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극

음악의 도시 비엔나와 오페라 이야기

헤롯 안티파스와 예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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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 요한 더 알기/헤롯 안티파스는 누구?

2009. 8. 23.

헤롯 안티파스와 예수 그리스도 

  

헤롯 앞에 선 예수 그리스도

 

예수 그리스도는 세례요한으로부터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은후 갈릴리를 중심으로 사역을 시작하였다.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 따르면 해롯 안티파스(헤롯 안디바)는 예수를 세례요한이 죽은자 가운데서 살아나서 또 다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나니라’라고 외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누가복음에는 바리새인 몇 명이 예수에게 ‘안티파스가 당신을 잡아 죽일것 같으니 조심하라’고 말해 주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에 대하여 예수는 헤롯 안티파스를 ‘여우같은 놈’이라고 크게 비난하고 누가 뭐래도 당장은 죽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선지자가 예루살렘 성밖에서 죽임을 당하는 일은 없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예수와 헤롯 안티파스의 악연은 이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다. 예수가 결국 잡혀서 빌라도의 법정에 서게 되었을 때 빌라도는 공연히 유태인의 송사에 말려드는 것을 꺼려하여 예수를 헤롯 안티파스에게 보냈다. 예수가 갈릴리 사람이므로 갈릴리를 다스리는 헤롯 안티파스가 예수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마침 헤롯 안티파스는 예루살렘에 있었다. 헤롯 안티파스는 기본적으로 예수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 하였다. 헤롯 안티파스는 말로만 듣던 예수가 자기 앞에서 실제로 기적을 행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만일 예수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소경의 눈을 뜨게 하고 문둥병자를 고치며 빵 몇 조각으로 수천 명을 배불리 먹이는 기적을 행한다면 이는 훌륭한 선지자임이 틀림없음으로 용서하고 방면할 생각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치의 동반자로 삼을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헤롯 안티파스의 앞에 선 예수는 입을 꼭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헤롯 안티파스는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여 예수를 조롱하고 다시 빌라도에게 보냈다. 헤롯 안티파스가 예수를 다시 빌라도에게 보낸 것은 빌라도를 존경하여서라고 한다. 빌라도가 유태총독으로 처음 부임하였을 때에는 서로의 관계가 좋지 않았으나 예수에 대한 재판권을 양보함으로서 두 사람의 관계개선에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이다.

 

빌라도(필라투스) 앞에 선 예수 그리스도. 미할리 문카치(Mihaly Munkacsy)의 1881년 작품

 

학자들 사이에서는 예수에 대한 재판을 빌라도가 맡는 것이 옳은지 또는 헤롯 안티파스가 맡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모든 관련 서류를 조사한 결과, 유태에서는 죄인이 속한 지역, 즉 죄인의 고향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범행을 저지른 지역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지만 대체적인 결론은 죄인의 출신지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갈릴리를 통치하고 있는 헤롯 안티파스가 재판을 해야 하지만 여우처럼 약은 헤롯 안티파스인지라 예수가 이른바 국사범이라는 점을 은근히 내세워 그런 죄인은 당연히 위대하신 총독각하께서 재판해야 한다며 빌라도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이로써 빌라도의 체면을 살려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빌라도로서도 유태인의 왕이라고 자처하는 자를 재판하는 것이 난감하여서 손을 씻고 알아서 하라며 책임을 회피하였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사도신경에는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라고 되어 있어서 빌라도가 역사적인 책임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외경인 ‘베드로복음서’에는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도록 한 사람이 빌라도가 아니라 헤롯 안티파스라고 기술되어 있다고 한다.

 

'에케 호모'. 빌라도가 유태인들에게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라고 외치면서 죄가 없음을 말하는 장면. 안토니오 치세리(Antonio Ciseri)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