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극

음악의 도시 비엔나와 오페라 이야기

비엔나와 터키풍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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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와 터키/음악의 알라 투르카

2009. 8. 24.

비엔나와 터키풍의 음악

 

 

터키 야니싸리(근위대) 군악대. 이들을 메터 타키미(Mehter Takimi: 군악대)라고 부른다.

 

‘터키풍의 음악’은 유럽의 고전음악시대에 사용했던 터키 스타일의 음악을 말한다. 터키풍의 음악은 주로 터키의 군악대, 특히 야니싸리(Janissary)라고 하는 터키의 정예 근위군악대의 행진곡 스타일을 말한다. 그러므로 터키풍의 음악은 대체로 활기에 넘친 행진곡 스타일이 많다. 터키풍의 음악을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때에는 고전음악시대에 유럽에서는 보지 못했던 타악기들을 사용한다. 특히 트라이앵글, 베이스 드럼, 심발(Cymbals)을 사용한다. 이런 악기들은 실제로 터키의 군악대에서 사용하던 것이었다. 간혹 피콜로도 등장한다. 피콜로의 높고 날카로운 소리는 멀리까지 들리기 때문에 야외에서의 연주에 효과적이다. 음악용어로서 알라 투르카라는 용어는 터키 풍으로 연주하라는 뜻이다.

 

비엔나에서 터키풍의 음악이 인기를 끌수 있었던 것은 오토만 터키와의 인연이 깊었기 때문이었다. 비엔나는 두 번에 걸친 터키의 공격을 경험한바 있다. 그로인하여 여러 가지 터키의 문물이 비엔나에 들어오게 되었다. 터키는 비엔나의 적국이었으나 1600년대 말부터는 서서히 우방국가로 변모하였다. 비엔나에서 터키풍의 문화는 어찌 보면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고전시대에 비엔나에서 활동했던 위대한 작곡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은 모두 터키풍의 음악을 남겼다.

 

오토만터키의 군악대. 베이스 드럼을 볼수이다.

 

[모차르트]

- 1782년에 초연된 오페라 ‘후궁에서의 도주’(Entführung aus dem Serail: The Abduction from the Seraglio)는 터키풍 음악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스토리도 터키가 배경이다. 주인공인 파샤(Pasha)는 결국 관용을 베푸는 훌륭한 인물로 소개된다. 서곡과 두 개의 야니싸리(근위대)행진곡은 완전히 터키풍이다.

- 1783년에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A장조 K 331의 마지막 파트는 유명한 알라 투르카(Alla Turca)이다. 터키스타일로 연주하는 파트이다. 왼손에 의한 빠른 속도의 아르페지오는 터키풍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같다. 보통 '터키행진곡'이라고 부르는 곡이다. 예전에는 토이기(土耳基)행진곡이라고 불렀다.

- 1775년에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 A 장조 K 219는 간혹 ‘터키협주곡’이라고도 불린다. 터키풍의 소란한 음악이 중간에 나오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소란한 장면의 음악을 그의 초기 작품인 발레곡으로 1772년 밀라노에서 작곡한 Le gelosie del seraglio(하렘의 질투심 많은 여인들)에서 사용했던 파트를 따온 것이다.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에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는 coll'arco dal roverscio로 연주함으로서 타악기의 효과를 내고 있다. 즉, 현을 활의 나무 부분으로 때려서 소리를 내는 것이다.

 

오페라 '후궁에서의 도주'의 한 장면

 

[하이든]

- 하이든의 오페라 L'incontro improvviso(보이지 않는 만남: 1775)은 모차르트의 ‘후궁에서의 도주’와 내용이 비슷하다. 터키풍의 음악이 간혹 등장하며 특히 서곡에서 그러하다.

- 하이든의 군대교향곡(1794)에서는 2악장과 마지막 악장에서 터키풍의 음악이 나온다. 전투장면을 묘사한 파트이다.

 

하이든은 어찌 보면 터키군과 약간의 개인적인 연관이 있다. 증조부와 증조모가 하인부르크(Hainburg)에 살고 있을 때인 1683년 터키군의 공격을 받아 마을이 쑥대밭이 되었고 마을 주민들이 많이 희생되었다. 그런데 용하게도 하이든의 증조부모는 무사했다.

 

[베토벤]

- 1811년 베토벤은 아우구스트 폰 코체부에(August von Kotzebue)의 연극인 ‘아테네의 폐허’(The Ruins of Athens)의 서곡과 극중음악을 작곡했다. 이 곡은 1812년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서 퇴각하던 해에 페스트(헝가리)극장의 개관기념으로 초연되었다. 극중간음악의 한 편인 작품번호 113은 터키행진곡이다. 베토벤은 터키행진곡을 기본으로 피아노 변주곡을 작곡했다.

- 베토벤의 이른바 전쟁교향곡(Battle Symphony: Op 91, 1813)이라고 불리는 ‘웰링톤의 승리’(Wellington's Viictory)는 빅토리아에서 영국군이 프랑스군을 물리치고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베토벤은 영국군의 전송가인 Rule Britannia(브리타니아여 지배하라)와 프랑스군의 전송가인 Malbroouck s'en va-t-en guerre(말보로는 전쟁터로 떠났다)을 터키풍의 음악으로 편곡하였다.

- 베토벤은 교향곡 제9번의 마지막 악장에서 터키풍의 음악을 사용하였다. 테너 솔로가 합창단의 테너 파트와 베이스 파트의 지원을 받아 이 교향곡의 유명한 주제를 변형하여 힘차게 부를 때에 오케스트라는 심발과 트라이앵글 등을 사용하여 터키풍으로 연주한다.

 

심발은 터키음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타]

터키풍의 음악은 장-필립 라모(Jean-Philippe Rameau), 미하엘 하이든(Michael Haydn),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루드비히 슈포르(Ludwig Spohr), 글룩의 오페라 ‘타우리스의 이피제니’(Iphigenie auf Tauris: 1764)와 ‘메카로부터 온 순례자’(Der Pilger von Mekka: 1779), '르 시네시'(Le Cinesi)의 신포니아, 프리드리히 비트(Friedrich Witt: 1770-1836)의 교향곡 제6번 A 단조(터키교향곡) 에 나온다. 미하엘 하이든의 터키풍 음악으로는 볼테르의 '자이르'(Zaire)에 사용한 음악과 1795년에 작곡한 터키 행진곡(Marcia turchese)가 있다.  로시니는 오페라 '이탈리아의 터키인'(Il turco in Italia)를 남겼다.

 

비엔나에서 터키풍의 음악을 가장 즐겨 작곡한 인물로 알려진 파울 브라니츠키(Paul Wranitzky)도 빼놓을수 없다. 그의 대편성 교향곡은 터키의 대규모 군악대가 연주하는 것과 같다.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완성한 것으로 유명한 프란츠 사버 쥐쓰마이르(Franz Xaver Süssmayr)도 오페라와 교향곡 등 몇편의 터키풍 작품을 남겼다. 이밖에도 요셉 마르틴 크라우스(Joseph Martin Kraus), 페르디난트 카우어(Ferdinand Kauer), 페르디난도 파에르(Ferdinando Paer)도 터키풍의 음악을 남겼다.

 

19세기에 들어서는 시기에 터키풍 음악은 대단히 인기를 끌어서 심지어 피아노제작자들은 터키풍의 피아노를 제작해야 했다. 즉, 페달 중의 하나를 누르면 벨소리가 나며 또 어떤 페달은 베이스 드럼의 소리를 내도록 고안한 것이다. 이를 터키풍의 스톱, 또는 야니싸리 스톱(Janissary stop)이라고 불렀다. 모차르트의 론도(K 331)를 연주할 때 터키스톱을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이어서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도 한때! 오늘날에는 그런 스톱이나 페달을 설치한 피아노는 없다.

 

1863년 터키의 비엔나 공성. 비엔나시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