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여행/육지 그곳-*

    그 곳-* 2020. 2. 4. 20:34

    며칠 전 강릉에 갔을 때, 진탕 해산물만 먹었더니
    개운하고 따뜻한 육류 요리가 먹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강릉 맛집을 여러 군데 찾아봤는데 예스러운 방식으로
    한우를 맛볼 수 있는 강릉불고기라는 식당을 발견했어요.
    가봤더니 식당에서 사용하는 반찬은 물론 김치까지 직접 담그고
    된장, 고추장 등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양념까지 손수 만들고 있어 매우 인상 깊더라고요.
    확실히 식사 후 장시간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속이 편했답니다.





    위치는 경포호 근처였는데요.
    경포 아쿠아리움에서부터 차로 딱 2분이 걸리는 거리였어요.
    그 외에 여러 기념관 및 강문해변과 차로 4분 내외여서
    아이들과 함께 구경하고 들러 식사하기 참 좋겠다 싶었어요.
    가게 건물 앞에는 대로가 닦여있어서
    굽이굽이 들어갈 필요 없다는 것도 좋더라고요.
    식당은 단독 건물로 지어져 있었는데요.
    단층임에도 불구하고 천장이 매우 높게 나있었고
    통창문 사이로 화사한 실내가 보여 멀리서도 눈에 띄었어요.
    더불어 기와지붕 같으면서도 멋스런 신전 같은 외관을 갖고 있어
    내부는 어떨지 기대가 되었답니다.











    심지어 앞, 뒤, 옆으로 작은 정원이 마련되어 있어 한결 운치 있었어요.
    사시사철 시들지 않는 소나무와 오묘한 곡선의 바위, 마른 갈색으로 변한 잔디까지.
    빽빽한 건물 사이를 비집고 다니다가 이런 식당을 만나니 더욱 반가웠답니다.
    차는 자체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어 쉽게 댔어요.
    대형버스 칸까지 따로 준비되어 있을 만큼 넓어서
    이미 차가 여러 대 파킹되어 있어도 빈자리가 많이 남아 있었거든요.
    그리고 세로 입간판에는 빨간 배경의 마크가 새겨져 있었는데요.
    최금자라는 이름이 적혀 있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알고 보니 강릉 맛집 사장님의 성함이었어요.
    오랜 세월, 자신만의 개성과 노하우를 쌓았을 때만 출연할 수 있는 방송에
    출연했을 만큼 이미 근방에서는 유명하시더라고요.
    어떤 방식을 고수하기에 달인까지 되셨을까 싶어 호기심에 찾아보니
    가장 좋은 품질의 국산 소고기를 이 지역 향토 재료인 강냉이에 숙성해서
    육질을 부드럽게 만든다고 소개 되어 있었어요.
    또한 육수는 이름도 생소한 지누아리라는 해초와 우럭,
    직접 재배한 야채로 우려내서 시원한 맛이 남다르다 적혀있었는데요.
    설명만 읽어도 매우 특별하게 느껴져 엄청 기대가 되었답니다.






    한 쪽에는 영업시간이 적혀 있었어요.
    매일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서 살짝 늦은 아침을 먹으러 오기에 좋을 듯 했어요.
    마감은 오후 9시였고 마지막 주문은 19:30이었는데요.
    재료 준비와 숙성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해서
    비교적 일찍 문을 닫는 게 아닐까 싶었답니다.
    참고로 매주 수요일은 휴무였는데요.
    공휴일일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현지인들은 물론이고 저 같은 연휴 때 맞춰 놀러 오는 방문객에게 참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브레이크타임은 따로 없었어요.
    덕분에 저희 일정이 조금 빨리 끝나 오후 4시쯤 식당에 도착했는데
    어중간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식사가 가능해서 참 좋더라고요.






    그 옆 외곽에는 장독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어요.
    한 개당 사이즈가 얼마나 큰지 성인이 들어가도 넉넉할 듯 했는데요.
    뚜껑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살펴보니
    진한 고동색의 막장이 가득 채워져 있더라고요.
    옛 조상님들이 쓰시던 전통 방식으로
    이 집만의 비법 장을 만든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눈으로 토기 항아리를 봤더니 더욱 믿음이 갔답니다.
    더불어 사장님의 손맛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들어가는 발걸음을 괜히 더 재촉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안으로 들어갔더니 제일 먼저 오픈 된 주방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밥을 퍼내고, 반찬을 담고, 그릇을 살균세척 및 건조시키는 모든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안심이 됐어요.
    주변 틀은 원목으로 제작되어 있었는데 일반 벽지보다 훨씬 여미하고 밝아서
    쾌적하고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반면에 벽은 새하얀 타일로 마감이 되어 있었는데
    물때나 불 그을림, 기름 튄 흔적 같은 게 없어서 훌륭한 위생을 엿볼 수 있었답니다.
    왼편에는 전자레인지가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이유식을 언제든 데울 수 있어서 갓난아이를 동반해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강릉 맛집 중앙에는 셀프바가 마련되어 있었어요.
    반찬 종류가 그리 많았던 건 아니었지만 호불호가 거의 없는 것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활용도가 무지 높았어요
    더욱이 깊은 통에는 재료를 절반만 넣어놓고
    얕은 곳에는 적당히 채워놔서 신선도 유지가 훌륭했답니다.
    그 중에서 뚝배기에 담긴 양념에 눈길이 많이 갔는데요.
    마치 춘장처럼 거뭇한 색을 가졌지만 맛은 완전히 다른 막장이었어요.
    여기서 직접 발효시키고 있는 걸 앞서 항아리를 보고 확인했었는데
    그 귀한걸 마음껏 퍼먹을 수 있도록 제공해주신 인심에 감동이 되더라고요.







    그 위에는 야채가 채반에 담겨 있었는데요.
    단맛이 오를 대로 오른 알배추와 깻잎, 적상추가
    멍든 부분 없이 엄청 신선하게 보관 중이었어요.
    깨끗이 씻은 후 물이 아래로 떨어질 수 있도록 해서
    짓무른 게 하나도 없어서 감탄했어요.
    게다가 이렇게 공급받은 재료들을 무료로,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놀랍더라고요.
    다만 그렇게 제공하는 대신 남기면 환경부담금이 부과되니
    낭비하지 않고 마음껏 즐기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편 좌석은 모두 입식이었어요.
    따로 룸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테이블간의 간격이 굉장히 넓어서
    단독 방에 들어가는 것 못지 않게 조용하고 느긋하게 식사할 수 있어
    머무는 시간이 무지 편안했어요.
    주로 4인석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단체 석도 중간 중간 배치되어 있어서
    대형 차로 이동한 인원이 흩어질 일 없이 함께 앉을 수도 있었어요.
    그뿐 아니라 곳곳에 공기 정화에 용이한 식물을 놓아서
    더욱 쾌청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연기가 많이 나는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서 따로 덕트는 필요 없었지만
    그래도 스투키가 구석마다 놓여있으니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상 위에는 비닐이 깔려 있었고 컵과 티슈, 버너와 불판이 올려져 있었어요.
    아래에는 벨이 있어 직원과의 소통이 편리했는데요.
    손님이 북적거려도 소란스럽지 않게 이것 저것 요청드릴 수 있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곳곳에 아기의자가 놓여 있어서 가족과 외식하기도 참 좋을 듯 했어요.
    참고로 불판은 황동판이었어요.
    코팅이 벗겨진 구석이 전혀 없어서 오묘하면서 아름다운 광택이 꾸준히 빛나고 있었고
    열이 빠르게 퍼져서 소고기를 훨씬 부드럽게 먹을 수 있었답니다.
    더불어 한식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사용하지 않을 때는 실리콘 재질의 뚜껑을 덮어놔서 먼지 예방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저희는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았어요.
    그 후 강릉 맛집의 메뉴판을 봤는데요.
    대표 메뉴가 딱 한가지여서 오래 살펴볼 필요가 없더라고요.
    한우 옛날 산더미 파불고기라는 음식이었는데 1인분에 18,000원이었어요.
    저렴한 값은 아니지만 한우라는 걸 감안하면 그리 비싸지도 않더라고요.
    게다가 파가 총 중량의 1/3정도를 차지할 만큼 풍성하게 들어가서
    엄청 건강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그 외에 추가 음식이 몇 가지 있었는데 전국 팔도 중에
    유일하게 강원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초당두부와 찰강냉이범벅이 판매되고 있길래
    엄청 기대하면서 시켜봤어요.







    얼마 후 반찬들이 차려지기 시작했어요.
    식기가 단아하고 무늬가 단출하게 새겨져 있어서
    안에 담긴 음식이 더욱 강조되고 먹음직스럽게 보였어요.
    찬 구성은 셀프바에서 봤던 것들뿐 아니라 방금 구워 따끈하게 제공된 것까지,
    총 10가지 정도였는데요.
    색감과 향이 산뜻하고 고소해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더라고요.
    더욱이 맵고 따고 담백한 맛의 균형을 잘 맞춰주셔서
    하나씩 맛보며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답니다.
    저는 저 중에서 도라지무침을 먼저 맛봤어요.
    안에는 딱딱한 진미채가 아니라 살짝 데친 통오징어와 양파가 들어있었는데
    아삭하면서 쫄깃한 게 입맛에 잘 맞더라고요.






    이어서 먹었던 장아찌는 청양고추가 아닌 아삭이로 만들어서
    매운 맛이 거의 없는 상태였는데요.
    꼭지 부분은 살짝 알싸했어요.
    덕분에 식사 중에 입안을 개운하게 하고 싶을 때 먹기 딱 좋더라고요.
    양념 베이스는 간장이었는데 그냥 짠 게 아니라 풋내 없이 매우 깔끔했어요.
    이렇게 잘라 주셔서 먹기도 편했답니다.
    흔히 된장을 발라먹거나 찍어먹는데 간장과 조합하는 것도 꽤 근사했어요.
    집에 오래 두고 먹고 싶은, 그런 느낌이었답니다.






    다음에는 호박볶음을 먹어봤어요.
    채 썰어서 빠르게 볶아내는 게 아니라 전을 부치듯이 동그랗게 썰어
    약 불로 뭉근하게 구운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애호박의 단맛이 엄청 뚜렷하게 느껴지곤 했어요.
    소금간을 아주 약하게 해서 하나도 짜지 않았고
    적당히 씹는 맛도 있으면서 입 속에서 부드럽게 퍼져
    아이들 먹이기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확실히 재료가 싱싱하니까 밑간을 세게 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런가 하면 감자볶음은 베어 물 때 앞니 자국이 그대로 새겨질 만큼
    무척 포슬포슬하고 보드라웠는데요.
    고추 기름을 뽑아내 두르셨는지 고소하다가도 매큼해서 계속 구미가 당겼어요.
    더불어 이건 냉장 보관하지 않고 조금씩 자주 조리해 내놓기 때문에
    은근한 온기가 있어서 더 술술 넘어가더라고요.
    보통 그렇게 감자를 먹다 보면 목이 막히기 십상인데
    수분이 마르지 않는 토양 속에 자라서 인지 목 넘김도 매끄러웠어요.
    괜히 지역 특산품이 아니구나 싶었답니다.






    그 뒤에는 김치가 나왔는데요.
    이파리와 줄기를 따로 잘라 놔주셔서 취향에 맞게 골라먹기 좋았어요.
    크기도 딱 한입에 들어갈 정도였고
    배추가 워낙 달금해서 두세 장 겹쳐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더라고요.
    매장에서 손수 김장해서 인지 고춧가루가 텁텁하거나
    많이 삭혀 신맛이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밥에 얹어 먹으면 쌀의 구수함이 뚜렷하게 느껴질 정도로 간이 삼삼한 편이었어요.
    덕분에 딱 반찬답다,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답니다.
    채소는 국산을 써도 나머지 재료는 중국산을 섞는 곳이 대다수인데
    강릉 맛집은 수입산을 일절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안심이 되기도 했어요.






    이건 동그랑땡이었는데 주문과 동시에 구워주셨는지
    다진 고기의 육즙이 매우 맑고 더욱 고소하게 느껴졌어요.
    딱히 계란 물을 입힌 것도 아닌데 겉면이 굉장히 노릇하고 샛노래서 꽤 신기하더라고요.
    그리고 일반 식용유가 아니라 향긋한 들기름에 지져서
    일절 느끼하지 않고 향이 좋아 자꾸 손을 뻗게 되었는데요.
    당근, 부추 등을 곱게 다져 넣었고
    수분을 쫙 뺀 두부를 으깨 같이 넣은 덕분에
    담백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답니다.





    그쯤에 저희가 추가로 시켰던 초당두부가 상 위에 올려졌어요.
    시중에서 사먹는 모두부 두덩어리 정도의 양으로 제공됐는데요.
    찜통에 넣어 한번 쪄주셔서 김이 올라오더라고요.
    그 때 퍼지는 구수한 냄새에 저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답니다.
    위에는 양배추와 적채, 당근 등을 채썰어 놔주셨어요.
    그냥 샐러드처럼 먹어도 되지만 두부를 조금 잘라 같이 먹으면
    훨씬 개운하고 시원하게 맛볼 수 있더라고요.
    청정한 바닷물 간수를 붓고 끝없이 저어가며 만드신거라 설명해주셨는데
    먹어보니 단단한 듯 하면서도 속은 몽글몽글한 느낌이라 굉장히 이색적이었어요.






    그와 함께 간장이 제공됐어요.
    고추, 깨소금, 파, 참기름 등등
    적당히 배합해서 시큼한 맛이 그리 세지 않았고
    고추도 딱히 맵짜다는 느낌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건더기를 겹쳐 먹곤 했답니다.
    먹다 보니 겉은 일반 팩에 담긴 모두부와 별반 다를 바 없는데
    속은 마치 순두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깨무는 느낌은 생생한데 한번 깨물면 국물처럼 풀어지는 질감이 매우 색달랐답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양념장 없이 먹이고
    어른들은 듬뿍 찍어 짭조름하게 즐기기 참 좋았던 메뉴였어요.







    그 옆에는 찰강냉이범벅이 놓였어요.
    여태껏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라 조금 생소했는데요.
    강원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미라 하시길래 시키길 잘했다 싶었어요.
    근방의 농민에게 구매한 한국 팥과 보리,
    강릉 맛집 밭에서 결실기에 맞게 수확한 옥수수가 주재료였고
    토속적인 방식으로 발효해 꽤 끈끈한 찰기가 있었답니다.
    우선 향은 매우 고소하면서 약간 달달했어요.
    꿀이나 조청, 설탕 같은 것들을 넣은 것도 아닌데
    곡류가 갖고 있는 당을 한껏 뽑아내서 무척 맛깔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바로 한술 떠서 먹어봤는데 찰밥처럼 쫀득하다가도 이내 죽처럼 곱게 변해 술술 넘어갔어요.
    덜 익히면 거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곡류를
    특성에 맞게 적절히 익혀서 몇 번 씹지 않아도 부드럽게 넘어갔답니다.
    혹시 팥에서 쓴맛이 느껴지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특유의 붉은 색이 빠지지 않는 선에서 여러 번 삶아내서 은은한 단 향만 와 닿더라고요.
    단순해 보이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걸 맛보면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어요.
    보이는 것처럼 간은 무척 순한 편이었는데요.
    앞서 두부를 찍어먹었던 양념이나 김치 같은 걸 기호에 맞게 더하는 것도 좋았는데요.
    저는 이 맛을 언제 다시 볼까 싶어서 본연에 맛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먹다 보니 싱겁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입에 계속 감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쯤 불고기가 준비되었는데요.
    양념된 고기와 파무침, 야채를 각각 따로 담아주시더라고요.
    이유를 여쭤보니 약속된 정량에 맞게 정확히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대답하셨어요.
    당연한 일이지만 이렇게까지 정직하고 섬세하게 양을 챙기는 곳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이 곳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세 개의 양푼이에 넉넉히 담긴 소고기는 비계가 그리 많이 않았고
    살코기에 촘촘하게 퍼져 있어서 1등급이라는 게 더욱 실감됐어요.
    가끔 불고기라는 게 양념에 절이는 음식이라 고기는 낮은 품질로 구매하고
    숙성 장은 자극적으로 만들어서 잡내를 감추려는 식당을 보곤 하는데요.
    여긴 선홍빛 변질되지 않을 정도로만 연하게 해서
    육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얇게 저몄음에도 힘없이 흐물거리는 게 아니라
    육질 하나하나가 튼실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냉동 후에 해동했을 때의 뻑뻑한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어요.
    아마도 붓질이라도 한 마냥 살코기와 뽀얀 기름기가
    얇은 층으로 얽히고 설켜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했답니다.
    달궈놓은 황동 판에 먼저 고기를 깔아주셨는데
    그 때 순간적으로 퍼지는 담백한 내음이 딱 제 취향이었어요.
    설탕의 달고 지루한 느낌이 아니라 과일의 산뜻하면서 은은한 냄새가 와 닿았거든요.





    그 후에는 양파와 버섯을 위에 올려주셨는데요.
    두껍게 쌓아 올리는 게 아니라 넓게 퍼트려서 층을 두껍지 않게 하는 게 포인트더라고요.
    그렇게 해야 불판 중앙에 뚫린 구멍으로 증기가 퍼지고 온기가 통과해서
    아랫부분만 익는 게 아니라 위쪽도 골고루 익힐 수 있다고 설명해 주셔서
    이해가 쉽게 되었답니다.
    채소는 우육이 익는 시간을 감안해서 조금 얇게 잘려 있었어요.
    덕분에 너무 익어 수분이 다 빠지거나 익지 않아 마음 졸이는 일이 없었답니다.






    그 위에는 미리 무쳐둔 파를 쌓으셨어요.
    액젓으로 간을 하고, 고춧가루를 아낌없이 넣어 맵싸한 향이 돌았는데요.
    그냥 먹으면 짤 수 있겠지만 고기와 야채를 곁들이기엔 적당해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참고로 파는 주문과 동시에 바로 무치시는 것 같았어요.
    진액이 빠져 나오지 않아 푸른 색이 진한 상태였고 흰 대 부분은 살짝 뻣뻣했거든요.
    그래서 익힐 때 쾌하고 푼푼한 내음이 불판 전체에 골고루 퍼져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이 괜히 더 애가 탔답니다.







    그렇게 완성된 강릉 맛집 3단 불고기는 메뉴 명처럼 산더미라는 표현이 절로 생각날 정도였어요.
    양푼이에 담겨있을 땐 몰랐는데 이렇게 쌓아놓고 보니 양도 무척 많더라고요.
    더불어 육류와 야채를 골고루 먹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어요.
    이렇게 셋팅한 후 불을 조금 올려 익히는 시간을 단축시켰는데요.
    사장님께서 워낙 안정적으로 올려주셔서 흘러내리거나 흐트러지지 않았어요.
    덕분에 어설픈 실력으로 뒤집는데 힘들지 않았답니다.
    불 판 끝 부분에는 약간의 홈이 파여 있었는데요.
    정성껏 끓여낸 육수를 가 쪽에 둘러주셔서 육즙은 가두고 수분까지 침투시킬 수 있었어요.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조리하는 단계까지,
    많은 고민과 실험을 거듭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어 맛이 어떨지 더욱 기대가 되었답니다.









     




    확실히 소고기라 그런지 볶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엉켜있던 우육이 알아서 풀리면서
    육수와 채소의 수분에 스스로 뒹굴거려 굽는 것도 매우 쉬웠어요.
    더욱이 길쭉하던 파가 사이사이에 끼여서
    굳이 골라내 더하지 않아도 쫄깃하고 아삭한 식감이 동시에 느껴졌답니다.
    일반 고깃집에서는 고기를 파채에 옮겨와 같이 집어먹어야 하는데
    이렇게 먹으니 영양은 높이고 번거로움은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어느덧 조리가 끝났을 때 각자 앞 접시에 덜기 시작했는데요.
    잠시 기다리며 한 김 식힐 때 달곰하고 개운한 냄새가 올라와
    저절로 구미가 당기더라고요.






    거기다가 국물은 또 어찌나 시원한지 첫 술에서부터 속이 확 풀리더라고요.
    적당히 기름기가 고여 고소하다가도 양파의 단맛이 느껴지고,
    파에 붙어있던 고춧가루의 칼칼함까지, 제 입맛에 딱 맞았어요.
    불고기 양념이 짜거나 달기만 했다면 금세 지루해졌을 텐데
    아무리 떠먹어도 계속 입에 감기고 자꾸 새롭더라고요.
    판에 부을 때는 그저 맑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맛보니 응축된 감칠맛이 혀를 감싸서
    지금껏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어요.
    소주 한잔 걸친 후 바로 삼키면 알코올의 쓴 맛이 바로 사라지겠다 싶었답니다.





    한편 고기는 때 맞춰 먹어도 부드럽고 계속 끓여가며 맛봐도 질겨지지 않아 의아했어요.
    흔히 핏기가 있어야 야들야들하다고 생각하는데
    강릉 맛집의 우육은 익힌 정도에 상관없이 입안에서 살살 녹았거든요.
    자체 개발한 숙성법도 한몫 했겠지만 원재료의 양질이 뛰어난 효과가 매우 컸답니다.
    또 비계가 한쪽으로 치우쳐있지 않아서 살코기라 생각하고 먹어도
    고소한 육즙이 입안에 잔뜩 퍼져 먹는 내내 굉장히 기분이 좋더라고요.
    육류 특유의 누린내는 완전히 사라지고 농롱한 기름기만 입에 감겨서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뿐 아니라 국물에 밥을 비벼먹는 것도 제 스타일이었는데요.
    우선 추가했던 공깃밥에 광택이 가득해서
    촉촉한 육수에 비비니 두 배로 맛깔스러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밥이 엄청 고슬고슬했기 때문에 사이사이마다 육향이 틈탈 수 있었고
    덕분에 한 입 크게 넣어도 맛이 따로 놀지 않아 참 좋았어요.
    간간이 밑반찬을 더해 먹기도 했는데
    저는 상큼하고 아사삭한 도라지가 유독 마음에 들었어요.
    첫 맛은 매콤하고 짭짤한데 끝에는 달곰한 육수 맛이 남아 매우 조화로웠거든요.






    그런가 하면 쌈을 싸먹었더니 불고기가 싱그럽고 가볍게 느껴져 새롭더라고요.
    생야채 특유의 산뜻함이 육질의 식감을 방해하거나 육향을 감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돋보이게끔 돕는 느낌이라 훨씬 균형 있었어요.
    특히 알배추는 줄기가 단단해서 씹는 재미까지 있었답니다.
    한번씩 마늘과 고추에 막장을 찍어 올려 먹었는데
    알싸하면서 구수하고, 묘연한 짭조름함이 조화롭게 퍼져서 더 맛있더라고요.
    막장은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거라 조금 욕심 내서 듬뿍 찍곤 했는데
    짜다는 생각보다 입에 확 감기는 감칠맛의 느낌이 더 강했어요.
    그래서인지 염분 섭취 후에 일어나는 갈증이 별로 없었어요.



     




    마무리는 된장찌개로 했어요.
    가격이 2천원이라 심심하고 밍밍할 거라 예상했는데 건더기가 푸짐하고
    국물이 매우 깊어 가성비에 무척 놀랐어요.
    장독에 보관한 집된장을 넉넉히 푼 후 대파와 두부를 양껏 넣어 바특했고
    홍고추를 큼직하게 잘라 넣어 끝 맛은 매큼했어요.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다음, 속을 풀이 딱 좋더라고요.
    밥에 비빌 때면 국에 말았다는 느낌보다는
    강된장에 버무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어요.
    보기엔 색이 어둡고 진해 간이 셀 것 같지만
    정작 맛은 순하고 시원하면서 아주 깔끔해 입이 텁텁해지지 않았답니다.
    이미 배가 많이 부른 상태였는데도 너나 할 것 없이
    저희 모두 숟가락질을 하느라 마지막까지 무지 바빴어요.






    그렇게 강릉불고기에서 고른 음식을 모두 먹고 나오면서
    강릉 맛집 사장님의 명함 하나를 챙겼어요.
    저녁때가 되니 손님들이 갑자기 붐벼서
    다음에 갈 때는 미리 예약하고 가야겠다 싶었거든요.
    혹시 들르실 분들은 033-652-8800으로 전화하셔서
    자리가 있는지 여쭤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혹시 택배 판매는 안 하시냐 여쭤봤는데 아쉽게도 식당에 와야만 이 맛을 볼 수 있다고 하셨어요.
    별 수 없이 이 집에 꼭 재방문 해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해안가라 그런지 해산물 전문점이 부근에 즐비했는데
    그래서 저는 이 곳이 더 희소가치가 있고 색다르게 느껴졌어요.
    게다가 여긴 재료 구매법과 조리 방식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더라고요.
    제가 원했던 것보다 훨씬 손맛이 훌륭하고 만족스러운 가게를 찾게 되어
    마음이 더욱 흡족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짧은 일정으로 많이 피곤했지만 돌아가는 길에 큰 위안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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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고기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 집이 다 있었네요!
    ㅎㅎ 넵
    강릉 갈때마다 들리는곳인데 정말 맛있어요
    그러시군요~ 저도 좋았어요!
    강릉이 불고기 잘하는진 또 처음이네요! 강릉까지 불고기 먹으로 가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ㅎㅎ 넵~~
    원래 공군비행장 옆에 있어서 강릉에서도 소수만 알고있는 맛집이였는데 경포쪽으러 옮기셨나 보네요
    오호~~~ 그랬었군요! 제가 다녀온 곳은 경포쪽이에요!
    이집제일애정하는불고기집이에요된장찌개조차넘맛있어요저는주로본점으로가는데초당점도가봐야겠어요
    넵~! 한번 다녀와보세요~~
    와 사진만으로 군침도는건 처음이네요
    댓글 잘안다는데 꼭 가봐야할곳이네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