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Culture, History

空手잠빌 2015. 10. 25. 09:53

시대착오적인 대통령의 봉건적 사고

권종상 (jongsang****)                                                                   주소복사 조회 1970 15.10.24 09:55

 

가을의 기운이 거리에 물씬합니다. 내가 모는 우편 트럭은 길가에 쌓인 낙엽 위에 주차해야 했고, 날숨이 차가운 공기를 만나 하얀 입김이 되어가는 거리를 걷기 위해서, 어제부터는 반바지가 아니라 긴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란 유니폼 가디건도 꺼내 입었고, 우편물을 집어든 손끝의 시림은 지금 이렇게 점심시간에 따뜻한 커피로 달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다시 인터넷 뉴스를 뒤집니다.

청와대와 여야 대표, 그리고 원내대표가 함께 했던 5자회담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여기서 어떤 좋은 결과물이 도출되리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어차피 이들의 역사 의식은 같이 갈 수 없는 것이니까. 여기서 '좋은 합의'가 도출됐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를 놀라게 한 것은 역시 박근혜 씨의 의식이 어떤 식으로 행동으로 나타나는가 하는 거였습니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녹음을 하려 하느냐"는 말에 녹아난 것은 그녀의 봉건적인 인식이었습니다. 지금은 형식적으로는 민주공화국이되, 권력을 갖고 있는 자들의 마인드는 봉건 왕조의 의식이라는 것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트위터에서 역사학자 전우용님의 트윗을 봤습니다. 조선시대의 왕들도 이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 시원하고 직설적인 트윗은 지금 우리가 어떤 처지에 처해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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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51 - 2015년 10월 22일
전우용 @histopian 15시간15시간 전
2. 대화내용을 녹음해도 되겠냐는 말에 "청와대를 뭘로 보고 그러냐"고 한 대통령을 두고 "조선시대 왕처럼 군다"고 비판하는 사람 많은데, 왕은 그러지 못 했습니다. 자기 공적 언행을 기록하지 못하게 하는 통치자는, 범죄조직의 수장 뿐입니다.

오후 8:50 - 2015년 10월 22일
전우용 @histopian 15시간15시간 전
1. 옛날 왕의 좌우에는 항상 사관이 붙어 서서 왼쪽 사람은 행동을, 오른쪽 사람은 말을 기록했습니다. 이를 '좌동우언'이라 합니다. 통치자의 언행을 빠짐 없이 기록하는 게 역사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란 건, 전제군주들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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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국의 시대에 전제 왕조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 차이를 메꾸는 방법, 그것은 결국 시민들이 지금 사회를 사는 사람으로서의 의무를 다 하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민의 참여, 저항, 불복종 같은 것들을 '체제 전복의 도구'로 보는 사람들은 우리의 역사 안에 녹아 있는 4.19, 5월 광주민주화항쟁, 6월 항쟁의 역사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도, 시민들도, 그리고 교수사회도... 많은 사람들이 국정교과서 강행 문제에 분노하고 공분하고 길거리로 나오는 것은 이것이 분명히 역사에 거스르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힘을 가진 자들이 강제로 역사를 거스르려 하는 것은 지금까지 어떤 형태로든 심판을 받아 왔습니다. 다시 한국 사회가 민주와 반민주의 대결로 돌아가고 있는 지금, 곰곰히 역사를 다시 곱씹어보게 됩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