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자연

유유 2013. 10. 7. 10:41

 

우물 속에서 바람을 기다리며

 

어쩌다 바람에 날려 우물 속에 떨어진 낙엽 한 잎

바람이 다시 불면 바람 타고 우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매일 매일 노심초사 바람 올 때를 기다리고 있다네

하늘하늘 엉덩이 흔들며 나갈 수 있는 산들바람이 좋을까

단숨에 하늘로 솟구치며 뛰어 나갈 회오리바람이 좋을까

솔솔 부는 솔바람 좋겠지만 매운바람도 좋으니 어서 와다오

바람이 무엇을 가져올까 아마 냄새는 분명 가져오겠지

라일락 향기 가져올까 아니면 요리집 음식 내음 가져올까

쓰레기 매립장 냄새 가져와도 좋으니 빨리만 오려무나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아니야 이건 잠들 때 세는 셈이야

기다릴 땐 일부러 억 조 경 무량대수까지 끝까지 세는거야

잠들면 안 돼 잠들면 바람이 와도 모르니 깨여서 기다려야지

기다리다 지친 낙엽은 몸이 축 처지고 피부는 바싹 마르고

바람 대신 세월이 먼저 찾아와 낙엽을 산산조각 내어 버리니

뒤늦게 도착한 바람은 우물 속 낙엽을 찾을 수 없었다네요

바람과 낙엽의 사랑은 아니랍니다

 

 

 

<구렁텅이에 빠진 낙엽은 삭아 없어질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유유시인 다섯번째 시입니다..

바람의 개똥철학 중.. "우물 속에서 바람을 기다리며..."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미정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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