도 많이 요구되리라 생각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고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흔히 사회 참여도가 왕성한 지식인일수록 사회적 인정의 욕구 또한 왕성하기 마련이다. 주류에 속하기 위해 눈치를 보거나 발버둥치는 다수 지식인의 모습과 달리 그는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동물을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마른 땅 단비처럼 김갑수 작가의 지지가 이 땅에서 식용으로 스러져가는 개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갑수 작가는 시인이자 음악 칼럼리스트로 1959년 1월 19일 생이다. 글쓰기와 방송, 두 분야를 오가며 자유롭고 창조적인 삶을 꿈꾸는 그는 성균관 대학교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시와 출판평론, 음악칼럼이 주된 활동영역이며 1984년 실천문학을 통해 시단에 데뷔하고 시집 「세월의 거지」(문학과지성사), 음악 에세이집 「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풀빛미디어),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웅진닷컴) 등을 출간했다. SBS 러브FM [김갑수의 책하고 놀자]의 진행자로서 책과 방송의 본격적인 만남을 추구해 왔던 그는 현재 KBS 1라디오로 자리를 옮겨 [김갑수의 문화읽기](97.3밤 10시5분-11시)를 매일 밤 진행하고 있으며, EBS TV의 책 전문 프로그램 [책과 함께 하는 세상](금요일 밤 8시 30분-9시) 진행자를 겸하고 있다. 또한 CBS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도 진행하고 있다. 

동아일보 출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다수의 매체에서 문화시평과 서평, 칼럼 등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