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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 2008. 4. 14. 17:22

 

정태춘 1집 음반 '詩人의 마을'

 

SIDE - 1

01. 詩人의 마을
02. 사랑하고 싶소
03. 촛불
04. 西海에서
05. 그네 (뮤지컬 춘향전 중에서)

 

SIDE - 2

01. 木浦의 노래 (여드레 팔십리)
02. 아하! 날개여
03. 겨울 나무
04. 사랑의 보슬비
05. 산너머 두메

 

작 사 : 정태춘
작 곡 : 정태춘
편 곡 : 01~04, 06~08 : 유지연, 05 : 방기남, 09~10 : 연석원

발 매 : 서라벌 레코드 SRB (SR-0125), 1978.11.05

 

정태춘 싱글(EP)

 

SIDE A : 1. 詩人의 마을

SIDE B : 1. 아하! 날개여

 

작 사 : 정태춘

작 곡 : 정태춘

편 곡 : 유지연

발 매 : 서라벌 레코드 SRB (SR-0125)1978.08.20

 

정태춘의 첫 음반 '詩人의 마을'의 1978년에 발매된 LP음반에 수록 된 곡을 올렸습니다. 이 음반에 수록 된 곡들은 나중에 다른 음반에 다시 실리면서 연주 부분과 가사가 일부 바뀌게 됩니다. 가사가 바뀐 이유는 첫 음반에 실린 곡들의 가사가 심의에 걸려서인데 특히, '시인의 마을'의 경우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면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 -> "사색의 시인이라면 좋겠소" 로 바뀝니다.  [원래의 가사 보기] 그리고 84년 음반 '떠나가는 배'에 원래 가사 대로 부른 곡을 수록하였습니다. 당시 공연윤리심의위원회의 직원이 이 노래가 워낙 유명한 곡이라 바뀐 가사를 확인하지 않고 심의를 통과시킨 일화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정태춘의 싱글음반(EP)은 당시 음반사가 홍보용으로 만든 것입니다. 일부 사이트에는 "홍보용으로 만든 LP"라고 되어 있으나 LP레코드가 아닌 EP레코드 입니다.

 

정태춘 1집 '詩人의 마을' 전곡듣기

 


▲ 정태춘의 데뷔 당시의 신문기사

 

시인을 제단한 검열의 가위손


강헌 (대중음악평론가)


정태춘의 데뷔작이자 한국 포크음악의 기념비적인 노래로 꼽히는 [시인의 마을](1978)은 발표되기도 전에 박정희 정권 하의 공윤 심의위원회에 의해 걸레 취급을 받으며 가사 수정 지시를 받는다. 정치적 비판의 낌새도 없는 친자연주의의 노래에마저 검열의 칼날은 냉혹했다. 이들의 시선엔 깃발이 펄럭여도 안되고 텅빈 가슴도 안되며 손수건 한 장을 가슴에 엊어주어도 아니되고, 탈춤? 그것도 빨갱이 짓이라고 보았다. 다음은 공윤의 노래말 수정 지시 전 항목이다.


창문을 열고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우뚝 걸린 깃발 펄럭이며 (저 높은 곳에 푸른 하늘 구름 흘러가며로 수정)
당신의 텅 빈 가슴으로 (부푼 가슴으로 로 수정)

불어오는 더운 열기의 세찬 바람(맑은 한줄기 산들 바람으로 수정)
살며시 눈 감고 들어 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가쁜 벗들의 말발굽 소리(숨가쁜 자연의 생명의 소리로 수정)
누가 내게 손수건 한장 던져 주리오(누가 내게 따뜻한 사랑 건네 주리오로 수정)
내 작은 가슴에 얹어 주리오(내 작은 가슴 달래 주리오로 수정)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생명의 장단을 으로 수정) 쳐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자연의 친구 생명의 친구로 수정)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사색의 시인이라면으로 수정) 좋겠오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수도승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우산을 접고 비 맞아 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그늘진(울적한으로 수정) 마음에 비 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 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운명의 길동무(누가 내 마음의 위안이로 수정) 돼 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돼 주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고행의 수도승처럼/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 테요

(1977.9)

 

수정 가사의 저 순수주의에게 저주를! 하지만 더욱 코미디인 것은 수정 지시 이전에 이 노래는 심의 자체가 반려되었다. 사유는 도저히 ‘대중가요’ 수준의 가사가 아니어서 어떤 시인의 시인지는 모르나 도용하거나 몰래 가져다 쓴 것으로 추정된다는 어이없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억지스러운 근거로 이 노래는 영원히 잠잘 듯 했으나 재심 과정에서 위와 같은 화려한(?) 세탁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심의위원 중에는 시인도 있었다.

 


▲ 정태춘의 싱글음반(EP) 앞 표지

 

정태춘의 '젊은 서정시인' 시기의 기록

정태춘 1집 음반 '詩人의 마을'

 

신현준(음악평론가)

 

정태춘의 데뷔 앨범으로 1978년 가을 비닐 LP로 발매되었다. 음반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MBC(문화방송)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신인가수상을, TBC(동양방송) 방송가요대상에서는 작사부문상을 수상하는 등 상복을 누리기도 했다. 나의 기억으로는 당시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정태춘은 '무희들'에 둘러싸여 "촛불"을 불렀다. 본인은 이를 그리 유쾌하지 못한 경험으로 간주할지는 몰라도 당시 그의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이 앨범에서 선곡은 '음반사'가, 가사는 '공연윤리위원회(공륜)'가 개입했고, 그 결과 '아티스트로서의 자율성'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시인의 마을"은 '대중가요 가사로는 방황, 불건전한 요소가 짙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공연윤리위원회에 의해 반려되어 여러 번 '개작'을 강요당한 작품이다. 이런 사실이 1980년대 이후 정태춘이 '투사'가 되어 '사전검열제도'라는 말도 안 되는 제도를 개혁하는 계기를 이루게 된다는 점은 한국 대중음악의 현실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본래의 가사로 다시 녹음된 버전이 1984년 정태춘, 박은옥의 앨범 [떠나가는 배]에 수록되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 이야기다.

 

하지만 음악인 스스로가 이 앨범에 만족스러워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음악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은 매우 아름답다. 뭐니뭐니해도 백미는 "시인의 마을"이다. 풀링(pulling)을 이용한 아름다운 전주에 이어 나오는 네 마디에서 쓰리 핑거 주법의 독특한 리듬감 위에, (계명으로) 솔 - 솔# - 라 - 시b으로 반음씩 상향 진행하는 화성 진행은 어쿠스틱 기타를 그럴 듯하게 연주해 보려던 사람들에게는 '교본'같은 것이다. 그 뒤에도 기본 3화음을 넘어서는 '화려한' 화성 진행이 가사와 멜로디의 '소박한' 분위기와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음악 전체의 색깔을 결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바이브레이션을 가진 저음의 목소리인데, 이는 마치 앨범 커버에 나오는 수묵화와 비슷하다. 검열 탓에 주인공의 이미지는 '방랑자'에서 '수도승'으로 바뀌었지만, 이 점조차도 그 특유의 초탈한 분위기를 해치지는 않는다. 히트곡인 "촛불"은 다른 몇몇 곡들과 더불어 '유행가'같은 인상을 주지만 슬라이드 주법의 묘미와 더불어 어쿠스틱 기타의 섬세한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앨범의 또하나의 색깔은 "사랑하고 싶소", "여드레 팔십리", "그네" 등에서 시도한 '우리 가락(이런 표현은 가급적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과의 결합에서 드러난다. 1970년대 이후 서유석, 김민기, 양병집, 이규대, 김태곤 등이 시도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더 이상의 진전을 보이지 못하던 때에 군에서 갓 제대한 무명의 싱어송라이터의 시도는 '겁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야심적이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풋풋한 총각의 진솔한 욕망을 담은 "사랑하고 싶소", 뮤지컬 [춘향전]의 수록곡이기도 한 "그네", '우리 가락'이 현대적 흥겨움과도 어울림을 보여준 "여드레 팔십리" 등은 우리 것과의 결합이 반드시 무겁고 진지해야 할 필요는 없음을 보여 준다. 형식적으로는 우리 가락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정서적으로는 충분히 '토속적'인 단조의 발라드(?) "서해에서"는 "시인의 마을"에서의 정형화된 핑거링과는 또다른 유형의 핑거링의 묘미를 보여준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이 음반의 사운드가 말끔하게 나온 데는 대부분의 곡의 편곡을 담당한 유지연의 공이 크다. 그게 정태춘 음악의 특유의 질박한 느낌을 잘 살린 것인지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음반을 대중에게 친밀하도록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참고로 유지연은 그 자신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 연주인이며, '가요계'를 떠난 1990년대 이후에는 CCM 음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견이지만 나는 이 음반을 '한국 포크 록의 주요 음반'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단, 이 때 포크라는 단어가 '통기타 음악'이고, 록이라는 단어가 '엘레키 사운드(당시 용어다)'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와는 반대로 '포크'란 한국적 뿌리를 가진 음악문화를 지칭하고, '록'이란 -- '악기'나 '악단' 개념이 아니라 -- 서양의 현대적 대중음악의 어법을 말한다. 이런 견해에 동의할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이런 업적이 제대로 계승되지 않은 한국 대중음악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정태춘의 싱글음반 뒷부분

 

01. 詩人의 마을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푸른 하늘 구름 흘러가며

당신의 부푼 가슴으로 불어오는

맑은 한 줄기 산들바람

살며시 눈 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가쁜 자연의 생명의 소리

누가 내게 따뜻한 사랑 던져 주리오

내 작은 가슴을 달래 주리오

누가 내게 생명의 장단을 쳐 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나는 자연의 친구 생명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사색의 시인이라면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 가는
고행의 수도승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우산을 접고 비맞아 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울적한 마음에 비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 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마음에 위안 돼 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돼 주리오 

 

나는 자연의 친구 생명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사색의 시인이라면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 가는
고행의 수도승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02. 사랑하고 싶소

 

사랑하고 싶소, 예쁜 여자와 말이오
엄청난 내 정열을 모두 바치고 싶소
결혼하고 싶소, 착한 여자와 말이오
순진한 내 청춘을 모두 바치고 싶소
내가 살아 있소,

내가 살고 있소
크고 작은 고뇌와 희열속에
멋도 모르고

 

얘기하고 싶소, 뛰노는 저 애들과 말이오
반짝이는 그 눈망울도 바라보고 싶소
안겨 보고 싶소, 저 푸른 하늘에 말이오
우리 모두의 소망처럼 느껴 보고 싶소
내가 살아 있오,
내가 살고 있오
크고 작은 기대와 소망속에
멋도 모르고

 

돌아가고 싶소, 내 고향으로 말이오
훌륭한 선친들의 말씀듣고 싶소
떠나가고 싶소, 겨레와 이땅을 말이오
내 나라 삼천리 두루 다니고 싶소
내가 살아 있오,
내가 살고 있오
크고 작은 애착과 갈망 속에
멋도 모르고

 

03. 촛불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 오면

창가에 촛불 밝혀 두리라 외로움을 태우리라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사랑은 불빛아래 흔들리며 내 마음 사로 잡는데

차갑게 식지 않는 미련은 촛불처럼 타오르네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04. 西海에서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서러움을 더해 주나
저 사공이 나를 태우고 노 저어 떠나면
또 다른 나루에 내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서해 먼 바다 위론 노을이 비단결처럼 고운데
나 떠나가는 배의 물결은 멀리 멀리 퍼져간다
꿈을 꾸는 저녁 바다에 갈매기 날아가고
섬 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결 따라 멀어져 간다

 

어두워지는 저녁 바다에 섬 그늘 길게 누워도
뱃길에 살랑대는 바람은 잠잘 줄을 모르네
저 사공은 노만 저을 뿐 한 마디 말이 없고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육지 소식 전해오네

 

05. 그네 (뮤지컬 춘향전 중에서)

 

그네를 딛고 올라서서 흔들흔들 흔들어 보자

솟아라 보자 그네야 높이 솟아서 먼데 보자

쌍무지개 끈을 달아 학 타고 날 듯

하늘에 올라 산너머 사당의 내 님을 보자

꽃같이 어린 님 내 님을 보자

오월 훈풍에 옷자락 날리며 그네에 올라 높이 솟아라

청치마 홍치마 바람에 날리며 훨훨 높이 솟아보자  

 

06. 木浦의 노래 (여드레 팔십리)

 

여드레 팔십리 방랑의 길목엔 남도 해무가 가득하고
어쩌다 꿈에나 만나던 일들이 다도해 섬 사이로 어른대누나

 

물 건너 제주도 뱃노래 가락이 해풍에 밀려와 들릴 듯 하고

섬 처녀 설레던 거치른 물결만 나그네 발 아래 넘실대누나

 

에 헤이 얼라리여라 노 저어 가는 이도 부러운데

에 헤이 얼라리여라 님 타신 돛배도 물길 따라 가누나

 

떠나는 연락선 목 메인 기적은 안개에 젖어서 내 귀에 들리고
보내는 맘 같은 부두의 물결은 갈라져 머물다 배 따라 가누나

 

나 오거나 가거나 무심한 갈매기 선창에 건너와 제 울음만 울고
빈 배에 매달려 나부끼는 깃발만 삼학도 유달산 손 잡아 보잔다

 

에 헤이 얼라리여라 노 저어 가는 이도 부러운데

에 헤이 얼라리여라 님 타신 돛배도 물길 따라 가누나

 

07. 아하! 날개여

 

어둠이 내 방에까지 밀려와 그 우수의 계곡에 닻을 내리면

미풍에도 떨리는 나무잎처럼 나의 작은 공상은 상처받는다

빗물마저 내 창 머리 때리고 숲 속의 새들 울음 간혹 들리면

멀리 날고픈 내 꿈의 날개는 지난 일기장 속에서 퍼득인다

아하, 날개여 날아보자 아하, 날개여 날자꾸나

등불을 끄고, 장막을 걷고, 그림자를 떨쳐 버리고

내 소매를 부여잡고 날아보자 먼동에 새벽 닭이 울기까지라도

에 헤이, 에 헤이

 

기다리지도 않고 맞은 많은 밤들

어쩌면 끝내 돌아가지 않을 듯한 무거운 침묵

꿈 꾸듯 중얼거리는 나의 독백도 방황의 사색 속에 헤매이고

세월 속에 잊혀져 간 얼굴들 저 어두운 밤 바람에 흩날리면

누군가 내 창문밖에 서성대다 비와 밤과 어둠 속에 사라진다

아하, 날개여 날아보자 아하, 날개여 날자꾸나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고, 기쁨과 슬픔이 함께 하는 곳

내 영혼의 그늘 밖으로 나가보자 동녘 먼 데서 햇살 떠오르기전에

에 헤이, 에 헤이  

 

08. 겨울 나무

 

잎 떨어진 나무에 바람이 불고 부러진 가지에 연이 걸렸네
겨울 나무 꼭대기에 매가 앉아서
임자 없는 까치집만 지키고 있네

우-- 우-- 홀로 멀리 서 있는 겨울 나무야

 

벌판에서 불어 온 저 흙바람에 잎새마저 앗기운 겨울 나무는
세월 가고 세월 오는 그 사이에서 굽어 가는 비탈길만 지키고 있네

우-- 우-- 홀로 멀리 서 있는 겨울 나무야

 

09. 사랑의 보슬비

 

빗줄기 흐르는 나뭇잎 사이로 뿌옇게 비치는 가로등 불빛

나 홀로 외로이 비를 맞으며 젖은 옷깃세우고 어딜 가나

그녀 돌아선 길목위로 촉촉히 적시며 내리던 비

가버린 사랑을 가슴에 새기며 내리는 빗속을 나는 간다

비야 부슬비 그녀의 머리 위에 내려라

비야 부슬비 사랑의 빗물로 내려라

 

공휴일 고궁의 산책길에 우리의 머리위로 내리던 비

마주 잡은 우리들의 잡은 손에도 사랑으로 적시던 부슬비

이제는 그 길을 홀로 걸으며 그녀 돌아선 길목위로

가버린 사랑을 가슴에 새기며 나 홀로 나 홀로 걸어간다

비야 부슬비 그녀의 머리 위에 내려라

비야 부슬비 사랑의 빗물로 내려라  

 

10. 산너머 두메

 

노저어 돌아오는 작은강 어구로

서산해는 저물어 가고

인적에 깨인 해오라기 물가를 날며 오락오락

산너머 두메엔 저녁연기 떠오르고

날 기다리고 있을 내 어린 누이동생

도회지 불빛은 먼데서 깜빡이고

돌아오는 이 발길은 이리도 가벼운데

지나간 날 옛일들이 꿈같이 멀어지누나

출처 : 끝나지 않은 노래
글쓴이 : 터사랑(김승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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