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이야기

우정(牛亭) 2010. 3. 20. 21:04

 

 태국 골프 기행 (2003년 12월)

 

드디어 나도 태국 골프 여행 다녀 왔습니다.  욕하면서 닮아 간다 옛날

엄청난 여행 수지 적자의 한 부분이 해외 골프 여행이라고 속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언 나도 태국으로 골프만 치러 갔다 왔습니다. 

 

수년 전 김동건 아나운서가 고 최석채 조선일보 회장을 초대한 텔레비전 대담에서

20대부터 골프를 쳐댄 자신을 변호라도 하 듯 최 회장님을 몰아 세웠습니다.

 

회장님께서는 골프 망국론 을 쓰신 적이 있는 줄 아는데 요즈음 골프에 입문

하셨다고 듣고 있습니다.

 

나 그 얘기 할 줄 알았어.  이 사람아, 내가 그 이야기 썼을 때는 우리나라

일인당 국민 소득이 400 달러이던 시절이었고 지금은 4천불 넘었어. 

그리고 이제 내 나이 예순넷이야! 

 

 (그 이야기 듣고 김동건이란 사람 근본적으로 아주 질이 나쁜 사람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회갑 기념 명목으로 처음 태국으로 골프 여행 처음 갔다 왔다고 하면

용서가 될까요?  바로 나 자신의 회갑 기념으로 태국 방콕 서쪽 2시간 거리에 있는

 로열 라차부리 골프 코스로 78일의 골프 여행이었습니다. 

 

 

 

체재 6일 간, 6 라운드 108홀을 칠 것으로 기대하고 떠났습니다.  1월에는 나흘에

4라운드+ 9홀로 81홀을 돌았는데 더위에 지쳐 사흘 만에 입술이 부르튼 경험으로

이 번에는 과연 얼마나 버틸까 조마조마하면서 여러 가지 상비약비상 약도

준비하고 중간에 하루쯤은 반드시 쉬리라 다짐도 했었습니다. 

 

그랬는데 9에 방콕에 도착하여 라차부리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가이드가 하는

말이 이 산중에서는 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에 하루 36홀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12에 도착하여 대충 닦고 자리에 들었는데 이튿날 7시16 티오프입니다.

 

 

 

6에 아침 밥(흰 죽, 볶음밥, 김치, 깍두기, 샐러드, 계란 후라이, 토스트, ,

파인애플, 수박, 커피 등등 뷔페 식으로 있습니다.) 챙겨 먹고 티잉 그라운드에 나서니

아침 기온은 약간 썰렁합니다.  8도 내외 라네요. 한 낯은 28도 가량이라고 합니다. 

 

18홀 마친 뒤 점심(흰 쌀밥, 김치, 깍두기, 지짐, 생선 구이, 제육 볶음, 상치, 고추,

오이, 마늘, 된장, 오이 미역 냉국 등등) 먹고 다시 1부터 18홀을 돌았습니다. 

 

다 마치고 나도 날씨가 워낙 좋고, 콘도 앞에서 카트에 채 싣고 출발해 페어웨이 볼

옆까지 가고, 그린 옆까지 카트 타고 가니 전혀 피곤하지가 않습니다.  다시 콘도

앞까지 채 싣고 돌아와 내린 뒤 샤워하고 저녁 7에 저녁 밥 먹습니다.

 

  

 

 

첫 날을 비행 끝에 잠도 충분하지 않았는데 36홀을 돌았으니 일찍 쉬자고 하여 저녁 9

자리에 들었는데 그대로 곯아 떨어집니다.  다시 새벽 5 일어나 체조 좀 하고 6

아침 밥 먹고 7 티 오프.  점심 먹고  1시 반에 다시 18홀 시작.   이렇게 사흘을

연속 매일 36홀을 돌았습니다.  벌써 108, 처음 올 때 계획한 108홀을 다 돌아 버렸습니다. 

그러나 모두 별로 피곤을 모릅니다. 

 

 

사흘 째 저녁은 회갑 축하 파티로 계획했는데, 이 날 오후 라운드에서 한 친구가

언더파 71타의 대기록을 세워 파티 비용까지 전액을 쏘기로 했습니다.  노래방

기기가 준비된 비어 가든에서 특별히 마련된 회갑 축하연이 베풀어졌습니다.

 

 

공항에서 준비해 온 샴페인 터뜨리고, 해피 버스데이 음악 부탁하여 촛불 끄고

케익 자르고 했더니, 노인네 회갑이라고 다른 테이블에 온 젊은 사람들이 회갑 축하

드린다며 연이어 무대에 올라 멋진 노래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별이 총총 빛나는 시원한 남국의 밤 하늘 아래서 상상하지 못했던 멋진 회갑 축하를 받았습니다.

 

  

 

 

해 뜨면 일어 나고, 아침 밥은 잘 먹고(早喫好), 하루 종일 햇볕 아래서 놀고,

점심은 배부르게 먹고(午喫飽), 저녁 밥은 적게 먹은 뒤(晩喫少), 해 지면 잠자리에

드는 그야말로 오랜만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생활을 잠시 계속했습니다. 

 

태국에서는 의무적으로 일인 일 캐디라고 합니다.  캐디 피 200바트(6,7천원) 

캐디 팊 200 바트인데 캐디 피는 누가 가지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어를 몇 마디

하는 캐디는 대체로 베테랑이고 모르면 신참으로 보면 된다고 합니다. 

 

 

 

외국에 나가 외국어 몇 마디 아는 위력을 잘 아는지라 나는 미리 출국 전부터

인터넷에서 간단한 태국어를 프린트 해 가지고 틈틈이 공부했는데 콘도에 도착하기도

전에 버스로 가는 중간 휴게소에서 흥남 유 티나이? (화장실이 어디에요? )

단번에 본전을 뽑았습니다. 

 

골프장에서도 마침 골프 용어들을 한 장에 프린트 해 주어, 들고 다니면서 열심히 익혔더니

캐디와의 관계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릅니다. 

 

아침에 처음 만날 때 태국 식으로 합장하고 사왓디 캅 (안녕하세요 )라고 하면

벌써 반응이 달라집니다.  쿤츠 아라이 캅? (이름이 뭐에요? )하고 통성명 하고

나면 이미 친구지요.  숫자를 익혀 거리 확인하고, 방향, 벙커, 헤저드, 그린 라이,

전혀 문제 없어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거기에다 여자들에게 특효인 말 한 마디, 쿤 수와이 티숱 (당신이 제일 예쁩니다.)

이 한 마디면 만사 오케이!  키 크고, (?) 생겼지요, 매너 좋지요-클럽 넘겨 받을

때마다 - 컵쿤캅 ( 고맙습니다!), 태국 말 잘 하지요, 코스에서는 단연 인기 짱입니다.

 

 

 

닷새 째는 오전 18홀 마친 뒤 오후에는 방콕으로 이동하여 저녁 먹고 맛사지

한 번 받고(30+ ) 호텔에 들러 자고, 마지막 날 오전 방콕 시내에서 40여분

거리에 있는 방콕 골프 코스에서 18홀로, 모두 10라운드 180홀을 했습니다.

 

방콕 골프장에 오니 저지대라 습도도 높고 기온도 높아서인지, 또 피곤도 좀 

쌓여서인지 입술이 약간 부풀어 올랐는데 마치고 나서 샤워를 하고 났더니

다시 싹 가라 앉았습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밤이라 방콕 시내가 어떤지도 모르고 라차부리로 이동했는데

낯에 방콕 시내로 들어 오니 천편일률, 하나 같은 요즈음의 대도시, 높이 경쟁이나

하는 듯한 건물에 자동차와 매연으로 덮인 시내가, 온 세계가 석유와 자동차

재벌들의 손안에 잡힌 하나의 작은 시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비하면 라차부리의 골프장이 차라리 천국이었다 싶었습니다.  마지막 라운드

마치고 시내로 들어 와 맛사지 한 번 더 받고, 저녁 먹은 뒤 공항으로 향해 태국

여행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산업화의 후진국들이 모두 기후와 환경을 관광 상품으로 팔고 있는데, 모두가 또한

너무나 급속히 황폐화 되어 가는 모습이, 우리를 포함해서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의 느낌은 태국 사람들의 분위기가 지금까지의 모든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상당히 발전적이고 희망에 부푼 건전한 분위기라는 느낌이어서, 우리의 현재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되었습니다.

 

좋은 날씨와 카트 덕이었지만 10라운드를 연속할 수 있었던 내 자신이 대견했고

은퇴 2년차의 시작과 끝을 동남아 골프 여행으로 채울 수 있었던 여건에 새삼

감사하면서 이 해를 마감하고, 오는 해는 나의 해, 다시 주어지는 새 60년을 살아 갈

멋진 준비를 하겠습니다.

 

환갑을 축하합니다.
골프 억세게 치신 것 큰 복입니다.
태국어는 덤. 캐디에게 "스와이"라고 발음을 잘 하셨군요. "쓰와이"라고 하셨으면 못생겼다는 것이 되는데.
글도 어쩜 그렇게 실감나게 잘 쓰시고요.
승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