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집단 삼성그룹 이건희 도둑놈

    도야지꿀 2011. 7. 6. 22:23

    삼성 노동자들, 가족 잃고 후회하지 않기를..."
    [인터뷰] 삼성백혈병 피해자 유가족에서 삼성일반노조 활동가 된 정애정씨
    11.07.06 21:31 ㅣ최종 업데이트 11.07.06 21:53 최지용 (endofwinter)

      
    지난 4일부터 근로복지공단에서 이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중인 삼성백혈병 피해자 유가족들.
    ⓒ 최지용
    삼성

     

    "아빠는 정말 안 와요? 엄마도 아빠 보고 싶죠?"

     

    삼성백혈병 피해자 유가족 정애정(35)씨의 7살 딸은 엄마에게 자주 이렇게 묻곤 한다. 그 위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은 아빠 이야기 하는 걸 조심스러워 하지만, 막내는 아직 엄마의 기분을 생각하는 것보다 아빠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딸은 아빠 황민웅씨에 대한 기억이 없다. 집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사진 속 아빠가 전부다. 황씨는 2005년 7월 부인과 세 살 아들, 생후 2개월인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정애정씨는 임신한 몸으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린 남편을 돌봤지만 그에게 다가온 죽음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정씨가 떠올리는 당시 서른두 살의 남편은 젊었고, 건강했다. 점심시간이면 "고맙습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그의 목소리가 직원식당에 크게 울렸고,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도 부인과 아이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했다. 그런 남편의 죽음이 직업병일 수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황씨보다 2년 먼저 입사한 회사 선배였고, 그들은 사내 연인이었다. 남편이 죽고 그녀는 그만둔 공장에 다시 출근했다. 두 아이와 삶을 위해. 그 후 2년을 일했고 그사이 보육교사 자격증을 땄다.

     

    회사를 완전히 그만둔 2007년 말, 그녀는 남편의 동료에게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삼성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고 직업병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떠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전화는 그녀의 삶을 180도 바꿔놓게 된다.

     

    "재판 패소, 오히려 희망됐다"

     

      
    삼성백혈병 피해자 황민웅씨의 부인 정애정씨.
    ⓒ 최지용
    삼성백혈병

    6일 오전,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민원실에서 삼성백혈병 피해자 유가족들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 활동가들과 함께 농성 중인 정씨를 만났다. 전날 신영철 이사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근로복지공단을 찾은 이들은 그 자리에서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유는 지난달 23일 삼성백혈병의 산업재해를 일부 인정한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이 존중하고 항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송이 제기된 지 1년 반 만에 법원은 "명백하게 백혈병 유발 요인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유해한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백혈병이 발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같은 라인에서 일했던 황유미씨, 이숙영씨의 산재를 인정했다. 두 사람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정씨를 포함한 나머지 세 피해자에게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4년 전 정씨는 남편 동료의 전화를 받고 반올림의 전신인 '삼성반도체 집단백혈병 진상규명 대책위'를 찾았다. 그 후 그녀는 남편 죽음의 진실을 찾아 나섰다.

     

    "애기 아빠가 죽고 다시 회사에 입사해 일한 2년 동안은 남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2007년 반올림을 만나면서 남편이 산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죠. 그것도 처음에는 확신이 없었어요. 이종란 노무사를 비롯해 반올림 사람들이 삼성반도체 공정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걸로 시작했어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남편이 정말 산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원래 산재는 부러지고 깨지는 사고만 있는 줄 알았거든요. 애기 아빠는 엄청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설비 엔지니어링 일을 하면서 밤 11시, 12시가 넘어서 들어오곤 했어요. 출근은 새벽 5시, 6시에 했고요.

     

    또 하는 일을 들어보면 단순히 관리만 하는 게 아니라, 설비를 직접 청소도 하고 분해나 조립도 했어요. 그렇게 해야 설비 구조를 알 수 있으니까, 만약에 고장이라도 나 고치려면 어쩔 수 없이 라인에 들어가서 배워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재판에서 삼성은 남편이 사무실에서 컴퓨터 보며 관리만 했대요. 법원은 그 말을 그대로 듣고 산재가 아니라고 판결한 건데, 답답하지만 그래도 밝혀야 하는 게 명확해져서 희망이 있어요. 남편의 동료들도 다 겪은 일이에요. 그분들은 저에게 그렇게 위험물질에 노출된 상황에서 일한 걸 이야기 하지만 막상 진술서를 작성하기는 꺼려하세요. 하지만 상황은 변할 수 있고 그 부분도 곧 증명할 수 있을 겁니다."

     

    정씨는 "이제 이 싸움이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4년 동안 삼성과 싸우면서 내 남편, 내 가족의 문제만이 아닌 게 됐다"며 "위험한 작업현장에 노동조합도 없는 노동자를 내몰아 생산성만 높이려는 삼성의 추악함을 보고, 사회 문제로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이날 농성에 지난 재판에서 승소한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와 이숙영씨 유가족도 함께하고 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솔직히 승소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부분적으로라도 승소한 건 우리 싸움의 승리죠. 산재 인정이 안 된 가족들도 패배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승소를 디딤돌로 삼자고 해요. 오히려 역학조사나 유해물질 논란 등 논쟁이 됐던 여러 부분들이 대부분 인정이 됐고, 실제로 유해물질에 얼마나 노출 됐는지 증명하기만 하면 되니까 오히려 희망이 생겼죠.

     

    서럽기도 했어요. 안 죽어도 될 사람들이 죽은 거니까요. 남편이 일 그만두고 고향 춘천으로 내려가서 살고 싶다고 했는데 제가 막 뭐라 했어요. 결혼한 지 얼마 안됐는데 백수가 될 거냐고요. 그때 말리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살아있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후회되기도 했어요. 우리 싸움에 정당성을 인정받은 기쁨 반, 서러움 반 섞여서 눈물이 났어요. 이 싸움은 더 이상 내 싸움이 아니에요. '나는 승소했으니까 그만 한다'는 식으로 끝나지 않아요. 삼성은 그런 분열을 바라고 있겠지만.

     

    삼성은 아마 더 강하게 나올 거예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삼성의 대리전을 하고 있는 거죠. 벌써 삼성은 항소해야 한다고 하고 있어요. 자기들 소송도 아닌데 말이죠. 항소기한이 15일까지인데 근로복지공단이 또 삼성의 대리인처럼 나서서 항소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미 승소한 난 두 사람의 산재를 인정해야 합니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을 방문해 농성중인 삼성백혈병 피해자 유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 최지용
    삼성

     

    이날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 이미경 민주당 의원의 지지방문이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이 의원은 농성 중인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반올림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이 의원은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과 30여 분 면담을 진행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항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확답할 수 없다, 현재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항소가 의미 없다고 판단한다면 검찰에 그런 의견을 제출하겠지만 최종 항소여부는 법리에 따라 검찰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의 피고가 아닌 삼성이 먼저 항소 의지를 표한 것에 관해서는 "법정 보조참관인 자격으로 의견을 낸 것이지 실제 결정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라고 해명했다.

     

    피해자 유가족에서 삼성일반노조 상근 활동가로

     

      
    근로복지공단에서 농성중인 삼성백혈병 피해자 유가족들. 왼쪽은 지난달 23일 법원에서 산재 인정 판결을 받은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 최지용
    삼성백혈병

    정씨는 삼성에서 퇴사 후 계속해오던 보육교사 일을 얼마 전 그만뒀다. 근무시간이나 여건은 괜찮았지만 남편의 죽음을 밝히는 싸움을 계속하면서 일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지난 4월 그녀는 삼성일반노조의 상근 활동가가 됐다. 복수노조가 시행된 지난 1일, 김성환 위원장을 만나러 영등포 삼성일반노조 사무실을 찾았을 때(관련기사 : "복수노조? 삼성에서는 뚝딱 안 생긴다") 그 소식을 처음 들었다. 삼성반도체 직원에서 삼성백혈병 피해자 유가족이 됐고, 이제는 삼성에 노조를 세우기 위해 일하는 노동운동가가 된 것이다.

     

    정씨는 노조에서 상근을 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지는 않지만 한 길을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흐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이 어떻게 그런 위험한 공정에 노동자들을 무방비로 몰아넣을 수 있었을까요? 노동조합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노동조합이 없으니까 기업이 노동자에게 지켜야 할 노동기본조건, 건강권을 지켜줄 리가 없죠. 대부분 노동자들은 '삼성이니까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너무나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그랬어요. 삼성이니까 알맞은 임금, 건강한 근무 환경 만들어 줄 거라고 믿었어요. 그러니까 남편이 죽고도 다시 그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했죠. 이제는 삼성에 노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싸움을 제대로 하는 곳은 삼성일반노조밖에 없었어요. 조직해 본 사람도 아니고 노동운동을 해본 사람도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정씨에게 삼성백혈병 피해자 유가족으로 활동하는 것과 노조 운동가로 사는 삶의 차이를 물었다. 그녀는 "그렇게 딱 나눠서 생각하면 노동운동이란 게 내게 너무 무거워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내 모습을 보며 현재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게 활동 목표"라고 말했다.

     

    "지금 삼성의 노동자들이 나서지 못하는 건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저는 그런 부분에 큰 힘을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후회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직접 겪어보지 않고도 저를 통해서 충분히 그 일이 얼마나 힘든 건지 알 수 있길 바라요. 그렇다면 분명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겁니다."

     

    정씨는 삼성에서 10년 가까이 일했다. 그녀의 주변에도 아직 삼성에 다니는 옛 동료들이 많이 있을 터. 정씨는 "남편이 죽고 처음 2년 동안에는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안부 전화 정도는 할 수 있는 친한 사람도 연락을 안 했다"며 "그러다 한 1년 전부터는 여기저기서 안부 전화가 온다, 삼성 공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으면 와서 응원하는 사람도 생겼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런 변화가 삼성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백혈병 유가족들이 열심히 싸우는 게 바로 노동조합을 세우자는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며 "내 모습 그대로 삼성 노동자들에게 전해진다면 변화는 가능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조운동을 직업으로 하게 된 그녀,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이었다. 정씨는 "삼성에 다니는 사람을 한 번 만나려 해도 일이 끝난 다음에나 볼 수 있으니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며 "친정식구들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최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집에 아빠 사진도 그대로 두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아빠가 세상을 떠나게 된 진실을 알려주고 싶다"며 "행여 목적한 바가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항상 이겨낸다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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