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를 퇴출시키자

    도야지꿀 2014. 5. 20. 15:49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직접 얘기해 봐."

    연애하는 남자치고 여자한테 이런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경우는 드물 것이다. '잘못했다고 사과했으면 됐지 뭘 계속 따지냐'는 뭇 사내들의 푸념에 같은 남자로서 공감이 갈 수밖에 없지만, 얼렁뚱땅 사탕발림으로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사내들의 얄팍한 술수를 간파하는 여인들의 직감도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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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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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34일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담화를 보면서 나는 본인의 잘못을 자기 입으로 직접 말해보라고 추궁하는 여인들의 마음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사과한다는 것인지,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이날 담화에서 밝힌 대통령의 해법은 해경 해체, 해수부 업무조정, 이른바 '관피아' 척결, 국가안전처 신설로 요약할 수 있다. 최종 책임은 본인한테 있다고 했지만, 결국 그 책임을 지는 것은 부하직원들인 셈이다.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공무원들의 기강해이 정도로만 여기고 있는 듯하다.

    세월호 참사 보는 박근혜 시각, 절대군주 시각과 닮았다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시각은 마치 제왕의 지위에서 말 안 듣는 아랫것들을 나무라는 절대군주의 시각과 닮았다. 일반 국민들이나 특히 세월호 피해 가족들의 시각과는 너무나 다르다. 피해 가족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가장 긴급하고도 중요한 일은 모든 실종자를 최대한 빨리 수색하는 것이다.

    만약 지금 피해 가족들이 대통령과 같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면 어떤 조치부터 취할까? 아마도 해경 해체는 아닐 것이다. 실종자 수색에 도움이 되는 모든 인력과 장비를 확보하고, 수색에 방해가 되는 모든 요소들을 즉각적으로 제거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을까?

    또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지만 지금의 제도와 법적 틀 안에서 피해 가족을 도울 수 있는 모든 행정조치를 과연 집행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리면서 담화를 발표했지만, 그 사과나 대책이란 것이 여전히 사태의 본질과 자꾸 어긋나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한국사회 모순의 가장 큰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그 모순의 핵심은 "사람보다 돈"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통령 박근혜'를 만든 8할은 부친 박정희가 돈을 잘 벌었다는 신화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속에서 억울하게 죽어 간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비용이거나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빨갱이로 치부될 뿐이었다.

    가깝게는 '도덕성보다 능력'이라던 MB 정부가 있었다. 개발과 효율,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원칙들은 간단히 무시되었고 각종 규제들은 줄줄이 해제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세상 속에서 호의호식하며 최고의 수혜를 받은 인물이다. 이른바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공약이 나온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 나물에 그 밥인 세력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노무현이 임기 말에 소방공무원을 늘리겠다고 했을 때 큰 정부를 만들려고 한다면서 격렬하게 반대했던 것이 한나라당이었고, 세금 줄여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겠다는 작은 정부의 정책기조는 박근혜 정권에까지 유지되고 있다. 효율과 이익과 경쟁이라는 화두(사람이나 생명이라는 단어는 여기에 들지 못한다) 속에 민영화의 바람은 철도를 넘어 의료계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직전까지도 박근혜 대통령은 각종 규제를 암 덩어리로 규정하고 기업들의 돈벌이를 위해 몸소 규제완화를 위한 끝장토론도 마다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는 그 연장선 속에 정점을 찍은 사건이다.

    '비정상적 관행과 제도', 박근혜 대통령 만든 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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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1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군청에서 세월호 사건 실종자 가족들이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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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말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담화문에서 말했던 "비정상적인 관행과 제도"는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토양이며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을 떠받치고 있는 버팀목이다. MB가 공들여 장악해 놓은 언론은 그 최전선에서 첨병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언론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듯이, 이번 세월호 참사를 키운 데에는 언론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탓도 크다. 재난 주관방송사라는 KBS는 세월호 희생자보다 대통령 구하기에 급급했다.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언론은 재난 주관방송사가 아니라 재난 그 자체였다.

    "사람보다 돈"이라는 철학기조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날 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대국민담화가 발표가 끝난 뒤 박근혜 대통령은 질의응답도 받지 않고서 아랍에미리트 순방길에 올랐다. 우리가 건설 중인 원전1호기의 원자로 설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단히 중요한 국익이 걸린 사안"이라고 했다. 얼마나 대단한 국익이기에 유족들의 슬픔과 국민들의 분노를 돌아보지도 않고 마치 뺑소니치듯 출국했던 것일까. 아직도 차가운 바닷물 속에는 생사를 모르는 자기 국민이 스무 명 가까이 남아있는데 이들을 수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국익이라는 게 대체 무엇일까. 그 국익이라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국익인가.

    원전이라는 사안만 놓고 봐도 그렇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대통령이라면 응당 위험한 수명연장에 들어간 고리1호기에 대한 적극적인 폐기계획(이번 지방선거에 나선 부산시장 후보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고리원전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을 세워도 시원찮을 이 와중에도 원전 세일즈 외교를 하시겠다니, 대형 참사로부터 배운 교훈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인지 걱정이다.

    '아이들 살려내라'는 국민에 '전원 연행' 화답한 정부

    진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근본원인을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자기 권력을 떠받치고 있는 이런 온갖 모순들부터 척결해야만 한다. 하지만 과연 박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기반을 스스로 허물어가면서까지 그런 개혁을 단행할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까지 보여 준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세월호 피해 가족들이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실종자 구조에 대한 의지도 계획도 없었고 언론통제에 대한 반성이나 대책도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규제완화와 작은 정부라는 전반적인 국정기조를 바꾼다는 말도 없었다. '계란 라면' 운운하며 피해 가족들과 국민들 가슴에 비수를 꽂았던 청와대 대변인은 아직도 그 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철학의 부재, 사태인식능력의 부재, 그리고 소통능력과 의지의 부재 때문이라고 밖에는 달리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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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침몰사고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범국민촛불행동집회가 열렸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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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건 다 제쳐놓고서라도, 대통령은 우선 국민들의 목소리와 하소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 순박한 유족들이 한밤중에 KBS를 항의 방문했을까. 다시 그길로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험한 길을 나섰을까. 하지만 이들을 맞이한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경찰들의 장막이었다.

    지난 주말 내내 아이들을 살려내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박근혜 대통령은 '전원연행'으로 화답했다. 그렇게 유족과 시민들을 매몰차게 내치던 대통령이, 사고 발생 33일째까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철의 여인'이 이제 와서 대성통곡을 한다 한들 누가 그 진심을 믿어줄까.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온갖 사회모순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한 제2, 제3의 세월호는 지금도 어디선가 죽음의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누군가는 사고 수습이 아직 다 끝나지 않은 마당에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이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이날 담화에서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경을 해체해야겠다고 결심한 배경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그냥 놔두고는 앞으로도 또 다른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국민들의 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가득 안고 있는 대통령을 그냥 놔두고는 또 터질지 모를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고심 끝에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을 해체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결론을 내린 국민들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비정상적인 관행과 적폐를 없애려면 그 모순된 구조 속에서 부당하게 큰 혜택과 권력을 누려온 사람들부터 청산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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