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이야기/이춘모가 보는 세상 이야기

장복산 2019. 11. 23. 08:35

지난 19일 나는 서둘러 진해행 버스를 탔습니다. 날씨는 마치 내가 흙먼지가 펄펄 나는 비포장도로였던 마진고개를 16인승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처음 넘어 가던 53년 전 1월의 쌀쌀한 날씨와 비슷하게 차고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설레던 마음으로 진해 땅을 밟은 지 50년이 넘도록 나는 아직도 진해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주말이면 서울과 진해를 오가며 6년 넘게 마진고개를 넘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유난히 내 인생에 가장 찬란했던 청년시절의 진한 향기들이 주변을 맴돌며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주말이 아직 멀었는데 내가 서둘러 진해행 버스를 탄 이유는 "바다에서 새벽을 보다."라는 책을 접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책을 읽어야 하겠다는 특별한 작정 없이 잭을 펴 들었습니다. 그냥 진해와 연관되는 해군과 바다 그리고 황기철이라는 단어에 관심이 가면서 책의 표지를 열었습니다.


서문에서 풍기는 필체의 향기는 마치 숨김 없는 양심의 소리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전문작가가 아니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문장과 문단 사이에서 쉽게 시선을 끊을 수 없도록 한 군인의 진솔하고 진한 삶의 냄새가 배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냥 생각 없이 책을 펴 들었던 그 자리에 주저 않아 "바다에서 새벽을 보다." 라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보니 형광등 불빛이 깜박이며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오는 11월 27일 (수요일) 오후 4시 진해구청 대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한답니다. 그런데 출판기념회를 하기 전에 지역 블로거 초청간담회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분을 꼭 만나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만나야할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직접 저자를 만나서 그의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어 보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진해 흑백다방에서 블로거들과 담소를 나누는 황기철 위원장>

<진해 흑백다방에서 블로거들과 담소를 나누는 황기철 위원장>

조금은 오래된 이야기 입니다. 진해 청과시장자리에 있는 동전 집에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오웅근 기자를 만나 소주를 마시며 거나하게 취기가 돌며 대화의 톤도 점점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때 처음 황기철이라는 이름을 들었습니다. 내가 너무 무심하게 세상을 살았는지 사는 게 바빠서 관심이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기자는 황기철제독이 지금 방산비리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그분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는 "쓸 대없는 소리하지 말 아라.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 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흐르고 가끔은 뉴스를 보면서 황기철이라는 이름과 함께 세월호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최신 장비로 최근에 건조된 통영함이 세월호 구조에 출동하지 못한 이유가 방산비리 때문이라 던지 하는 이야기들을 들어도 나하고 직접 관련된 일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인지 나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황기철 제독이 무죄로 석방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도 나는 생각 없이 무덤덤하게 세상을 살았습니다. KBS 에서 방영한 시사기획 "창"이라는 프로그램의 "장군은 무죄"도 이번에 다시 보았습니다.


<침몰하는 세월호 주변을 맴도는 구조정들>

<함상에서 해상작전을 지휘하는 황기철 제독>

검찰개혁이 필요한 합당한 이유

나는 서초동에 가서 검찰개혁을 외치는 함성 속에 어울리고 휩쏠려 다니며 검찰개혁을 외쳤지만 정작 검찰을 개혁할 명확한 이유조차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서문에 나오는 저자의 처절한 외침을 듣고 가슴이 오싹하고 전신에 소름이 돋는 느낌을 느끼며 저 순간에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그리 길지 않은 문장 속에서 나는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나는 내가 겪은 구속과 부당한 수사를 적었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이 어떻게 죄를 만들어 구속을 하고 기소를 하는지, 역시 기록이 필요하다. 공을 세우겠다는 목표로 죄를 씌우기 위해 어떻게 주변인들을 협박하고 회유하여 한 사람의 명예와 인간관계를 파탄시키는지 알리고자 한다. 나는 재판을 통해 무죄로 나왔지만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개인의 삶과 해군의 명예까지 짓밟고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권력은 누가 부여한 것인가. 나는 이것으로 왜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근거를 더하고자 한다. 나와 같은 억울한 사례가 얼마나 부지기수로 많을지 생각하면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려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


<황기철과 진해사랑 밴드 화면>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들과 거리정화작업을 하는 황기철 위원장>

<해군함정에서 진행하는 함정방문 프로그램에 함께하는 황기철 위원장>

지역을 대표할 리더가 필요한 이유

나는 50년 전 해군에 입대하며 진해땅을 밟은 후로 진해를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내 아들 딸들은 진해가 고향이 되었습니다. 나도 진해가 고향인 것 같이 진해를 사랑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살기 좋은 진해라고 하지만 나는 항상 목마른 사람이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는 심정으로 진해를 대표할 진정한 리더가 없다는 사실을 가장 안타깝고 아쉬워하며 진해를 지키고 사는 사람입니다. 한 때는 해군 장성출신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서 나는 선대위기획실장직을 맡아 열심히 도왔던 기억도 있습니다.


진해, 마산, 창원이 통합되는 지자체 통합과정에서 나는 혼신을 다해 저항하며 투쟁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지역에서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어떤 사고로 정치를 하며 정치판에 부침하는지 똑똑하게 보고 경험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지방의원들은 지역에서 무엇을 해야 하며 국회의원은 지역을 대표해서 국가경영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똑똑히 보았습니다. 나는 주민들의 동의없는 지자체 강제통합을 적극 반대한다는 주민들 목소리를 들고 난생 처음으로 국회까지 찾아가 호소도 해 보았습니다.


<황기철 제독의 운전병이었던 박진영씨의 살아있는 생생한 증언들을 들을 수 있었다.>

국회출입을 막는 경위들의 저지선을 넘기 위해 진해출신이 아닌 강기정 국회의원 보좌관을 로비로 불러 내리기 까지 해야 했던 기억 속에는 진해를 대표할 진정한 리더가 꼭 필요하다는 더 강한 이유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다에서 새벽을 보다." 라는 책은 이렇게 나의 가슴속에 잠자던 욕망들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진해 흑백다방에는 아주 특별한 손님도 와 있었습니다. 황기철 제독이 군 생활을 할 때 운전병이었던 박진영씨가 멀리 남원에서 달려 왔던 것입니다.


박진영씨를 사이에 두고 황기철 위원장과 가까이 앉아 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의 눈빛과 손짓을 보며 "바다에서 새벽을 보다." 라는 책에서 만났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지역에서 같이 블로거 활동을 하는 선비님이 저녁을 사겠다고 해서 수양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곱창찌개로 저녁도 같이 먹었습니다. 마주 앉은 황기철 위원장이 계속 끊는 곱창찌개를 국자로 저으며 이리 저리 떠서 나누어 주며 먹기를 권하는 모습이 마치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 같았습니다. 흑백다방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기까지 황기철 위원장이 하는 행동들은 그냥 정치인들이 흔히 하는 립서비스 수준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그의 진심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황기철 위원장과 기념촬영>

나는 진해 흑백다방에서 만난 황기철 위원장과 그의 운전병이었던 박진영씨를 만나면서 내가 서둘러 진해행 버스를 탔던 사실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진한 곱창찌개 한 국자를 나에게 내 밀던 그의 모습에서 박진영씨가 왜 멀리 남원에서 진해까지 왔을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었습니다. 장군은 무죄의 주인공이고 아덴만 여명작전을 지휘한 전직 해군참모총장인 황기철 위원장의 참 모습을 보려면 "바다에서 새벽을 보다." 의 일독을 권합니다. 군인의 참 모습을 보고, 진정한 정치인의 모습을 그리며 검찰개혁의 이유도 여기서 분명하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급변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의 모습이 참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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