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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2020. 5. 21. 10:51

“지역문학, 구체적 장소 경험 녹여 인간 삶 해석해야”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지역문학, 구체적 장소 경험 녹여 인간 삶 해석해야”

 

입력 : 2020-05-13 18:20:45수정 : 2020-05-13 18:23:21게재 : 2020-05-13 18:24:57 (16면)

 

 

 

 

 

지역문학운동의 1980년대를 황금시대로 간직하고 있는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시공을 가로지르는 상상력의 힘으로 ‘멀리서 보면서’ 구체적 장소 경험을 녹여 제대로 쓰는 새로운 문학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경현 기자 view@

 

 

 

 

구모룡(61·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문학평론가가 제31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지역 문단에 큰 활력과 자극을 주고 있다. 1990년 시작한 팔봉비평문학상은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평문학상으로 비평가 김현이 1회, 김윤식이 2회 수상자다. 수상작은 그의 11번째 평론집 〈폐허의 푸른빛〉(산지니)이다.

이번 수상은 지역문학에 대한 그의 열정과 천착이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는 ‘지역문학’을 중심에 놓고 옹골차게 사유하는 비평가이자 ‘지역 사상가’다. 그가 말하는 지역문학은 무엇인가. “지역문학은 지역에서 생산된 문학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훨씬 넘어서 있다. 더욱이 지역에서 하는 모든 문학적 행위가 지역문학인 것은 아니다. 시공을 가로지르는 상상력의 힘으로 구체적 장소 경험을 녹여 제대로 쓰는 것이어야 한다.” 요산 김정한의 ‘오키나와에서 온 편지’가 그 사례이며 노벨상 작가인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와 중국의 모옌이 보여 주는 ‘구체적인 장소를 바탕으로 한 인간 삶에 관한 수준 높은 해석’이 지역문학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것이다.

 

구모룡 평론가, 팔봉비평문학상 수상

평론집 ‘폐허의 푸른빛’ 제31회 수상작

지역문학 중심 옹골찬 사유 지역 사상가

80년대 무크지 ‘지평’ 운동 적극 가담

“자본에 무너진 폐허에 문학의 푸른빛을”

 

그는 1980년대를 빛낸 무크지 시대의 아들이다. 부산에서는 〈지평〉(1983년)과 〈전망〉(1984년)이 탄생했다. 그는 〈지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통상 둘을 나란히 말하는데 그 내용에서는 사뭇 달랐다.” 〈지평〉은 최영철 구모룡 정일근이 주도하면서 현장의 문학운동을 지향했다면, 〈전망〉은 남송우 민병욱 등이 참여한 부산대 학구파 중심의 문학주의 무크지였다는 것이다. 그는 “험악한 1980년대에 〈지평〉이 시대와 싸움을 벌였다면, 〈전망〉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전망〉이 이론 집단인 〈오늘의문예비평〉과 모더니즘의 〈시와사상〉으로 분기 진화해 갔다면 〈지평〉은 지역문학운동인 부산경남젊은시인회의(1986년), 57문학협의회(1985년)와 강한 연대를 가졌다는 것이다. 요산 김정한이 주도해 결성한 57문학협의회는 이후 부산작가회의로 이어진다.

구모룡 교수는 “1983~1987년 5년 동안 나는 신용길 정일근 최영철 등과 함께 늘 현장에 있었다”며 “비평과 실천이 뒤엉킨 그때가 내 가슴속 순금으로 빛나는 황금시대”라고 했다. 무크지 시대가 저물던 1988년 그는 이런저런 소리를 들으면서 현장을 떠나 대학 강단을 택한다. 소위 ‘민주화’라는 달라진 시대의 장에서 그는 ‘가슴속 순금’을 벼리며 이후 지역문학론 확장에 매진해 왔던 것이다.

“지역문학론을 떠받치는 지역의 작품은 있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성실하고 진지하게 타자를 이해하려는 겸손한 노력을 계속하련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의 말은 이론과 작품이 함께하지 못하는 힘들고 지치는 지점을 토로하며 계속 이어졌다.

“부산에서 정태규 이상섭... 가능한 작가들이 있었지 않은가. 그러나 몇몇 여성 작가와 조갑상밖에 없는 것 같다. 자갈치 국제시장을 파고들면서 한 나라와 아시아를 꿰는, 요산이나 모옌 같은 웅숭깊은 시각을 왜 펼치지 않는가. 시에서는 최영철 이후 맥을 누가 잇고 있는가. 가능성 있는 작가... 그런 게 아니고 써야 한다. 소설이 형편없어서야 되겠는가. 장편, 단편, 참으로 다잡고 제대로 된 것을 써야 하지 않겠는가. 문학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되며 인맥을 형성하는 그런 게 지역문학이 아니다. 비평의 경우도 행세부터 하려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타자를 알려고 하는 비평가는 늘 슬픈 처지다’라고 썼다. 하지만 환영이니 무어니 하면서 로컬을 벗어나거나 던져 버리는 조급함을 그는 크게 경계했다.

근년에 팔봉 김기진(1903~1985)에 대한 친일 논란이 있었다. 그는 많은 얘기를 한 뒤 “이 상은 팔봉의 친일이 아니라 초창기 우리 비평을 개척한 그의 공로를 기리는 거라는 정도로 말하고 싶다”고 했다. 지역 비평가로 이제껏 6번이나 각종 문학상의 물망에 오르기만 했던 그다.

시를 보는 관점에서 그는 언어를 탐닉하는 모더니즘보다 느낌을 환기하는 서정(신서정)에 기울어 있다. “그렇지 않다. 서정이든 모던이든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 나가야 한다. 너무 안이한 서정은 말할 것도 없지만, 언어와 표현에 집착하면서 시를 ‘만드는’ 것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 자기 삶과 언어는 긴밀히 서로 연결돼야 한다.” 그는 슬프고 지친 상태에 머물 수 없다며 힘주어 말했다. “자본의 제단에 모든 것이 바쳐진 이 폐허에서 세계를 변화시키는 문학의 푸른빛을 갈망한다. 지역이 그것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출처: 부산일보]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51318201214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