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서울 올림픽 이야기

우정(牛亭) 2013. 3. 11. 15:32

88 서울 올림픽 이야기(4) - 기념 뱃지(pin) 모으기

 

 

늘 정문출입은 당연히 운영진, 출전 선수단, 그리고 관객 순으로 들어옵니다.

드디어 임시출입증 50 장을 가지고 손님을 기다립니다. 

 

 

임시 출입증을 얻으러 제일 먼저 나타난 손님은 미국 레슬링 팀입니다. 우선 말이

통하니 구세주를 만난 듯 기뻐합니다. 설득을 할 수 있잖아요. 

 

설명인 즉 "레슬링 팀에는 선수들의 물리치료사(근육 마사지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공식 등록치료사는 한 명 밖에 없지만 보조

치료사가 두 명 있는데 출입증이 없다. 임시 출입증 좀 주세요."

 

 

선수들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라는데 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책임지고 반드시 반납할 것을 약속 받고 줍니다. 답례로 미국

레슬링 팀의 기념 뱃지와 기념품들을 줍니다. 미국의 레슬링은

그야말로 아마추어 팀이므로 대학팀이 많습니다.

 

 

                  (미국 레슬링 선수단)

 

 

 

이렇게 행사요원들과 선수들끼리 기념 뱃지를 서로 교환하여 모으니

나중에는 약 30 개가량 모은 듯 했습니다. 특히 소련의 마스코트

'미샤'(새끼 곰), 중국의 '팬더' 등이 인기가 있었습니다.

 

 

올림픽 기념으로 정리해 한동안 가지고 있었는데, 수년 전에 레슬링

좋아한다는 미국대학에 다니는 조카의 아들에게 주어 버렸습니다.

사진이라도 찍어뒀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쉽네요.

 

 

(어느 대학팀에서 준 기념 페넌트)

 

 

단연 영어권 사람들(주로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게는 인기였습니다.

그래서 그쪽의 기념품 많이 받았습니다. 그 다음의 단골은 일본

작은 잡지사 기자라고 했습니다. 기사 취재하려는데 돈 내고 입장권

사기가 억울한 모양입니다. 너그럽게 한 장 줍니다.

 

 

한 번은 소련인지 동구권인지 덩치 큰 선수였는데 무슨 요구가 있는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도무지 도울 길이 없습니다. 영어? 전혀 모릅니다.

프랑스어? 안 통합니다. 일본어? 역시 불통입니다. 속수무책입니다.

 

 

어느 날 아침, 정문에  하얀색 벤츠 오픈카가 도착했습니다. 출입 차량의

차량검사는 군인들이 하니까 경비 소대장에게 뭐라고 말을 한 모양입니다. 

 

소대장이 나한테 오더니 “출입증 관리 계장님, 주한 OOO 대사라는데요

임시 출입증 한 장 달라는 것 같은데요?“

 

 

(정문 천막 아래의 안전관리 요원들.  차량 출입 검사는 군인들이 합니다.)

 

내가 자동차 가까이 갔습니다. 주한 대사는 당연히 등록 출입증이 있는데 왜?

했더니 아홉 살 쯤 되는 딸을 데리고 왔습니다. 자동차에 탄채로 당연시 하는

태도에 오기가 발동합니다. 

 

“임시출입증이란 등록 출입증을 잊어버렸거나 잃어 버린 경우에 신원확인하고

발급한다.“고 설교를 합니다.

 

"본부에서 당신 딸에게 임시출입증 주라는 지시가 있으면 주지만 나는

우리 본부에서 그런 지시 받지 못했다.“ ”어제 유도장에서는 줬는데?“

합니다. ”여기는 유도장이 아니다. 여기는 레슬링 경기 본부다.“

 

말과 논리에서 전혀 밀리지 않으니 이 젊은 외교관 얼른 눈치 채고 묻습니다. 

 

“그러면 우리딸이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가?"       

 

"Buy a ticket, please."  

 

얼른 부쓰로 가서 티켓 한 장 사 들고 들어갔습니다.

 

(정문에서 함께 고생한 안전관리 봉사자들)

 

 

정문에서 둘의 대화를 구경하고 있던 대학생 봉사자들이 그 대사가 들어간 뒤

손을 번쩍 들며 환호합니다. “야! 이 선생님, 멋집니다. 최곱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