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촛불 집회때 어린 너희에게

    도야지꿀 2012. 7. 11. 22:47

    [단독]2008, 추가협상, 없었다

    2012. 07. 11. 수요일
    취재팀장 죽지않는돌고래

     

    1. 2008년, 재협상 없었다?

    지난 6월 초, Fake CIA란 아이디를 쓰는 미국 교민으로부터 2008년 6월에 있었던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이명박 정부 측에서 '추가협상'이라는 표현을 썼다)관련 제보가 들어온다. 그는 4월에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과 6월에 게재된 장관 고시를 근거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2008년 6월, 쇠고기수입위생협정에 관한 재협상은 없었다.‘

     

    물론 재협상은 없었다. 한 적이 없으니까.

     

    제보 내용을 근거로 판단했을 때, 그가 정말 주장하고 싶었던 내용은 아래와 같다.

     

    ‘2008년 6월, 한미 쇠고기수입위생조건, 추가협상은 없었다.’

     

     

    2. 2008년, 무슨 일이 있었나?

    ‘한미 쇠고기 협상’은 지난 4년 간 이명박 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든 화두다. 2008년 4월 18일에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고 동년 5월 2일에 쇠고기 협상을 규탄하는 첫 촛불폭동(당시 한미쇠고기협상 수석대표 민동석의 표현을 인용)이 시작돼 한 달 만에 폭도는 100만 명을 넘어선다.

     

    이명박 대통령은 ‘누구 돈으로 촛불을 샀는지’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대검찰청 공안부는 공안대책협의회를 긴급소집해 ‘인터넷을 이용한 배후선동자, 불법시위 주동자, 배후세력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기로 한다.

     

     

    <2008년 5월 27일, 긴급 소집된 공안대책협의회>
    출처 : 연합뉴스

     

     

    경찰청 정보국장과 수사국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공안 2부장, 첨단범죄수사부장, 대검 공안기획관과 공안 1과장 등, 국가 주요 수사인력이 총동원되어 당대(當代)의 국가지대사(國家之大事)를 -  ‘누구 돈으로 촛불을 샀는지’ -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동년 5월 4일, 당시 경기도 모 고등학교 2학년으로 재학 중인 황 모 군의 이명박 대통령 탄핵청원(다음 아고라 청원)이 100만 명을 돌파한다. 이명박 정부와 태그팀을 결성한 경찰은 ‘허위사실 유포, 이명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등을 이유로 황 모 군의 수사에 나섰고 국민들은 현직 대통령이 고등학교 2학년을 상대로 다이다이를 깨는 '드림매치'에 열광한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던 유인촌은 ‘촛불시위로 외국관광객이 감소한다’는 신앙을 견지, 한국관광산업 전반을 홀로 걱정하며 홀로 애를 태웠고 이명박은 ‘주사파와 북쪽에 연계된 학생들이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그릇에 걸맞는 겐또를 친다(찍다라는 뜻 – 편집자 주).

     

    동년 5월 21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통합민주당 대표인 손학규에게 전화를 걸어 ‘과학적 근거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못한다고 한 발언에 실망’이라며,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지혼자 전화를 걸어 친절하게 대답했고 동년 6월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정부는 재협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한국인들이 미 쇠고기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더 배우기 바란다’며 자애롭게 조언한다.

     

     

    <2007년 8월 29일,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이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와
    면담하는 장면,
    이 장면을 잘 기억해 두자>
    출처 : 뉴시스

     

     

    일국의 대사가 한국의 제 1야당 대표에게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 친한척 한 사건. 그리고 한국 국민의 과학적 수준이 높아지길 바라 마지 않은 그의 자애로움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낮은 과학적 수준으로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반대로 이명박 정부는 한국의 서민을 위해 좋은 품질, 과학적 안전성, 값싼 가격까지 두루 갖춘 쇠고기를 제공하려는 미 협상단의 자애로움을 정확히 캐취한다. 당시 한미쇠고기협상 수석대표인 민동석이 ‘오히려 미국이 우리한테 준 선물’이라는 발언에서 관련 사실이 확인 가능하다.

     

     

    민동석의 발언이 일부 매체에 의해 왜곡되거나 진심이 아니었을 가능성을 고려, 그의 저서 ‘대한민국에서 공직자로 산다는 것’을 자비(즉, 내 돈. 주요 포인트다)로 구입해 찬찬히 읽어 본 결과, “이 발언이 의도적으로 준비한 것”이며 “국제무역에서 하나를 준다는 것은 열 개를 받아오기 위한 것”으로 “오히려 선물을 받았다면 우리가 훨씬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결국 재협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워싱턴에서 개최된 6월 13일 추가협상(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명박 정부 측의 표현이다)을 시작으로 2008년 6월 26일, 정부여당이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를 반영한 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장관 고시를 관보에 게재함으로 이 협상은 논란의 불씨를 남긴 채 일방적으로 종료된다.

     

     

    3. 그리고 2012년, 어게인 2008

    장관 고시 관보 게재 이후에도 ‘소비자 이익’ ‘국민 건강권’이라는 양 측의 주장이 ‘한미 FTA’와 맞물려 수 년간 대립했고 급기야 2012년 4월 24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걸린 젖소가 발견되면서 ‘2008 한미 쇠고기 협상’은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5월 8일, 주요일간지 광고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위 광고)고 밝혔다. 광고뿐 아니라, 대통령과 총리 등, 정부 측의 자신만만한 당시 광우병 관련 수입중단 발언도 문제가 돼, 비난여론이 들끓기 시작한다.

     

    하여 지난 4월 26일, 이명박 정부는 관계부처를 총동원해 해명에 나선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
    사진 출처 : 뉴시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게 돼 있다, 무조건 수입중지를 약속한 것은 아니다’ 라며 국민들의 ‘오해’를 풀어 주었고 당시의 광고에 대해선 ‘신문광고는 축약되고 생략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해 대한민국 광고계(특히 대부업)의 블루오션을 개척한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현재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는 국가 중 이번 사태로 수입을 중단한 곳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회견 도중,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입중단 결정 뉴스가 전해졌고 이어서 28일엔 태국 정부가, 5월 1일엔 이집트, 과테말라 정부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부분적으로 금지했다.

     

     

    4. 한미 쇠고기 재협상, 설계사는 누구인가.

    ‘소비자 이익’과 ‘국민 건강권’으로 대립되는 프레임에 갇히면 큰 판이 보이지 않는다 . 마찬가지로 ‘졸속협상’이라는 문제 안에서만 싸워도 이명박 정부의 꼼수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 모든 일들은 2007년부터 완전히 짜여진 '설계 협상'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짚어보자.

     

    지난 4월,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로 정부의 거짓말이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당시의 협상문을 주의 깊게 살펴본 사람이라면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몇 마리가 발견되든 수입중단을 할 수 없다는 것(OIE가 미국의 광우병 통제지위를 하향하기 전까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몰랐던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뻔뻔한 거짓말에 분노하는 것이고 이를 알았던 국민들은 너무나 뻔히 보였던 그 기만의 추억에 다시 한 번 몸서리 칠 수 밖에 없다.

     

    핵심은 ‘미국과 이명박의 딜’이다. 한미쇠고기 협상에 관련된 모든 시나리오는 이미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기 전에 계산되어졌고 그 계산은 현실에서 거의 그대로 이루어졌다.

     

    음모론, 아니다.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미국 대사관의 한국 관련 보고서, 버시바우 대사의 보고문, 미국 측 비밀 전문 등에 명백히 공개된 사실이다. 그럼 왜 많은 국민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걸까.

     

    '위키리크스&쇠고기 협상'을 검색어로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검색해 나오는 기사는 중앙일보 39면에 게재된 단 1건. 그것도 극히 최근 기사로 관련 문구는 단 한 줄이다. 

     

    "위키리크스 등에서 뒤늦게 확인된 것처럼 많은 고위 관료는 앞다퉈
    우리의 협상전략이나 외교방침을 미국에 알려줬다"
    (2012. 05. 02. 중앙일보 39면)

     

    물론 한미 쇠고기 협상의 진실은 뒤늦게 확인된 것도 아니며 이런 뜨뜻미지근한 한줄로 설명될 수 없다. KBS 김용진 기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 정도 특종을 덩치 큰 보수 신문들이 외면해온 것이 되려 '충격'이다.

     

     

    5. 한미 쇠고기 협상 테이블의 뒤편

    현재 울산으로 '튕겨있는' KBS 김용진 기자는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비밀외교전문을 꼼꼼히 살펴, 본인의 저서([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2012, 개마고원)에서 미국 측과 MB정부의 수많은 '암묵적인 약속'을 공개했다. 그가 수집한 자료들을 근거로 한미 쇠고기 협상 테이블의 뒤편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따라가 보자.

     

    2008년 3월 31일, 서울신문은 <’쇠고기 괴담’ 현실화?>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 선물로 미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발표할 것이다.”라는 축산업계의 ‘쇠고기 괴담’을 전한다. 청와대나 농식품부 내부에선 미국과의 그런 접촉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거짓말이다.

     

    다음은 2008년 2월 21일, 미 대사관이 MB 취임식 축하사절로 방한할 예정인 라이스 국무장관 앞으로 보낸 전문의 일부로, 그간 MB측과 은밀하게 진행해왔던 물밑 논의 결과의 보고다.

     

    위키리크스에서 공개한 외교전문

    발신 : 미 대사관
    수신 : 라이스 국무장관

     

      ‘이명박 당선자와 그의 팀은 쇠고기 이슈의 중요성을 이해한다. 그리고 이 당선자가 4월 17일 워싱턴을 방문하기 전에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우리에게 확언했다. 그러나 쇠고기 문제의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4월 9일 총선 전까지는 우리와 어떤 합의에도 사인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그런 제약을 인정하긴 하지만, 한미 양측이 새로운 쇠고기 수입 의정서 마련을 위한 비공식 대화를 3월 중에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 당선자의 미국 방문 이전에 쇠고기 협상을 타결 짓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124p~125p, 김용진, 개마고원)

     

    2008년 3월 12일과 4월 8일자 미 대사관의 전문에는 ‘버시바우 대사가 청와대 김병국 수석을 잇달아 만나 정상회담 전 쇠고기 시장 개방 확약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다시 한 번 기억하자.

     

    청와대나 농식품부 내부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 선물로 미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발표할 것이다.”라는 축산업계의 ‘쇠고기 괴담’에 대해 분명 미국과의 그런 접촉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6. 한미 쇠고기 협상 테이블의 뒤편2

    다음은 2008년 3월 25일, 미 대사관이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보낸 정세보고서다. KBS김용진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미 외교사에 길이 남을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위키리크스에서 공개한 외교전문

    발신 : 미 대사관
    수신 : 라이스 국무장관

     

    ‘이명박팀(청와대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임-인용자)은 한국의 4월 9일 총선 전에 자신들이 쇠고기 문제로 미국과 협상하는 장면을 노출시키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쇠고기 문제의 정치성은 농민 유권자에게 너무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의 통상팀은 우리의 요구들을 충족시키는 합의를 도출해서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발표될 수 있도록 무대 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118p, 김용진, 개마고원)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MB정권의 은폐가 거둔 대성공.

     

    ‘한미 쇠고기 협상’으로 인한 2008년 5월의 전국적인 촛불시위를 생각해 보자. 이명박이 미국과의 쇠고기 개방 논의를 철저하게 은폐하지 않았다면, 2008년 4월 9일 총선 이전에 쇠고기 협상을 진행했다면, 그래서 별다른 실익 없이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미국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면, 총선에서의 압승은 없.었.다.

     

    하여, 한미 쇠고기 개방 논의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은폐와 그 결과로 얻은 총선 압승은 이명박의 완벽한 한판승이다. 이명박은 한국의 ‘검역주권’과 ‘국민 건강권’을 총선 승리와 맞바꾼 것이다.

     

    둘째, 처음부터 예정된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비밀외교전문에 의하면 청와대나 외교통상부의 입장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한미 쇠고기 협상이 오직 이명박 대통령 한 사람의 캠프 데이비드 방문에 맞춰 완벽하게 짜여진 시나리오로 진행된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

     

     

    7. 미국의 국익 = 이명박

    2010년 1월 21일, 미 대사관은 2009년 말 대만의 미국산 쇠고기 반대시위와 2010년 초 대만 의회의 식품위생법 개정에 관련해 한국에 미칠 영향을 본국에 보고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주류 언론이 이를 기사화 하지 않아 미 대사관 측이 ‘도움이 된다’고 안도한다 .

     

     

    외교통상부의 안모 국장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대응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더 강하게 규제하길 원하는 한국 내 세력들의 기를 꺾는데 도움이 된다’라고 미 대사관에 강조한다.

     

    이외에도 G20, 한미 FTA, 한미 동맹에 관련하여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미국 측의 비밀 전문을 살펴 보면 이명박 정부가 자랑하는 외교력의 실체가 얼마나 알맹이 없는 껍데기인지 알 수 있다. 미국이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속성을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은 심히 부럽다.

     

    이명박은 ‘총선승리’와 외교력이 출중한 대통령으로 인정받기 위한 ‘화려한 껍데기’를 택했고 미국은 ‘막대한 국익’을 얻었다. 서로 윈윈한 셈이다. 물론 한국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와 미국 측의 이러한 물밑 작업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이러한 사실들을 나중에서야 알 수 있게 해준 위키리크스가 위안이다.

     

     

    8. 사라진 부칙 5,6,7,8,9

    위에서 살펴본 위키리크스의 비밀 전문을 통해, 우리는 한미쇠고기 협상이 미국 측과 이명박 정부가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한편의 시나리오라는 것을 확인했다.

     

    다시 제보자 Fake CIA의 내용으로 돌아가자. 그의 주장은 이렇다.

     

    ‘2008년 6월, 한미 쇠고기수입위생조건, 추가협상은 없었다.’

     

    근거로 다음의 내용을 제시한다.

     

    ‘합의문 에는 부칙이 1부터 4까지 있지만

    장관고시에는 부칙이 5부터 9까지 다섯 가지가 더 추가되어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덧 붙였다.

     

    ‘미국 무역대표부에 왜 한국의 고시에는 다섯 개의 부칙이 더 존재하는가 문의했다.
    미국 무역대표부 정보공개 담당자의 답변에 의하면
    부칙 1부터 4까지는 양측이 협의한 내용이고,
    5부터 9까지는 한국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9. 추가협상 이후의 합의문 원본은 어디에?

    제보자가 근거로 제시한 합의문과 장관고시의 부칙 개수는 '다를 수도' 있다. 6월 장관고시는 ‘추가협상'결과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가 주장했기 때문이다.

    <2008년 4월 18일,
    농림부 민동석 차관과 미국무역대표부 Ellen Terpstra차관이 서명한
    한미 쇠고기 협상 합의문 >

     

    협상 타결 이후, 이명박 정부는 갖은 이유를 들어 합의문의 공개를 막아 의혹을 증폭시켰고 쇠고기 협상이 잘 되었다는 주장을 반복한다. 허나 2008년 5월 1일, 미국의 NGO(http://www.bilaterals.org)에서 합의문을 공개했고 심각한 수준으로 검역주권을 양보한 사실이 드러나 전국민적인 분노에 직면한다.

     


     

    위 자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합의문 부칙이다. 

     

    2008년 6월의 추가협상 결과물로 알려진 ‘한국용 QSA(품질체계평가)’는 많은 언론에서 지적했듯, ‘말장난’이다. 이 시스템은 미 육류수출업체들이 광우병 위험물질을 제거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한국에 수출하겠다는 ‘자율규제’로 미국 국내법 상, 신청인이 ‘하기 싫다’라고 하면 언제든지 취소가 가능하다.

     

    쉽게 말해 수능을 치는데 감독관이 없다. 대신 수능 시험을 모두 끝내고 ‘나는 컨닝을 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양심선언문에 싸인해야 한다. 채점자의 임무는 이 학생이 컨닝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양심 선언문에 싸인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물론 컨닝의 유무와 상관 없이 양심 선언문에 싸인을 한 학생의 점수는 모두 인정되며 학생이 귀찮다 싶으면 양심선언문에 싸인을 하는 과정을 없앨 수 있다. 대학은 그 점수를 믿고 학생을 선발하면 그만이다.

     

    훌륭한 제도다. 미 협상단을 상대로 이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한국측 협상단의 저력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

     

    그리고 장관 고시에 부칙이 5개 더 존재하는 것이 눈에 띈다. 한국의 장관고시가 6월의 추가협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양측의 싸인이 기재된 개정판 합의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10. 한국 협상단의 저력

     

     

    위 자료는 2010년 9월 23일자 미국 의회조사국(CSR) 보고서로 한미 쇠고기 분쟁에 관한 당시의 이슈와 상황을 분석한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미국 의회의 입법보조기관 중 하나로 미 의회의 정책이나 법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CSR에서 작성되는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일반 공개용은 아니다. – 참고 기사 : 美 정가 인기 정보원은 'CRS 보고서')

     

    총 18p이루어진 이 자료의 9~10p 부분에 흥미로운 내용이 눈에 띈다.

     

     

    이런 전개는 한국의 신임 대통령과 그 행정부가 여당 정책 어젠다(어젠다 중 하나는 한미 FTA의 국회 비준)를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입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대중적 압박이 높아오자 한국 정부는 쇠고기 합의안을 ‘재협상’하지 않고 대중적 우려를 불식시킬 방안을 찾기 위해 미국과 두 차례 회담을 가졌다. 2008년 5월 19일, 한국이 국제 협약 하에서 보건 및 안전 위협으로부터 한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확인하는 서신이 양국간 교환되었다. 2008년 6월 21일에는 한국 기업이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생산된 미국산 쇠고기만을 수입하도록 허용하는 ‘자발적인 민간부문의’ 합의를 양국 정부가 확인하면서 4월 협상 내용의 일부 변경을 발표하였다.
     

    번역 : 헤라

     

    이명박 정부는 겉으로는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애초에 '추가협상'은 관심 밖이었다. 졸속협상(또는 설계협상)탓에 일어난 ‘대중적 우려’를 무마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미국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고 자신에게 닥친 난관을 헤쳐갈 꼼수를 찾았을 뿐이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꼼수가 '서신 교환'이었던 것이다.

     

    '서신'의 내용은 '기존'의 국제 협약 하에서 '기존'의 협상을 확인하는 절차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11. 농림수산식품부의 답변 :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은폐, 엄폐술을 밝히는 관점에서 본다면 부칙 5,6,7,8,9가 존재하는 합의문의 존재 유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모든 시나리오는 이미 2007년에 설계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국민 건강권’이라는 관점에서 이 부칙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부칙 6항을 보자.

     

    ‘한국 정부는 가트(GATT) 제20조 및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SPS) 협정에 따라 건강 및 안전상의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

     

    송기호 변호사는 부칙 6항과 개정된 가축전염예방법(32조 2항에 의거,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 발생할 경우,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쇠고기에 대한 일시적 수입 중단 조치 등을 할 수 있다)이 수입중단의 주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개인적으로 이런 애매한 조항으로 수입중단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가 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가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 하거니와, 애초 협상에서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 배제했고, 무엇보다 미국의 비위를 건드리며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배짱이 대통령에게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 부칙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말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 훨씬 이전에 국제적인 무역협정으로 맺어진 걸 '추가협상의 결과물'이라고 써넣은 것 자체가 뻔한 꼼수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추가협상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는 데다 송기호 변호사도 수입중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하니 끝까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전화를 걸어 부칙 5,6,7,8,9가 존재하는 합의문, 미국 측과 한국 측이 함께 싸인이 되어있는 문서의 존재유무를 물었다.

     

    있단다.

     

    보내달라고 했다.

     

    그 결과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보낸 메일

     

    Subject: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부칙 영문

    안녕하세요?

    문의하신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부칙 제5-9항 영문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5. Regarding the application of Article 1 (9)(b) of these import health requirements, the U.S. government removes SRMs, as defined under U.S. regulations (9CFR §310.22(a)) from all beef or beef products, whether they are intended for domestic consumption or export to another country. If any beef or beef product arrives in Korea that the Korean government determines does not satisfy prevailing U.S. regulations, the Korean government has the right to take necessary measures as provided for in Articles 23 and 24.

    6. Regarding the application of Article 5, the Korean government has the right to take necessary measures including import suspension in order to protect its citizens from health and safety risks in accordance with GATT Article XX and the WTO SPS Agreement.

    7. Notwithstanding Addendum 2, in order to support a transitional private sector initiative, beef and beef products produced only by establishments participating in the USDA Less than 30 Month Age-Verification Quality System Assessment (QSA) Program will be allowed to enter Korea, until Korean consumer confidence in U.S. beef improves. During this transition period, if the Korean government finds that any beef from cattle of 30 months of age and over has been shipped to Korea, the relevant beef or beef products will be returned to its owner.

    8. Brain, eyes, skull, or spinal cord from cattle less than 30 months of age are not SRMs or food-safety hazards. Nevertheless, as long as Korean importers do not place orders for these products, if these items are detected during the quarantine inspection process in Korea, the Korean government may return the relevant box or boxes to its owner.

    9. For greater certainty, in interpreting Article 8, on-site audits of a "representative sample" do not prevent the Korean government from including in an audit a specific plant that it deems necessary to audit. If as a result of an audit, Korean auditors find what they believe is a serious non-compliance with these Requirements, the Korean auditors will immediately consult with FSIS personnel regarding appropriate corrective action. If these technical level discussions do not resolve the matter, the two governments will consult at a senior level. If the two governments cannot agree with respect to appropriate corrective action within four weeks, Korea may increase the rate of inspection of subsequent beef and beef products from that establishment over the next five shipments notwithstanding the fact that no food-safety hazards have been detected during import quarantine inspection of the products of that establishment. For greater certainty, in interpreting Article 24, if two or more food safety hazards are detected, during this period of increased inspection or generally, Korea may request FSIS to suspend the relevant establishment. Upon receiving the request, FSIS shall suspend the establishment. Korea may also re-audit that facility in its next system audit.

     

     

     

    나는 한미 양측의 싸인이 기재 된 합의문을 요청했지만 농림수산식품부가 보내 온 것은 문서가 아닌, 메일에 워드로 붙여진 부칙 5,6,7,8,9였다.

     

    중요한 것은 2008년 6월, 추가협상의 결과물이라고 밝힌 장관고시의 부칙(있으나 마나지만)이 포함된 합의문의 존재유무를 농림수산식품부가 전화로 확인해 준 것이다.

     

    의외였다.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국민건강권'의 마지노선을 무너뜨리면서까지, 그리고 백만 이상의 국민이 촛불을 들었을 때조차 미국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갖은 꼼수를 부리던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미국 협상단 측에 다시 싸인을 하게 만드는 번거로움을 이끌어 낼 수 있었는지.

     

     

    12. 송기호 변호사 :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 다시, 없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정부의 거짓 주장을 꼼꼼이 밝혀낸 송기호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서 6월의 추가 협상 결과물을 반영한, 양측의 싸인이 기재된 합의문이 있냐고 물었다.

     

    있단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합의문 사본을 메일로 부탁했다. QSA 관련 문서는 전화를 건 날, 즉각 받았지만 양측의 싸인이 기재된 합의문은 조금 시간이 걸린다고 하여 기다렸다. 송 변호사는 재판으로 바쁜 듯, 며칠이 지나도 답변이 없었다. 혹시나 민변에 전화를 걸어 관련 문서를 요청했지만 당시의 한미 쇠고기 협상에 관련된 문제는 대부분 송기호 변호사가 담당하였으므로 관련 자료는 그쪽에 문의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한다.

     

    송기호 변호사가 속한 법률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송기호 변호사님께서 잊으신 듯하다'고 다시 문서를 요청하는 메모를 남겼다. 그리고 며칠 후, 그가 속한 법률사무소 측으로 부터 '예전 자료라 찾기 힘들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도움을 못드려 죄송하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부를 상대로 싸워 온 송기호 변호사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것, 마지막까지 스스로의 눈으로 '개정된 합의문'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다. 하여 혹시나 다시 한 번 농림수산식품부에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다른 담당자와 연결됐다.

     

    다음은 전화 내용이다.

     


     

    돌: 딴지일보 기자 죽지 않는 돌고래라고 합니다.

     

    농: 아, 예, 안녕하십니까.

     

    돌: 제가 자료를 하나 정보공개 요청하려고 하는데요.

     

    농: 네.

     

    돌: 2008년 6월에 있었던 한미쇠고기 추가협상 있지 않았습니까?

     

    농: 예예.

     

    돌: 그때 한국에 장관고시 된 한글본 말고 영문본(개정된 합의문)을 받아봤으면 하거든요.

     

    농: 그거 인터넷에 다 떠 있을 건데요. 다 있는 건데요.

     

    돌: 제가 찾아봤는데, 장관고시에는 부칙 5, 6, 7, 8, 9가 있는데, 합의문에는 부칙 5, 6, 7, 8, 9가 없더라고요.

     

    농: 아니, 원래, 이렇게 이해를 하셔야 돼요. 수입위생조건은 우리나라 국내 규정이에요. 이게.

     

    돌: 네.

     

    농: 그 당시에 협의하고, 거기, 어떻게 보면 합의서로 의정표로 영문에, 뭐 추가할 때는 사안으로 해서, 그 내용을 받아서 그거를 규정으로, 우리 규정으로 집어넣은 거거든요, 그게.

     

    돌: 네. 아, 그러면 그건 한국에서만 집어넣은 겁니까?

     

    농: 그렇죠.

     

    돌: 제가 저번에, 아마 선생님 말고 다른 분한테 받은 것 같은데, 부칙 5, 6, 7, 8, 9가 있는 합의문이 있다고 하시면서, 저한테 5, 6, 7, 8, 9 영어만 따로 돼 있는 부칙을 주셨거든요.

     

    농: 누구하고 통화하셨는가 모르겠는데. 그거를 걔네들한테도 우리가 이렇게 하겠다고 하고, 우리가 우리 규정이니까 우리가 그걸 집어넣은 거죠. 그거를 똑같이 미국애들한테. 그 다음에 우리가 관보게재하고 다 이미 퍼블리케이션을 했잖아요.

     

    돌: 제가 메일을 확인하면 그 분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텐데, 그분은 5, 6, 7, 8, 9가 있다고 하시면서 저한테 5, 6, 7, 8, 9가 있는 부분을 주셨어요.

     

    농: 어쨌든 그걸 하셨다며, 요청을 하셨다며요?

     

    돌: 네. 저는 그때 사인이 있는 문서를 요청했는데, 그분이 5, 6, 7, 8, 9만 따로 영어로 주셔가지고. 제가 전체 문서를 받고 싶어가지고요.

     

    농: 안 한 걸로 알고 있어요. 저도 그 당시에는 없었으니까. 그런 건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돌: 그럼 부칙 5, 6, 7, 8, 9가 있는 합의문은 없는 건가요?

     

    농: 예.

     

    돌: 선생님, 그러면 부칙 5, 6, 7, 8, 9가 추가협상이 된 상태에서 나온 걸 텐데, 미국이랑 추가협상 한 자료는 어디서 구할 수 있습니까?

     

    농: (침묵)

     

    돌: 제가 USTR 자료를 보니까 무슨 서신을 교환했다고 하던데.

     

    농: 네.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 내용도 전부 다 그 당시에 공개한 걸로 알고 있거든요.

     

    돌: 알겠습니다. 그러면 5, 6, 7, 8, 9가 있는 합의문은 없는 게 확실한 거군요?

     

    농: 예예예예.

     

    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농: 네. 수고하세요.

     


     

    똑같이 농림수산식품부에 전화했는데 담당자 A는 6월 추가협상 이후에 양측이 싸인한 합의문이 있다고 하고, 담당자 B는 없다고 한다.

     

     

    13. 결론

     

    정리한다.

     

    첫째, 2008년 6월, 이명박 정부의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은 미국 측 자료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가 한국 국민의 대중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마련한 논의나 토의' 수준에 불과하다.

     

    추가 협상, 없었다.

     

    둘째, 한미 양측의 싸인이 기재된 개정된 합의문의 존재 유무는, 현재로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합의문의 국역'에 해당하는 6월 장관고시가 추가협상을 반영한 새로운 결과물이라고 한다. 즉, 개정된 합의문이 2008년 6월 장관고시라는 말이다. 개정된 합의문, 농림수산식품부 담당자 A는 있단다. 담당자 B는 한국 측이 끼워 넣었단다.   

     

    가장 빠른 방법은 이명박 정부가 개정된 합의문을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대한민국 국민이 먹어야 할 쇠고기의 검역과정과 품질은 2007년, 이명박이 공식적으로 대통령에 취임하기 이전에 '미국과 이명박의 딜'로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 한국 측 결정권자는 당시 현직 대통령과 협상단이 아닌, '이명박 당선팀'이었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속지 않았다.

     

    '처음부터' 속기로 결정되어 있었을 뿐.

     

    이상이다.

     

    기사 관련 영문 자료 번역:
    헤라
    유기농

     

    제보자 :
    Fake CIA
    트위터
    @Kim4Reunon
     

     

    기사 :
    취재팀장 죽지 않는 돌고래
    트위터 @kimchang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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