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상 최동원

    도야지꿀 2011. 9. 16. 16:16

    거인의 전설 고 최동원 선수를 추억한다

    -거인을 퇴장시킨 것은 지역주의와 기득권 세력이었다

     

    또 한 사람의 거인이 우리 곁을 떠났다. 고 최동원 선수의 이야기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 최동원 선수는 한국시리즈에서 5회 연속 등판하여 4승1패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롯데 자이언트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가져다 준 ‘전설’로 남아 있다.

    그러나 내가 최동원 선수를 추억하는 이유는, 한국시리즈 우승 때문만은 아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그는 억대 연봉이라는, 당시로서는 최고의 연봉을 받는 최정상급 투수이면서 1988년 선수협 결성에 앞장섰다가 롯데구단으로부터 버림을 받아 트레이드 대상이 되었고, 이후 제대로 마운드에 서보지 못한 채 야구장 밖을 전전하다 대전 한화 코치를 잠깐 맡았을 뿐, 끝내 부산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내가 최동원 선수와 인연을 맺은 것은 3당야합 이후 처음 치러진 초대 지방자치 선거에서 였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꼬마민주당’을 지키던 나는 최동원 선수를 만나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줄 것을 권유했고, 그는 망설임 없이 흔쾌하게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시 서구의 광역의원에 도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남고 후배였던 그는 당시 여당이었던 민자당에서도 노리던 블루칩이었지만 민자당의 공천을 뿌리치고 기꺼이 민주당 공천을 택했다.

    그는 선거도 곧잘 치렀다. 그가 내건 “건강한 사회를 향한 새 정치의 강속구”라는 슬로건은 자신의 야구인생과 새 정치를 연결시킨 탁월한 슬로건이었다. 나도 열심히 최동원 후보의 선거유세에 나서 그를 지원했다.

    그러나 결국 그는 광역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다. 이후 14대 총선에서 그는 나의 지역구인 영도에 와서 선거운동도 해주었지만 3당야합을 거부한 노무현과 나는 부산에서 나란히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내 생각으로, 최동원 선수가 단순한 야구 영웅에서 진정한 인생의 영웅으로 거듭난 것은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쳐 모든 해전을 전승으로 이끌었던 이순신이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 것도 명량해전이었다. 칠천량해전에서 원균의 조선수군이 몰살당하고 난 뒤, 전장에서 도망친 패잔병으로 구성된 단 13척의 전선을 가지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며 당당히 133척의 왜선과 맞섰던 이순신. 이 전투에서 그는 한 시진이 넘는 동안 대장선 단 한 척의 배로 133척의 적과 맞섰다. 이후, 대장선의 선전을 목격한 부장선 2척이 동참하고 이후 남은 10척도 동참하여 133척의 적선을 대파했다. 이순신이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 것은 패잔병들의 패배의식 앞에서 단 한 척으로 싸우면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몸소 실천한 그 순간이었다. 죽음을 각오한 그의 실천이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한중일 아시아 3국의 역사를 바꾸었다.

    그러나 최동원과 같은 진정한 영웅을 잊혀진 비루한 영웅으로 만든 것은 기득권 세력과 지역주의의 높은 벽이었다. 그가 구조적인 사회의 모순에 맞서 기득권에 맞서지 않고, 기득권과 손을 잡았다면 그는 지금쯤 몇 선 의원이 되어있거나, 현역 프로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기꺼이 기득권 세력과 맞섰고 지역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다 장렬하게 패배했다. 그의 모습은 노무현과 나의 모습과도 너무나 닮아 있었다.

    내가 최동원을 ‘진정한 영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런 까닭이다.

    그는 진정한 부산 싸나이였다. 기득권과 타협하기보다는 소외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고자 했다. 그래서 그에게 돌아온 불이익도 그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는 진정한 거인(자이언트)이었다. 지역주의의 높은 벽에 막혀 비록 그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높디높은 지역주의의 벽에 당당하게 맞선 그의 뒷모습만으로도 그는 거인, 그 자체였다.

    그런 그가 이제 오늘로 우리 곁을 떠났다.

    한 사람의 거인, 한 사람의 영웅을 이렇게 슬프고 아프게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 기득권 세력에 굴종하고, 지역주의를 묵인했던 우리들의 탓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최동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진정한 거인의 퇴장에 무한한 애정과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그는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삶, 그의 끊임없는 투쟁과 도전정신은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전설로 남아 있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 정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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