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단상

우정(牛亭) 2019. 7. 27. 20:48

푸억록 30고지 전투(11)

 

갑자기 수신기에 반응이 왔다. “This is Charlie, This is Charlie!”

촉성루가 어느 부대인가? (“What is 촉성루? “)

 

CharlieQuang Ngai에 있는 미군 175미리 포병중대이다. 엉뚱하게도 우리와

작전 협조가 없었던 미군에게 촉성루가 사격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미군에서

촉성루라는 이상한 호출부호에 놀랐던 것이다.

 

어쩌면 내 스스로도 놀라웠다. 막힘없이 술~술 전혀 모르는 미군부대와 의사소통을

완벽하게 하였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해병혼의

신기(神氣)가 내린 것이다.

 

무조건 포를 쏘아 달랜다고 OK 할 리가 없었다. 청룡부대(Blue-dragon Brigade)

화력지원협조본부(FSCC :Fire Support Control Center)에게 촉성루가 연합군임을

확인하고 응답하라고 하였다.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기는 시간이 너무도 길었다. 어느 누구도 내가 누구와 무전을

하였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5분 정도나 되었나? 무전기에서 반가운 응답이

영어로 나왔다. 다시 사격임무를 내리라는 것이다. 정말 닭살이 돋을 만큼 신나는

순간이었다.

 

즉시 전방 마을 뒷산에 위치한 적진지를 목표로 사격 명령을 하달하였다. 그러기를 한

1~2 분 후 전방을 주시하라는 명령이 나오고 ~~~~하는 포탄 날아가는 소음과

동시에 전방 산 3부 능선에 거대한 폭음과 함께 두발의 포탄이 폭발하였다.

 

해병대 포병에서 175미리 포에 사격 임무를 내린 유일한 관측장교가 되는 순간이 되었다.

그 위력이 155미리도 흉내 내지 못하는 거대한 구름 같은 폭발 효과가 보였다.

이 포는 원래 전략 포이기에 보병 중대에서 사격요청을 하지 않는 게 관례이다.

 

그 폭발 지역에서는 고막이 터져서 모두 전멸할 정도로 대단하였다. 적이 있는 곳과

우군사이에 거대한 구름이 아니 화산이 터진 것처럼 분진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는 일은 OP 확인(“Confirm‎ it! OP”)을 하고 다시 같은

탄종으로 한 번 더 쏘아줄 것을 요구하였던 일이다. 175미리는 앞서 말한 대로 항구나

교량 등 전략적인 요충지에 쏘는 포이지 인마살상용 포가 아니기 때문에 목표를 적 1

중대(“enemy 1 company")라고 말하고 재차 사격을 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미군들이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bullshit”하고 내뱉으면서도 “ ROGER!

ROGER! "라고 쾌히 대답하였다. 즉시 2 발을 같은 지역에 퍼부어주었다.

 

진갈색과 진한 노란색 먼지와 흙이 솟아올라 온 산을 뒤덮고 있었다. 완전한 연막차장이

이루어진 것이다. 중대장이 힘을 주어 철수명령이 내려지자 대오도 없고 순서도 없이

전 부대원이 뛰었다. 둑을 따라 70여 미터를 달리다 보니 콘크리트 교량에 도달하였다.

 

이 다리가 바로 6중대가 치명적인 피해를 보았다는 푸옥록 교량이다. 얼마를 달리다

잠시 뒤 돌아보았다. 800미터나 되었을까? 아직도 적들이 있는 그곳은 흙과 먼지로

가득한 연막이 가로막고 있었다.

 

서서히 부대의 대오를 정돈하기 시작하였다. 1소대장 김원식 소위가 2열 행군 종대로

먼저 출발하고 있었는데 나는 낭심이 아프고 아랫배가 땡겨서 자리에 잠시 앉아있었다.

정신없이 뛰다 보니 왼쪽 엉덩이에 있던 수통이 앞으로 돌아와 양 다리 위 그 중심에

사정없이 타격을 가했는데도 모르고 뛰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죽지 않은 것만은 다행이 아닌가? 적의 사격 가능

거리에서 벗어난 허허 벌판인 개활지에 있는 도로를 행군하였다. Hajai 마을 밖에서

일직선으로 난 1번 도로까지 약 4km 정도의 도로를 행군하는 기분은 쾌적하고

어깨가 가벼운 멋진 길이었다.

 

1번 도로에 있는 차량 부대 까지 걸어오던 길 바로 527번 도로를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6중대는 지옥의 길이였고 치욕의 도로였지만, 미군의 도움으로 부상자 한명도

없이 귀대하던 9중대 2개 소대는 개선해서 당당히 폼 잡고 걸어온 길이었기에 더욱

그 길 527번 도로가 절절하게 기억이 새롭다.

 

작전기간 동안 내내 힘들었던 초췌한 모습과 그을리고 땀에 얼룩진 대원들의 모습이었지만

수송 차량 10여대에 분승하여 청룡여단본부로 귀대하던 기분은 정말 하늘을 날을 듯이

기뻤다.

 

억수 같은 빗줄기를 맞으면서도 비 한번 피해보지 못하고, 무한정 도보로만 작전을

계속했던 지난 1주일이 있었기에, 차량으로 이동을 하는 기분은 멋지고 신나서

트럭위에서 힘차게, 신나게 해병대 곤조가를 소리쳐 불러댔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다.

 

흘러가는 물결 그늘아래 편지를 띄우고...........”

 


                                       (여단장 이봉출 장군, 김윤형 중대장, 오윤진 작전참모, 장대길 참모장)


(푸억록 30고지 전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