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극

음악의 도시 비엔나와 오페라 이야기

시드니 존스의 '게이샤'(The Gei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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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집중탐구/뮤지컬 스토리

2016. 3. 18.

뮤지컬 '게이샤'(The Geisha)

Sidney Jones(시드니 존스)의 2막 뮤지컬 코미디

 

시드니 존스(1861-1941)

                  

영국의 에드워드 시대에는 뮤지컬 코미디가 대인기였다. 이른바 Edwardian Musical Comedy 이다. 시드니 존스(Sidney Jones: 1861-1941)가 음악을 붙이고 아일랜드 출신의 20세기 최대의 극작가인 오웬 홀(Owen Hall: 1853-1907)이 대본을 썼으며 영국의 극작가 겸 작사자인 해리 그린방크(Harry Greenbank: 1865-1899)가 노래의 가사를 붙인 '게이샤'(The Geisha)는 에드워드 시대를 대표하는 뮤지컬 코미디이다. 나중에 추가된 노래들의 가사는 리아오넬 몽크턴(Lionel Monckton)이 만들었다. '게이샤'는 1896년 4월 25일 런던의 댈리극장(Daly's Theatre)에서 유명한 극장인인 조지 에드워즈(George Edwardes: 1855-1915)의 제작으로 초연되었다. '게이샤'는 초연 이후 연속 760회 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같은 기록은 당시로서는 단연 최고였다. 아마도 동양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하여서 제목만 보고도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게이샤'가 이룩한 기록은 3년 후에 제작된 '산 토이'(San Toy)가 그 기록을 바꾸었을 뿐이다. '산 토이'도 시드니 존스가 음악을 만들고 해리 그린뱅크와 라이오넬 몽크턴이 노래의 가사를 붙인 뮤지컬 코미디이다. 초연에서의 캐스트는 '오 미모사 상'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소프라노 마리 템페스트(Marie Tempest)가 맡았고 몰리 시모어(Molly Seamore)는 레티 린드(Letty Lind), 레지날드 페어팩스 중위는 헤이든 코핀(Hayden Coffin), 운 히(Wun-Hi)는 헌틀리 라이트(Huntly Wright)가 맡았다.

 

'게이샤'의 한 장면

                             

뮤지컬 '게이샤'는 런던 공연 이후 다른 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공연되었다. 1896년에는 뉴욕에서 공연되었다. 낸시 맥킨토시(Nancy McIntosh)가 타이틀 롤을 맡아서 더 인기를 끌었다. 이어 유럽 순회공연이 있었다. '게이샤'는 영국 뮤지컬로서 국제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첫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뮤지컬 '게이샤'를 통해서 일본 게이샤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 전에는 게이샤라고 하면 창녀 또는 노예와 같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나 뮤지컬 '게이샤'의 공연 이후에는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방편으로서 새롭게 인식되었다. '게이샤'는 런던 초연 이후 영국의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 이후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아마추어 오페라단들의 고정 레퍼토리가 되었다. 더구나 영국은 일본과 긴밀한 사이이기 때문에 일본의 문화가 담겨 있는 '게이샤'의 인기가 대단했다.

 

뮤지컬 '게이샤'의 오리지널 악보 커버

                                

'게이샤'가 초연되기 한 해 전에 존스, 홀, 그린뱅크의 콤비는 '예술가의 모델'(An Artist's Model)이라는 뮤지컬을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대성공이었다. '예술가의 모델'은 에드워드 시대의 뮤지컬 코미디를 선도한 작품이었다. 이듬해에 나온 '게이샤'는 '예술가의 모델'의 후광을 받았지만 아무튼 여러가지 배경으로 인하여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독일에서만 연 8천명이 관람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유럽인들의 동양에 대한 관심은 그 이후에 나온 길버트와 설리반의 '미카도'(The Mikado)에서도 여실하였다. 하지만 '게이샤'가 '미카도'에 비하여 보다 감흥을 주는 주제였다. 에드워드 시대에는 동양을 무대로 한 뮤지컬들이 자주 공연되었다. 예를 들면 '산 토이'(San Toy), '중국의 신혼여행'(A Chinese Honeymoon), '추친초우'(Chu Chin Chow), 그리고 '미카도'이다. 그러나 모두 '게이샤'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하였다.

 

런던의 댈리극장. 1896년에 '게이샤'가 선을 보인 곳이다.

                         

작곡자 시드니 존스는 '게이샤'의 음악을 만들면서 되도록이면 가볍고 상쾌한 스코어를 목적으로 했다. 게다가 각 노래나 앙상블은 3분을 넘지 않도록 했다.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예외가 있다면 피날레로서 5분 정도가 걸리는 것이었다. 시드니 존스는 '게이샤'에 동양풍의 음악을 인용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럽의 전통적인 고전음악을 도외시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유럽의 댄스 리듬을 자주 사용하였다. 그래서 관중들이 더욱 친밀감을 느끼도록 했다. 당시 런던에는 댈리극장과 게이어티극장이 주로 뮤지컬 코미디를 공연했다. 두 극장은 라이벌 관계였다. '게이샤'는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댈리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댈리극장의 뮤지컬은 상당히 로맨틱한 주제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게이어티극장의 뮤지컬은 그저 웃기는 일에 치중한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게이어티극장을 더 찾아갔다. 왜냐하면 게이어티극장에는 게이어티 걸(Gaiety Girl)이라는 예쁜 아가씨들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이어티 걸들은 런던에서도 최신 유행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등장하였다. 잡지사들은 게이어티 걸들이 입는 의상들을 사진을 찍어서 선전하느라고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었다. 의상을 제작하는 업자들도 게이어티 걸들이 자기들이 만든 의상을 입고 무대에 나가 주기를 바랬다. 그래야 선전이 되기 때문이었다. 게이어티극장은 패션쇼 장소나 마찬가지로 인기를 끌었다.  

 

1890년대의 게이어티 걸스. 이들은 런던 패션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게이샤'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오 미모사 상(S)은 게이샤들 중에서 수석이다. 레이디 콘스탄스 와인느(Lady Constance Wynne: Contralto)는 일본을 방문 중인 영국 여인이다. 몰리 시모어(Molly Seamore: MS)는 레이디 콘스탄스의 손님으로 일본에 온 여인이다. 카타나(Katana: T)는 수비대장이다. 레지날드 페어팩스(Reginald Fairfax: Bar)는 영국해군의 장교이다. 캡틴 운히(Captain Wun-Hi: Bar)는 찻집(티하우스)의 중국인 주인이다. 이마리 후작(Marquis Imari: Bar)은 경찰서장이며 지방 주지사이다. 줄리에트 디아망(Juliette Diamant: S)는 프랑스 여자로서 찻집에서 통역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밖에 레이디 콘스탄스의 손님들인 영국 여인들로서는 미스 마리 워팅턴(Marie Worthington), 미스 에델 허스트(Ethel Hurst), 미스 메이블 그란트(Mabel Grant), 미스 루이 플럼튼(Louie Plumpton) 등이 있다. 이제 줄거리로 들어가보자.

 

  

왼편으로부터 미모사역의 마리 템페스트, 몰리역의 레티 린드, 레지역의 해이든 코핀. 댈리극장의 초연에서.

                            

[제1막] 영국 해군장교(대위)인 레지 페어팩스(레지날드 페어팩스)는 약혼녀인 몰리와 멀리 떨어져서 일본에 머물고 있다. 외로운 레지는 시간만 있으면 중국인 운히(Wun-Hi)가 운영하는 만희(萬喜)라는 찻집에 가서 지낸다. 레지는 이곳에서 찻집의 종업원인 오 미모사 상이라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게이샤를 만난다. 두 사람은 어느덧 가까운 친구처럼 지내게 된다. 그런데 미모사는 실제로 카타나(Katana)라고 하는 일본 군인을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미모사는 레지가 점점 접근해 오자 '사모하고 있는 금붕어' 이야기를 해주어서 거리를 두고자 한다. 어항에 들어 있는 금붕어를 보고 어떤 사람이 귀엽다고해서 먹이도 주고 보살펴주지만 금붕어는 헤어져 있는 다른 금붕어를 사랑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모사에 대한 레지의 마음은 식을줄을 모른다. 그래서 어느날엔 서양식 키스를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주겠다면서 키스까지 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소개된 어떤 게이샤의 모습 

                                                     

영국의 귀족부인들을 이끌고 일본을 방문하고 있는 레이디 콘스탄스는 레지날드(레지) 페어팩스 대위가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것을 알고 반가워한다. 레이디 콘스탄스는 레지의 약혼녀인 몰리를 잘 알고 있으므로 레지에 대하여도 잘 알고 있다. 레이디 콘스탄스는 레지가 미모사라는 게이샤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레지에게 본국에 약혼녀 몰리가 있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레이디 콘스탄스는 아울러 런던의 몰리에게 급히 연락을 하여 아무래도 무조건 속히 일본으로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한편, 지방 주지사로서 경찰서장까지 겸하고 있는 이마리 후작은 실상 미모사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 이마리는 미모사를 돈주고 사서 결혼할 생각이다. 그런데 이마리는 미모사가 새로 도착한 영국 해군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심통이 생겨서 찻집을 폐쇄하고 찻집에서 일하는 여종업원들은 모두 팔아넘기라고 명령한다. 그런데 찻집에서 통역을 맡아하고 있는 줄리엣은 이마리 후작을 사모하고 있다.

 

미모사 역의 낸시 매키톤시

                        

몰리가 급작히 일본에 도착한다. 몰리는 우연히 찻집에서 만난 미모사의 도움을 받으며 친하게 된다. 그것도 모르고 레이디 콘스탄스는 몰리에게 약혼자인 레지가 어떤 게이샤에게 마음을 뺏기고 있다는 얘기를 해준다. 이 얘기를 들은 몰리는 미모사에게 어떻게 하면 레지의 마음을 되돌릴수 있겠느냐고 의논한다. 미모사는 그렇다면 몰리가 게이샤로 분장하여 레지의 마음을 빼앗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몰리는 게이샤로 분장키로 한다. 이제 찻집에서 일하던 게이샤들을 주지사 겸 경찰서장인 이마리 후작의 명령에 의해 판매되어야 하는 시간을 맞이한다. 당시에는 게이샤들을 사고 팔수가 있었다. 게이샤들에게는 마치 노비와 마찬가지로 게이샤 문서가 있어서 사람들이 게이샤 문서를 사고 팔았다. 이마리 후작도 미모사를 사기 위해 경매에 나선다. 하지만 레이디 콘스탄스가 착하고 예쁜 미모사를 구하기 위해 이마리보더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여 미모사를 산다. 그러나 레이디 콘스탄스는 돈이 없어서 이마리가 두번째 게이샤인 롤리 폴리(Roli Poli)라는 여자를 사는 것을 막지 못한다. 롤리 폴리는 새로 온 게이샤이다. 아무도 전에 본 일이 없다. 이마리 후작은 롤리 폴리를 사고 나서 그가 영국여인인 몰리라는 것을 알게 되어 놀란다. 이마리는 롤리 폴리의 사정은 알지 못한채 롤리 폴리를 좋아하게 된다.

 

이마리 후작역의 러트랜드 해링턴

                      

이마리 후작의 궁전에 있는 국화정원에서 게이샤 모습의 몰리(롤리 폴리)가 뜻하지 않게 이마리 후작과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몰리는 모든 것이 이상하게 돌아가서 어리둥절 하지만 그렇다고 이마리 후작과의 결혼식을 막을 도리도 없다. 미모사가 몰리를 위기에서 구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프랑스 통역인 줄리에트에게 게이샤 옷을 입혀 몰래 이마리 궁전으로 들어가게 해서 결혼식을 기다리고 있는 몰리와 바꿔치기 한다는 계획이다. 줄리에트는 전부터 이마리 후작을 사모해 왔으므로 미모사의 계획에 찬동한다. 드디어 결혼식이 거행된다. 이마리 후작은 주례 앞에 나선 신부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그가 몰리가 아니라 줄리에트인줄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정식으로 결혼식에서 이마리 후작과 줄리에트가 부부로서 선포된다. 잠시후 신부가 줄리에트인 것을 안 이마리 후작은 깜짝 놀라지만 그것도 자기의 운명이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마리는 '남자들은 어느때건 자기 부인에 대하여 실망하기 마련이다'면서 몰리면 어떻고 줄리에트면 어떠냐는 철학적인 생각이다. 이제 미모사는 그가 사랑하는 카타나와 결혼할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몰리는 당연히 레지와 결합한다. 몰리는 외국 귀족보다는 평범한 영국의 뱃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더 좋다고 선언한다.

 

게이샤 공연후 기념촬영