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보의 게으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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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의 발생 원인?(아도르노VS아렌트, 철학VS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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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생각하기/철학

2020. 1. 10.

 히틀러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한 인물이다. 히틀러란 이름을 들으면 유대인 학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독일 대중이 선거로 뽑은 그가 어떻게 전쟁을 벌이고 무고한 사람을 서슴없이 죽일 수 있었을까? 이런 행위가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은 나치즘이라고 하는 전체주의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대중을 하나로 묶는 획일화 주의.

 

 아도르노는 이 전체주의의 원인을 인간의 이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근대 철학이 만물을 개념화하였다. 개념화 작업은 개체들이 갖는 복잡성과 차이를 제거하고 획일화하는 작업이다. 아도르노, 벤야민이 있다면 유대인1, 유대인2로 개념화하여 개인은 사라지고 유대인이라는 획일성 개념만 남는다는 원리이다.

 그래서 아도르노는 이를 막기 위해서는 대상들이 비개념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원리를 적용해서 헤겔이 주장한 정반합의 원리에서 합을 뺀, 부정변증법을 주장한다. 정이 반을 지배하거나 흡수해 합으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러면 서로의 개념이 유지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아렌트는 유대인 학살을 실행한 핵심 인물 아이히만에 집중한다. 수많은 사람을 죽인 아이히만이 동네 이웃 아저씨와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한다. 지극히 평범했던 그가 악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원인을 '철저한 무사유'에서 찾는다. 철저한 무사유란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타인의 아픔, 고통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아렌트는 타자를 고려하는 인문학을 강조하면서 타자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한다.

 

 아우슈비츠에서 죽을 뻔한 두 철학자가 제시한 내용의 한계는 전체주의의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았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에게도 원인이 있지만 개인만으로 체제가 개선되지는 않는다.

 시몬 베유는 이런 전체주의 체제를 변형시키기 위해서는 육체 노동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문명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문명 사회는 상급자는 정신 노동, 하급자는 육체 노동을 하는 것으로 구조화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 붕괴시키면, 그래서 서로가 육체 노동을 중시하면 국가와 같은 거대 체제는 존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럴싸 하지만 상당히 심화되고 발전되어 온 국가를 기반으로 한 우리의 문명 사회가 육체 노동을 중시하는 사회로 이행할 수 있을까? 소규모 지역 사회가 활성화되면서 마을 단위의 사회가 운영되어야 할 텐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거대 기업들의 시선이다. 대도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소비해야 이윤 창출이 원활히 되는 그들의 논리는 지역 사회의 소규모 노동 문화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체주의는 공감 못하는 지도자에 의해서도 등장하지만, 거대 자본의 시스템에 의해서도 등장하지 않나 싶다. 이래저래 정신 차리고 살기 힘든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