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이야기

우정(牛亭) 2010. 3. 17. 11:54

나의 골프 싸부님과 15년만의 재회 라운드

 

1987년 가을, 내가 처음으로 골프 연습장을 찾아간 이유가 바로 이 영국인 때문

이었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은 1981년 중동 바레인 지점에서였지만 그는

그 후로 5년간의 일본 지점 근무를 마치고, 1987 2월에 서울 지점장으로 나의

직속 상관으로 부임해 왔습니다.  일본에서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했던 모양인

이 지점장은 가족이 없는 독신인 겁니다.  해외에 나와 있는 독신 상사 모시기가

어떻겠습니까?  가족도 없이 주말 이틀을 무엇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나의 골프 싸부님, Mr. Chris Martin)

 

그러나 골프 약속이 있는 주말은 골프만 치면 하루가 그냥 지나가니까 내가 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골프 약속이 없는 주말은 내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라도 골프를 배워야 거래처와도 부드럽게 골프로

어울릴 수가 있겠다 싶어 드디어 골프를 배우기로 맘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사실 엄청 안티 골프였는데 말입니다.

 

 

               (1987년 5월 9일, 그의 한국에서의 첫 골프 경주에서.  나는 아직 골프는 시작하지 않았고 테니스할 때)

 

1987년 본점으로부터 골프장 회원권 구입 허가가 났는데 어디 회원권을 살까

하던 중, 중부C.C.가 막 개장을 했고 그 때 우리와 거래가 있던 애경 그룹의

소유라 부킹의 편의도 받을 수 있겠다 싶어 중부 회원권을 살 것을 권했습니다. 

회원권 분양가가 이천구백오십만원이었습니다.  1988 2 월에, 내가 머리 올린

곳도 바로 중부 C.C.이고 그 이후 법인 회원권으로 중부에서 이 영국인을

따라 다니며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당연 영국 정통의 골프예절과 매너를 그대로 보고 따라 하면서 배웠습니다. 

내가 코스에서 무심코 하는 Beautiful Shot!, 또는 Beauty!라는 찬사, 바로

이 영국 지점장을 따라서 배운 겁니다.  토핑이 되어 거리는 얼마 못 가도 방향이

똑바로 가면 Very commercial! 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 분이 나의 골프

싸부님 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989년 한국을 떠날 때 나한테 부탁하기를 중부c.c.에 가서 핸디캡 증명서

좀 받아 달라는 겁니다.  유럽으로 돌아가면 퍼블릭이 아닌 회원제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려면 반드시 이 증명서가 있어야 한답니다.  중부 C.C.에 부탁하고,

영어로 문안을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서 증명서를 만들어 주었더니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로 오는 영국 사람마다 돌아갈 때는 모두 이 핸디캡

증명서를 만들어 달라고 해 모두 핸디캡 21의 증명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지점장이 서울에 2년만 더 있었더라면 나의 골프가 그래도 제대로 궤도에

오를 수 있었을 터였는데 6.29 선언 뒤로 불어 닥친 노동 조합 파업의

광풍에 휘말려 1989년 본점의 결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그는 본점으로

돌아 가고 이어 직장은 광란의 노조 파업이 이어지면서 3 개월이나 문을

닫는 사태로 한 참 재미를 붙여야 할 시기에 나의 골프도 그만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는 그 후 남미의 브라질과 아프리카의 우간다 지점 근무를 거쳐 1997년에

은행을 은퇴하고 연금 생활자가 되면서 일 주일에 두세 번 골프를 치면서

핸디를 16까지 내리기도 했는데 요즈음은 핸디 18을 놓는다고 합니다.

 

나의 골프 싸부인 이 지점장이, 1987-89년 서울에서 같이 근무했던 영국 친구와

함께 한 순간에 의기 투합하여 추억의 골프 여행을 하기로 하고 골프 백을 울러

메고 옛날 함께 근무했던 뉴욕과 동경을 거쳐 지난 주에 서울에 나타났습니다. 

떠난 지 14년 만입니다.  바로 공자님이 갈파한 인생의 두 가지 가장 큰 행복 중의

하나인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그 자체입니다. 

 

이제 피차 60이 넘은 은퇴 인생에 그가 또 다시 영국에서 서울로 올 수 있는 기회가

어디 쉽겠습니까?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그와 함께 꼭 한 번 골프는 쳐야 되고

코스는 반드시 중부여야 한다고요.  옛날 애경 그룹사의 사장을 지낸 분께 조심스레

부탁을 드렸더니 천만 다행히 부킹을 하나 얻어 주었습니다.  그가 1989년 서울을

떠날 때 이번에 함께 온 그 친구와 함께 중부C.C. 연수원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1박2일 골프를

치고 떠났습니다.

 

 

 (1989년 그가 떠난 뒤 다른 팀과 함께 한 중부 C.C.에서)

 

그래서 내일 나의 영국인 골프 싸부님 모시고 15년 만에 중부로, 꿈 같은 추억의

라운드를 하러 나가게 되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Dream comes true)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03 10월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