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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고 싶지 않다 (신동엽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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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6.






부여버스터미널을 지나 성당 옆길을 따라 조금 가면 특별할 것도 없는 기와집 한 채가 나온다.

그냥 평범한 동네 한켠,

평범한 일상의 집들과 함께 신동엽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1930년에 부여 동남리에서 태어난 신동엽시인은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시에 전념하였다고 하는데

이제는 부여의 대표시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생가 퇴마루에 앉아 있자니 오후의 햇살이 따스하다.

시인이 살았던 당시 초가집이었다면 시인의 정서를 느끼기에 더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다. 

지금은 깔끔한 기와집으로 오는 이들을 반긴다. 

시인의 방에는 시인의 생전 액자사진이 뒷뜰로 연결되는 쪽문 위에 걸려 있고 책장에는 몇권의 책들이 꽂혀 있다.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이집은 잠시 타인의 소유가 되었다가 아내인 인병선 시인이 다시 사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어쩜 지금의 신동엽이라는 시인을 기억하게 만든 것은 아내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컸다는 생각이 든다.

생가 마루 처마밑에는 인병선 시인이 쓴 시를 적은 작은 현판이 걸려 있다.


"우리의 만남을

헛되이

흘려버리고 싶지 않다

있었던 일을 

늘 있는 일로 하고 싶은 마음이

당신과 내가 처음 맺어진

이 자리를 새삼 꾸미는 뜻이라

우리는 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살며 있는 것이다."





생가를 따라 뒤뜰로 나가면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ㄱ자모양의 아담하면서도 정갈한 문학관의 모습이 주위 건물들과도 툭튀어 배치되지 않으면서 문학관으로서의 풍모도 잊지 않아서 좋다.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면 시인의 초상이 먼저 찾는 이들을 반긴다.

그리고 그 옆에 시인의 약력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다. 

무엇보다도 시인의 시 중에 마음에 닿는 글이 「서둘고 싶지 않다」이다.


내 인생도 시로 장식해 보고 싶고

내 인생도 사랑으로 장식해 보고 싶고 

내 인생이 혁명의 불처럼 열정이 식지 않기를 바라지만 

세월은 그리 흘러 지금에 와 있지만

아직,

나도 서둘고 싶진 않다.






















다시 문학관 앞 마당으로 나온다.

마당에 비취는 햇살이 따스해 이곳저곳 서성이며 그 온기를 받아 본다.

문학관 한켠에는 싯귀를 담은 깃발이 하늘에 펼럭이는 듯 하다.

 









마당 잔디밭에 살포시 민들레 한 송이가 수줍은 듯 피어 있다.

시인의 흔적이 있는 마당에는 한송이의 민들레도 아련한 싯귀가 되는가 보다.
















시인의 대표시인 「껍데기는 가라」

일반적인 혁명의 해석은 너무 거창하게 느껴지고

오히려

'나에게 이 껍데기는 자신을 둘러싼 아집과 고정관념으로 둘려진 허울 좋은 모순들 이기에 

나비가 되기 위한 탈피가 필요하듯이 조금더 성숙하기 위한 겉 껍데기의 벗어버림'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문학관 옆으로 옥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옥상에서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다시 ㅁ자의 구조로

가운데 계단을 따라 내려가 문학관 안 전시실로 연결된다. 























문학관 안 북카페에서는 책들이 전시도 되어 있고 잠시 책을 읽어 볼 수도 있다.

한 권의 책을 꺼내들고 잠시 한편의 시를 읽어 보는 것도 좋겠다. 
















신동엽 문학관을 보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엔 뭔가 빠진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백마강가 신동엽 시비를 찾는다.

신동엽 시비 옆에는 「산에 언덕에」 시가 새겨져 있다.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속에 살아갈지어이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시대의 저항과 역사의식도 좋지만

이러한 의식의 궁극은 모두가 찾는 대상을 향한 그리움으로 귀결되는 듯 하다.

그래서 다시 서정으로 돌아오는가 보다.


시비에 적인 싯귀를 되새기며 금강가로 나가니 넓다란 둔치에 오후 햇살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