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수필과 산문

유유 2013. 10. 7. 05:01

선거에 웬 바람

 

선거철만 되면 길거리에 현수막이 줄줄이 걸려 있게 되는데 날씨가 급변해 강풍이 불게 되면 줄이 끊어져 현수막이 신호등을 가리게 되거나 도로 바닥을 뒹굴면서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떤 현수막은 바람에 감히 맞서지 않기 위해 중간 중간 바람구멍을 뚫어 매다는 지혜를 보이기도 하지만 모양새가 썩 좋지는 않아 많이 선호하지는 않는 것 같다.

 

선거와 바람이 관련 된다거나 개입할 수 있다면 아마 이것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선거철만 되면 무슨 바람이든지 꼭 같다 붙여야만 직성이 풀리나 보다. 정치인들이 바람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것인지 언론이 갖다 붙인 것인지는 모르나 선거 붐을 조성하는데 한 몫 하는 것만큼은 확실한 모양이다. 보통 선거 바람은 특정한 단어에 바람 “풍”자를 붙여 만들어 낸다.

 

한때 선거판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북에서 부는 바람 즉 북풍이었다. 북풍은 보통 겨울바람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선거 때 부는 북풍은 차가운 겨울바람이 아니라 북한과 관련된 이슈에서 등장하게 된다. 북풍은 북한 지원이나 안보문제 발생시에 거론되며 보수당과 진보당의 대립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그렇다고 중국과 관계되면 서풍이고 일본과 관계되면 남풍이라고 결코 하지는 않는데 북한만 연계되면 사정없이 몰아댄다. 정치바람이 항상 무죄고 정치적 용어는 필요할 때 사용하면 된다는 무책임의 풍토 때문인 것 같다.

 

최고 핵심 정치인의 뜻을 말할 때 마음 심자를 써서 이심이나 김심 등의 말을 사용하며 지지도가 팽창해 번져 나가면 바람 풍자를 붙여 박풍이나 노풍이라 칭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유명한 사람이 바람을 일으키거나 바람을 불어 준다는 뜻일 게다. 유명 정치인 중에 허씨가 있으면 허풍이 될 것이고 장씨가 있으면 장풍이 될 것인데 그럴 경우에도 사용할지는 미지수이다.

 

선거판에서는 이슈가 되면 무조건 풍을 갖다 붙인다. 세금문제가 발생하면 세풍이고 사람과의 문제가 발생하면 인풍이고 돈 문제가 이슈가 되면 전풍이라고 한다. 피비린내 나게 싸우면 혈풍일 것이요 조용하게 경쟁하면 온풍일 지도 모른다. 한의학에서는 바람으로 인해 아픈 것을 통풍이라 하고 바람을 잘못 맞아 얼굴이 돌아가는 것을 와사풍이라 하며 심하게 바람 맞은 것을 중풍이라고 해 반신불수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고 하는데 선거에서 바람이 잘 못 불면 사회와 국가가 중풍에 걸릴까 우려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선거철이 되어 걸핏하면 바람몰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여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마음에 무서운 풍이 찾아 들어올까 무서워지기도 한다. 아무튼 정치바람은 항상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된다.

 

정치인들이 선거철에 바람몰이를 하니 요즈음엔 초등학교 아이들도 선거를 하면서 바람을 일으킨다고 한다. 국제중이나 특목고 등이 별도의 시험 없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진학을 위해서 초등때부터 스펙관리를 해야 한다는 논리가 등장하여 새 학기가 되면 초등학교 학생회 임원이나 반장 선거에 바람이 분다고 하니 개탄할 노릇이다. 물론 어릴 때부터 선거공영제니 풀뿌리 민주주의니 하는 좋은 점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극성 학부모가 나서서 정치권에서 배운 수단을 사용함으로써 나타나는 금권선거나 물질만능주의를 먼저 터득할 것이 무섭다.

 

정치바람이나 선거바람은 좋은 바람이 아니다. 바람이라는 말을 함부로 써서 바람을 모욕하면 안 된다. 바람은 억지로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다. 바람몰이라는 말을 자꾸 사용하여 바람을 슬프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