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Cosmos, Science

空手잠빌 2007. 9. 4. 22:24

[사이언스 in 뉴스] 사랑과 생식기 전쟁

그곳에서 벌어지는 수컷과 암컷의 ‘은밀한 군비경쟁’
짝짓기때 결합 오래하도록 수컷 생식기가 무기(?) 달면
암컷 생식기는 방패 개발해 막아 지나친 경쟁땐 멸종 이어지기도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입력 : 2007.09.03 23:05

 

부부싸움이 항상 ‘칼로 물 베기’인 것만은 아니다.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서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 부부는 한쪽이 공격하면 더 강한 무기로 반격하는 살벌한 전투를 벌인다. 영화 ‘장미의 전쟁’에서는 이런 전투 끝에 부부가 죽음을 맞기도 한다. 자연에서도 마찬가지. 짝짓기에서 벌어지는 ‘군비경쟁(軍備競爭)’은 종(種)을 진화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때론 멸종의 위기를 부르기도 한다.

 

 

    • ▲ 짝짓기를 하는 암수 바구미의 생식기를 비교한 전자현미경 사진. 수컷 생식기에 가시가 많이 나있을수록 암컷 생식기에는 보호용 껍질(단면도의 엷은 푸른색 부분)이 발달한다. /스웨덴 웁살라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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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짝짓기 전쟁의 창과 방패

    수컷은 가능한 한 많은 암컷들과 짝짓기를 하고 그때마다 자신의 후손이 생겨나길 바란다. 딱정벌레의 일종으로 길이 수㎜에 콩을 먹고 사는 바구미(seed beetle)도 마찬가지다. 수컷 생식기에는 짝짓기 도중 생식기가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암컷의 몸 내부에서 닻 역할을 하는 가시가 나있다. ‘미스터 바구미’의 비장의 무기인 셈.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고란 안크비스트(Arnqvist) 교수 연구팀은 지난 6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7종의 바구미를 조사한 결과, 일부 수컷의 생식기에 무려 100개 이상의 가시가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정도 양의 가시라면 자칫 암컷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바구미 암컷도 이런 수컷에 대항할 방어 수단이 있었다. ‘미세스 바구미’는 딱딱한 껍질로 생식기를 감싸고 있었다. 창에 방패로 대항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암수 생식기 간에 군비경쟁이 벌어지면, 서로에게 맞는 상대만 짝짓기를 할 수 있게 돼 결국 새로운 종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군비경쟁이 극심해지면 태어나는 후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크비스트 교수는 “바구미는 짝짓기 군비경쟁으로 인한 진화가 안 좋은 쪽으로 진행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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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둥이 다스리는 암컷

    군비경쟁의 균형이 무너지면 짝짓기는 어느 한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안크비스트 교수팀은 2002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소금쟁이 수컷은 더 많은 암컷과 짝을 맺기 위해, 암컷은 원하지 않는 수컷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어떤 종의 수컷은 암컷을 꽉 잡고 짝짓기를 할 수 있도록 다른 종보다 더 납작한 배와 강한 앞발, 그리고 긴 생식기를 갖고 있었다. 반대로 어떤 종의 암컷은 수컷의 짝짓기를 방해하기 위해 배가 길거나 아래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수컷은 더 많은 암컷을 찾아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려 한다. 그렇지만 짝짓기가 끝난 암컷에게 더 이상의 짝짓기는 쓸모없는 희생이다. 암컷이 수컷을 압도하는 종에서는 이틀에 한 번꼴로 짝짓기가 일어나지만, 수컷이 암컷보다 우위일 때는 하루에도 20번씩이나 짝짓기가 이뤄졌다.



    일부일처제 유지에도 이용

    암수간 생식기의 공동 진화는 일부일처(一夫一妻)제를 유지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물에서 사는 새들은 대부분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나 때때로 강제적인 짝짓기도 일어난다. 지난 4월 미 예일대의 패트리샤 브레넌(Brennan) 박사는 ‘공공도서관(PLoS onE)’지에 물에서 사는 조류는 암수의 생식기가 나사처럼 들어맞게 함께 진화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강제 짝짓기가 많은 종에서는 수컷의 생식기가 매우 길고 나선모양이 발달해 있었다. 암컷의 생식기에는 그 반대 방향의 나선이 나있었으며, 중간 중간에 수컷 생식기의 진행을 막는 주머니들이 나있었다.

    연구팀은 암컷이 원하는 상대와 짝짓기를 할 때는 수컷과 생식기 나선이 잘 들어맞게끔 몸의 위치를 조정하고, 반대로 원치 않는 수컷이 짝짓기를 시도하면 이런 신체 구조를 활용해 막아내는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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