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자연

유유 2018. 2. 12. 04:51





또 한겨울 보낸 팽나무/유유


이번 겨울엔 눈이 많이 왔었던가

춥기는 했던가

수백 년간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다 보니 무감각


언제까지 찬바람 맞으면서 누드 쇼를 해야 할까

늙어서 보여주는 알몸

부끄러워도 얼굴 붉히지 못하는 심정 어이하리


또 실패한 것 같다

독이 오를 대로 오른 겨울 몸뚱이 꽁꽁 묶어 여름에 써야 하는데

오는 봄에 놀라 멀리 뒷모습만 보인다


그래 가려면 빨리 가라

조금 있다가

땅속에 움츠려 있던 친구들에게 독한 놈 떠났다고 알려주련다.











팽나무를 사모한 바람  -유유 수필-

 






당신도 이제는 늙어 보입니다. 당신 몸을 스치는 내 손길이 퍽이나 거친 느낌을 받았고 가지 사이를 빠져 나가는 내 치맛자락이 찢어질까 두려울 정도로 딱딱한 상태가 확인되었답니다.









피부가 헐고 갈라지고 부서지는 것은 세월 탓이라 할 수 있지만 나뭇가지가 찢어지고 바스러지는 것은 또 어떤 영문인지 모르겠더군요. 나뭇잎조차 힘없이 달려 있고 그나마 바닥을 딛고 줄기를 지탱하고 있는 뿌리도 상당밖으로 나와 처참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답니다.








젊은 시절 의젓했던 당신 모습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면 감개가 무량하답니다. 당신은 큰 키에 무성한 잎과 꽃을 갖고 있으면서 늠름함을 자랑했답니다.








사람들이 봄철 새잎을 따서 나물 무쳐 먹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고 가을철 되면 열매를 따먹거나 기름 짜 사용하는가 하면 수피를 한의사가 약재로 사용하는데 대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했답니다.









한 여름날 마을사람들은 당신이 만들어 주는 그늘 밑에 모여 세상일을 담론하고 음식을 먹으며 당신께 고마워했지요. 당신은 마을의 수호신이 되기도 했고 이정표가 되기도 했으며 여늬때엔 오색 띠로 몸을 두른 무당이 되기도 했답니다.










당신을 맴돈지도 이제 500년이 넘었군요. 새싹이 돋아나 자라기 시작한 것이 어제일 같은데 부지불식간에 고목이 되어버렸답니다. 무던히도 많은 해가 소리 없이 지나버렸지요.










그동안 당신에게 부드러운 입김불어넣기도 하였고 당신이 알던 모르던 따뜻한 포옹과 황홀한 속삭임을 셀 수 없이 여러 번에 걸쳐 주었답니다. 물론 미운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랍니다. 내 보살핌을 몰라주는 당신이 원망스러워 있는 힘 없는 힘 모아 때린 적도 있고 폭우와 공동으로 괴롭힌 때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번개까지 빌려와 모진 행동을 한 사례도 있었지요.










그래도 분이 안 풀릴 때면 땅에서 돌과 모래들을 들어 치기도 했고 땅신에게 부탁하여 지진을 일으켜 뿌리까지 못살게 굴었던 치졸함이 후회스럽기도 하답니다. 참으로 애증이 교차되는 세월이 흘렀지요.









당신은 아직도 천년은 넘게 살 것 같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긴 세월산다고 할 지라도 나는 끝까지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울며 희노애락을 같이하며 당신 몸이 다 삭아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당신의 일생을 지켜 볼 것입니다.









해와 달과 별 그리고 구름도 비도 새도 꽃도 온갖 동물과 곤충들도 당신이 살아역정을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과 유달리 가까웠던 인간은 특히나 당신이 존재했던 흔적을 기록할 것입니다. 그래서 지구가 소멸되지 않는 한 당신의 이름은 이어질 것이고 당신의 후손도 지속되겠지요. 이러한 모든 과정을 나는 끝까지 바라다보려 한답니다.








당신의 이름은 팽나무라고 합니다. 당신은 아이들이 당신의 열매인 팽으로 팽총을 만들어 장난을 할 때 같이 놀아 주었고 온갖 벌레들이 잎을 괴롭혀도 모른 척 하였으며 가구 목재나 땔감으로 쓴다고 해도 불평불만 하지 않았답니다.









이러한 훌륭한 몸가짐이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혈통이 좋아서 그런지 어느 종족은 천연기념물이 되었고 심지어는 재산이 많아 세금을 내는 나무도 있다고 한답니다. 그래서 우리 바람세계에서는 당신과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된데 대해 매우 자랑스러운 긍지를 갖고 있답니다. 무한한 영광이지요.








끝으로 당신에게 알려줄 말이 있는데 당신 이름이 지역에 따라 펑나무, 게팽, 포구나무, 달주나무, 매태나무라고도 하지만 제주에서는 “퐁낭”이라고 부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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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의 이야기를
너무나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언젠가는 팽나무를 기록하고 싶습니다.
삼백년된 팽나무
여름에는 푸른 잎과 열메를 맺을것이고
팽나무의 모든것을 대변해주셨네요
팽나무 열매는 저도 처음봅니다 역시 유유님 짱!
기나긴 세월의 영욕을 온몸으로 함께하고 있네요.
잔설을 떨어내지도 않고...
올 여름
어느해보다 더 멋진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팽나무가 대단합니다.
300여년을 굿굿히 살아낸 생명력과 웅장함이 압도하네요.
어리 땐 폭낭이 제일 단단한 나무라고 생각했답니다.
굵기도 하고 주름도 많고 일년에 자라는 속도도 느리고...........
대부분의 마을에 정자나무 역할을 했지요.
어른은 물론 아이들 놀이터도 되었지요.^^
올핸 겨울이 유난히 눈도 많고 차갑기도 하다고 합니다.
그런 겨울을 묵묵히 이겨내고 있는 나무들이 안스럽기도 합니다.
수령이 꽤나 많은 나무로 보입니다.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기다려집니다.
팽나무가 이렇게 멋지게 표현되리라고는 처음 알았습니다.
흑백으로 보는 팽나무의 모습은 요즈음 아이들 말로 짱입니다.
장구한 세월의 만고풍상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그 세월이 있어 처연하면서도 당당하나 봅니다.
330년의 기나긴 세월동안 갖은 풍파를 이겨내며 마을을 지켜준 팽나무의 위용에 놀라지않을 수 없군요

제주에도 많은 눈이내려 큰 피해는 없으신지요?
우리의 대 명절 설을 맞아 가내 다복하시고 행복이 충만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나무의 일대기를 읽으며 자연도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이 처절하게 느껴져 감동입니다^^
몸에는 세월에 의한 상처투성이지만 여전히 인간을 위해 베풀고 있는 위대함에
숙연해지는데요.
마을의 수호신이군요.
몇백년의 세월 탓일까 팽나무와 대화도 해보고 싶네요..
유유님 안녕하세요
올려주신 광나무 포스팅 멋지네요
날씨가 많이 춥네요
건강에 유의 하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십시요
늘 반가운 블친 유유님~
또 한겨울을 보낸 팽나무, 덕분에 즐겁게 잘 보았습니다.
팽나무에 대한 님의 애정어린 고운 글에 즐겁게 쉬어갑니다.

요즈음 시간이 너무도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추운 날씨에 시간의 흐름을 잊고 사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구여,
오늘도 알차고 행복하고 보람 가득한 편안한 화요일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동구 밖 언저리에 벗티고 서 있는 정자 팽나무 (느릅나무)
마을 역사를 지켜 보았던 ...
마을 수호신,,여름에는 강한 태양을 피해 쉴 놀이터,,,
잘 보았습니다,,
연륜이 묻어나는 팽나무
나목이라서 더 꿋꿋해 보이네요.
사람도 나무도 연륜이 켜켜이 쌓이면 다 살갗은 두터워지고 가슴은 무뎌지고...다 그렇게 세월 보내나 봅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팽나무 주름이 세월을 말해 주네요
즐감합니다 편안한 밤 편히 쉼하세요
제주를 지키듯한 팽나무..
다양한 모습으로 멋지게 담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