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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 2013. 10. 7. 05:14

바람과 제주도 언어

 

제주도를 삼다의 섬이라고 한다. 3가지 즉 바람과 돌과 여자가 다른 지역 보다 비교적 많이 있어 3다라는 말이 생겼다. 그런데 최근의 인구조사 결과 제주도에도 여자 보다는 남자가 많아 이제는 삼다라는 용어는 의미가 없어졌다. 나아가 제주사람들의 생활에 아주 밀접하게 관여되어 온 바람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돌은 기술과 생활습관의 변화로 그 특성이 점차 퇴색되어 가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오랜 옛날부터 제주 사람들의 일상생활은 바람의 영향을 받아 왔지만 특히 인간 대 인간 의사소통인 중요언어, 다시 말해 통상적인 말은 육지지역에 비교해 보면 바람에 좌우되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민들도 이제는 표준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른들의 말에서 심한 사투리는 사라졌으며 학교 교육과 통신매체의 영향으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시골 할머니들의 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제주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자꾸만 바람을 생각나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제주도민들의 통상적인 언어에서 어휘 말미에 “···마시” 또는 “마씀”, “마씸” 등과 같은 어조사가 따라다니는데 이것이 일본어 또는 몽골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으나 그 것 보다는 바람의 영향력에 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군대에서 무전을 할 때 “이쪽 말이 끝났으니 그쪽에서 말하라”는 의미로 “···오버” 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즉 마을 주민들이 밭에서 일을 할 때(주로 검질 맨 단고 함)나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집할 때(물질한다고 함) 상호 의사소통 과정에서 바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으니 “내 말이 끝났다 이제는 당신이 말하라”는 뜻으로 어조사가 생겨 난 것으로도 추측해 볼 수 있다.

 

성인 남자들의 말에서 “··수꽈”, “~ 마씸”과 같이 말끝에서 강한 경음이 나오는 것은 힘이 있기 때문에 바람을 뚫고 본인의 뜻을 다른 사람에게 강하게 전달하려는 의지에서 형성된 것이며 반대로 힘없는 여자들의 용어에서는 “··게”, “감수광” 처럼 말이 바람에 의해 약해지거나 어미가 맞바람에 돌아 나오는 느낌이 들게 하고 아이들의 말은 “~하멍”, “··완, ··감”과 같이 제자리에서 맴 돌아버리는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제주도 말은 받침을 생략한 것이 많다. “이수다” (있다), 어서(없어) 처럼 언청이 발음을 연상케 하는 말은 말이 바람에 날리다 받침이 떨어져 버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제주도 최대 도로인 평화로에는 “왕 봥 강 고써” (와서 보고 가서 말해주라)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이것은 제주민들이 말을 최대한 줄여 사용하는 표본으로서 이말 역시 바람의 영향을 받아 뭉쳐버린 것 같은 생략 언어이며 “···아니” (아니하다), “기?” (맞는가?, 그런가?)와 같이 말이 끊어져 버린 것들도 바람에 의해 중간에서 잘려버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흔히 인종을 구분할 때 언어도 참고한다고 하며 한민족은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한다고 하기 때문에 제주도민도 같은 범주에 속할 것이다 사투리는 그 지역의 기후와 지형 및 생활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도민들의 언어에 바람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제주도에는 바람이 많기 때문에 그 곳 주민들은 바람에 대한 애환이 많을 터이고 그 애환은 일상적인 말 속에 녹아서 지금껏 전해 내려오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