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수필과 산문

유유 2013. 10. 7. 03:52

 

바람의 힘과 제주 돌담

 

 

불어대는 바람 속에는 힘이 들어 있다. 바람의 힘을 한자로 쓴다면 풍력이 될 수 있지만 바람의 힘과 풍력은 다소 뉘앙스가 다르다. 바람의 힘이란 흔히 말하는 풍력은 아니라는 뜻이 된다. 풍력이라는 단어는 바람을 이용해 얻는 에너지의미가 있고 곧 풍력발전을 상징한다. 바람의 힘은 바람의 세기라 할 수 있으며 바람의 세기는 바람의 속도와 비례함에 따라 어떤 면에는 바람의 속도가 곧 바람의 힘일 수 있다.

 

지난 1805년 보퍼트라는 사람이 만들었고 1964년에 개정하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바람의 힘 즉 강도를 표시하는 풍력 계급이 있는데 이는 바람의 속도인 풍속 등급과 같다고 말한다. 풍력 계급 0을 바람이 전혀 없는(풍속 초속 0.2m 이하) calm(고요)으로 하고 마지막 풍력단계 계급은 storm(폭풍, 왕바람), 그 이상은 hurricane(태풍, 싹쓸바람)이라 하고 인간이 측정할 수 있는 최고 풍속 등급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풍속이 약하다고 해서 바람의 힘이 약한 것은 아니다. 바람이 빨리 불면 물론 힘이 센 것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꼭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다. 대나무는 웬만큼 강한 바람이 불어도 잠시 휘어졌다가 다시 똑바로 서게 되지만 느리고 약한 바람이 상당 기간 지속한다면 바닥에 누워서 아주 일어나지 못한다. 빠르고 센바람이 불면 사람들이 옷을 더욱 닫고 잠그게 되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에는 옷을 열게 하는 것도 일종의 바람 힘의 역설이라 할 수 있다.

 

바람은 매우 힘이 강하다. 웬만한 물체는 바람이 모두 무너뜨릴 수 있다. 나무를 뿌리 채 뽑아 뒹굴게 할 수 있으며 바위를 굴리고 집을 무너뜨리는 등 자연의 모든 실체와 인간의 시설물을 파괴할 수 있다. 두바이에 건설된 세계 최고 높이인 828m 건물 부르즈칼리퍼는 고도의 공기역학 기술을 적용하여 시속 90km의 강한 바람을 감당할 수 있으며 바람을 속일 수 있는 구조물이라고 하는 등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바람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가소롭다고 할 것이다. 인간이 대자연의 힘과 부딪치면서 수없는 시련을 겪어 왔음에도 조금만 기술을 발달시키게 되면 자연의 무한한 능력에 대해 망각하고 이를 무시하게 된다. 지구상에서 바람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 지구폭풍이라도 일어난다면 아마 남아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바람의 성격을 잘 알아 바람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이 있으니 제주 돌담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제주에는 돌이 많은 탓으로 돌담도 매우 많다. 조각난 화산암으로 쌓은 제주 돌담들은 상당히 허술해 보이고 실제 살짝 건들이면 넘어질 정도로 약하다. 그러한 엉성하고 약한 돌담이지만 모질고 강한 제주바람에 넘어가지 않는다. 제주바람은 지붕도 날리고 나무도 쓰러뜨리며 배도 땅위로 올릴 수 있지만 제주 돌담을 쓰러뜨리지 못한다. 그래서 제주도 사람들이 돌담을 쌓는 기술이 좋다고 하고 있지만 사실은 요철이 많은 제주 돌의 특성으로 인해 돌과 돌 사이가 떨어져 바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해 주고 붙어 있는 돌들은 부서진 부위가 서로 잘 맞아 손을 맞잡은 것처럼 강한 응집력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바람과 함부로 맞서면 쓴 맛을 보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바람과 맞서게 된다면 잠시 몸을 숙여야 하는 것이 옳다. 폭풍은 항시 피해 가야 한다고 했다. 시가지에 내건 현수막이 잘 보존 될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바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등 바람에 대해서는 제주 돌담이 보여주는 지혜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