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극

음악의 도시 비엔나와 오페라 이야기

기독교의 성물(聖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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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성물들/시작하면서

2009. 10. 30.

기독교의 성물(聖物)들

(Christian Holy Relics)

 

만일 2천여년전 예수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당하실 때에 썼던 가시면류관(The Crown of Thorns), 또는 오리지널 십자가(True Cross: 참십자가)의 한 조각을 한국의 어떤 교회가 보존하고 있다고 하면 그것을 평생에 한번만이라도 보기 위해서 세계 곳곳에서 순례자의 행렬이 끊이지 않을 것이며 이로 인한 국가 관광수입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교회에서는 성물과 관련한 수많은 기념품을 만들어 팔아 상당한 수입을 올릴수 있을 것이다. 한술 더 떠서 만일 그 교회에 보관되어 있는 십자가 등 성물에 손만 갖다 대어도 암이나 에이즈가 고침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면 그야말로 너도나도 성십자가에 손을 대고 기도하여 병고침을 받기 위해 난리도 아닐 것이다. 병고침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진짜 성십자가에 손을 대고 기도를 했더니 수능시험을 기가 막히게 잘 보았다든지,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든지, 또는 복권에 당첨되는 기적이 일어났다면 아마 교황은 물론 교황청 직원들까지도 모두 너나할 것 없이 성십자가를 보관하고 있는 한국의 교회를 찾아와 경배를 드릴 것이다.


콘스탄틴 황제의 밀비아다리(Milvian Bridge) 전투. 키로(Chi-Rho) 심볼을 방페마다 그려 넣어 전투를 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라파엘.

 

세계에서도 알아 모시는 우리나라 교회들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직접 연관된 성스러운 유물이 하나도 없다. 반면, 유럽의 여러 나라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직접 연관이 있다는 성물들이 참으로 많이 간직되어 있어서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교에서는 만일 어떤 절에 부처님의 진짜 치아를 단 한 개만이라도 보관하고 있다면 그로 인하여 사람들이 연중무휴로 찾아와 참배를 드린다. 예를 들어 스리랑카의 캔디에 있는 절에는 부처님의 진짜 이빨이라고 하는 것이 한 개 보관되어 있는데 이를 경배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1년 열두달 연락부절이라고 한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세계 각국에는 부처님의 이빨이 여러 개가 있어서 그걸 모두 합하면 두 사람의 치아가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독교에서도 웬 성물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도무지 이해가 안될 때가 있다. 세상에서 기독교만큼 유물을 좋아하고 숭배하는 종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앙의 자유가 있으므로 굳이 문제를 삼을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다.

 

그리스도의 고난과 관련한 성물들(1). 십자가. 못, 사다리, 망치, 집게, 여기에 닭도 한몫. 닭으로 말씀 드리자면 하림에서 나오는 구이용 닭이 아니라 베드로가 예수를 세번이나 부인한후 얼마 후에 꼬꼬댁 꼬꼬라고 울어서 베드로로 하여금 잘못을 뉘우치게 했다는 얘기에 나오는 바로 그 닭을 말한다. 하단의 풀은 우슬초라는 설명이다. 우슬초는 유태인들이 귀신이나 재앙을 쫓기위해 제물의 피를 묻혀 뿌리는데 쓴 풀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흘린 피를 귀신이나 재앙을 쫓는 제물의 피로 생각했다니 해도 너무했다. 심지어는 성물들을 그린 액자까지도 성물이다.

다른 종교에서도 그렇지만 기독교에서는 성물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는 관습이 있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와 직접 관련된 물건이라면 그건 세계적인 보물이기 때문에 근처에도 가기 어렵다.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물건 중에서 가장 존중되고 있는 것은 고난과 관련한 물건들이다. 기독교는 고난을 극복한 종교이기 때문인듯 싶다. 아무튼 기독교(주로 로마가톨릭과 동방정교회)는 이들을 대단히 존귀하게 여기어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어떤 것들이 있는가? 서구 가톨릭교회가 주장하는 고난의 성물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예수를 채찍으로 때리기 위해 묶어 놓았던 기둥(Pillar)

- 예수를 39번이나 때린 채찍(Whip)

- 가시면류관(The Crown of Thorns)

- 예수를 조롱하기 위해 그의 손에 왕의 홀이라고 하여 쥐어준 갈대(Reed)

- 예수를 조롱하기 위해 그의 몸에 걸쳤던 자색의 옷(Robe: 성의)

- 예수님을 밤새 묶어 놓았던 쇠사슬(The Chains)

- 예수를 못 박은 십자가(The True Cross: 참십자가). 양 옆의 강도들의 십자가는 해당 무.

- 예수를 십자가에서 처형하기 위해 사용한 못(Nails: 도합 세 개: 성못)

- 예수의 손발에 못을 박을 때 사용한 망치(Hammer)

- 예수를 못 박은 십자가의 위에 붙인 죄패(라틴어로 INRI: Iesus Nazarenus Rex Iudaeorum: 유태인의 왕 나사렛 예수: The Titulus Crucis)

- 예수께서 목마르다고 하자 예수께 준 쓸개와 신포도주를 적신 해면(Sponge)과 이를 담았던 그릇(Vessel). 신포도주를 적셨던 우슬초.

- 십자가상의 예수가 숨을 거두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옆구리를 찌른 창(Lance: 이로써 다섯 상처가 되었다. 성창)

- 최후의 만찬에 사용했던 술잔(Chalice) 겸 아리마데의 요셉이 십자가상의 예수께서 흘린 물과 피를 담은 잔(Grail: 성배). 최후의 만찬 때 사용했던 잔과 아리마데의 성배가 각각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 최후의 만찬에서 포도주를 담았던 병(Ewer)

- 예수께서 입으셨던 솔기 없는 옷(The Holy Tunic)

- 로마병사들이 십자가 아래에서 홍포를 차지하기 위해 도박을 한 주사위(Dice)

- 베드로가 세 번이나 예수를 부인한 후에 새벽이 되어 울었던 닭의 깃털(Feathers of the Rooster)

- 숨을 거둔 예수님의 시체를 십자가에서 내릴 때 사용한 사다리(Ladder)

- 예수님의 시체에서 못을 빼어내기 위해 사용한 집게(Pincer)

- 예수님의 시체에 바르기 위해 몰약을 담아 두었던 그릇(Vessel). 아리마데 요셉 또는 몰약을 든 여인들(막달라 마리아등)이 사용한 그릇.

- 예수의 시체를 무덤에 두기 전에 사용한 수의(Shroud)와 얼굴을 감쌌던 수건(Sudarium)

- 가롯 유다가 예수를 팔아넘기고 받은 은 30개(30 Pieces of Silver) 또는 그 돈을 넣었던 지갑(Money bag)

- 예수의 시체를 안치하였던 바위의 조각

- 겟세마네 동산에 계신 예수님을 체포하기 위해 왔던 무리들이 사용한 등불(Lantern)이나 횃불(Torches)

- 베드로가 대제사장의 하인의 귀를 베었을 때 사용한 칼(The Sword) 또는 잘라진 귀

- 어떤 경우에는 베로니카의 베일(수건)도 고난의 물건으로 간주된다.


로마의 도미칠라(Domicila) 카타콤 공원에 있는 그리스도 부활 상징 명판. 키로 심볼과 알파와 오메가 글자가 적혀 있다.

 

이밖에 성물들로는:

 

- 예수께서 태어나실 때 아기 예수를 쌌던 강보

- 예수께서 태어나신 후 누웠다는 구유

- 동방박사들이 가져온 선물들(황금, 몰약, 유향)

- 예수께서 소년시절에 목수인 아버지 요셉을 도와 만든 탁자와 의자

- 가나 혼인잔치에서 사용했던 물동이

- 예수께서 갈릴리 바다를 건너 갈 때에 탔던 배

- 예수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켰을 때 빵을 담았던 광주리

-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서 돈바꾸는 자들을 책망하실 때 휘둘렀던 채찍 등등

 

바렌바흐의 성바바라 교회. 훈데르트바써 작품. 벽면에 콘스탄틴 황제의 키-로 심볼이 그려져 있다.

 

이처럼 예수님의 고난과 관련된 성물은 무려 부지기수에 이른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예수님의 얼굴 모습이 프린트되어 있다는 성수의(Holy Shroud), 최후의 만찬에서 포도주를 담았으며 십자가상의 예수의 옆구리에서 흘러내린 피를 받아서 담았던 성배(Holy Grail: Holy Chalice), 예수를 매달아 못 박아 처형한 성십자가(Holy True Cross), 예수가 세상 떠날 때에 입었던 성의(The Holy Robe), 십자가상의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성창(The Holy Lance) 등이 있다. 성수의와 관련하여서는 네가지를 생각할수 있다. 첫째는 튜린(토리노)의 수의라는 것으로 예수의 시신을 쌌던 천이다. 둘째는 오비에도에 보관 중인 수건(수다리움)으로 예수의 시체의 얼굴을 가렸던 수건이다. 셋째는 에데싸(Edessa)에서 발견된 예수의 얼굴 모습이 찍혀진 수건이며 넷째는 유명한 베로니카의 베일에 그려진 예수의 얼굴 모습이다. 성의는 두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예수께서 평소에 입으셨던 겉옷이며 다른 하나는 무리들이 예수님을 유대인의 왕이라고 조롱하기 위해 일부러 잠시 입혔던 홍포이다. 또한 예수님을 못 박았던 못, 예수님을 조롱하기 위해 머리에 씌운 가시면류관 등도 대단한 성물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모두 진위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존재도 오리무중이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성수의와 예수님의 얼굴모습이 그려진 물건

  . 토리노의 수의(얼굴과 전신 모습)

  . 오비에도의 수건(수다리움: 얼굴 모습)

  . 에데싸의 이미지(얼굴 모습)

  . 베로니카의 베일(얼굴 모습)

- 성배(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한 성배와 십자가상의 예수님에게서 흘러나온 피를 담은 성배: 같은 것일수도 있고 다른 것일 수도 있다.)

- 성십자가(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기 위해 손과 발에 박은 못 포함)

- 성의(겉옷과 속옷)

- 성창(운명의 창) - (예수님에게 준 신포도주를 적신 해면 포함)

- 기타성물

  . 성기둥(예수님을 채찍질하기 위해 결박한 기둥)

  . 성가시면류관

 

그리스도의 고난과 관련한 성물들(2). 무엇들인지 알아보기 바람. 그런데 손은 무엇인가?

 

중세로부터의 전설에 따르면 성십자가, 성의, 성배, 성창, 성수의 중에서 다만 한두개라도 가지고 있으면 그 성물의 신비한 능력으로 말미암아 유럽을 제패할수 있는 권세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의 군주들은 예수님과 관련된 성물들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 특히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들이 그러했다. 일설에 따르면 영국 아서왕의 원탁의 기사들 또는 성전기사들의 후손들이 성배를 수호하고 있으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배출한 합스부르크 왕가가 성창을 보관하고 있고 성수의는 이탈리아에, 성수건은 스페인에, 성의는 독일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가 유럽의 맹주로서 군림하게 되었으며 스페인은 작은 수건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어떠한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간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속설에 불과하지만, 성배를 상징하는 막달라 마리아가 프랑스에 와서 살았으며 그 후예가 아직도 존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각각의 성물에 대하여 어떤 스토리가 전해내려 오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리스도의 고난(3). 십자가, 기둥, 예수를 기둥에 묶었던 밧줄, 창, 해면을 매단 막대기 세개의 못, 가시면류관을 만든 나뭇가지 등등. 예수는 가시면류관을 쓰고 있으나 일설에는 가시나무가 아니라 골풀이라는 주장도 있다. 드레스덴대성당 소관. 세 천사들이 그리스도를 옹위하고 있고 한 사람은 천사가 아닌 듯 날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